『보리씨앗의 기원』은 ‘아추 왕자와 보리씨앗’, ‘개가 된 왕자’ 등의 제목으로 티베트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이다. 국내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1950년대부터 영어로 번역되어 티베트의 대표 민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야기는 불라 왕국의 아추 왕자가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곡식을 먹어보지 못한 백성을 위해 신을 찾아 떠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신은 뱀왕에게서 곡식의 씨앗을 훔쳐오는 수밖에 없다고 했고, 아추 왕자는 신의 말대로 보리씨앗을 훔쳐내 달아나는데….
구전문학의 유형에서 이물교구설화에 해당되는 『보리씨앗의 기원』은 그리스 신화의 『큐피드와 사이키』가 원형이 되는 유럽의 『미녀와 야수』나 『개구리 왕자』, 국내의 『구렁덩덩 신선비』, 『두꺼비 신랑』 등의 옛이야기들과 궤를 같이 한다. 그밖에 신에게서 곡물을 훔쳐내는 프로메테우스 형의 곡물기원신화, 티베트의 개 숭배 풍습 등도 함께 녹아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1983년에 『슈나의 여행』이란 일러스트레이션 만화를 선보였다. 이 만화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불발됐지만, 훗날 『모노노케 히메』나 『게드 전기』 등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에 큰 축으로 사용된다. 지브리 걸작 애니메이션 탄생 뒤에는 『보리씨앗의 기원』이란 숨은 창작의 씨앗이 있었다.
대학에서 일어일문학 전공했다. 현재 디지털콘텐츠회사 ‘돌도래’ 의 대표로, 출판과 영상 분야에서 크리에이터 겸 연구가로 활동 중이다. 홍길동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던 중 실존인물 홍길동이 일본 오키나와로 갔다는 설을 접하고 『홍길동전』의 속편을 구상하였다. 베스트셀러 역사전집 『어린이 삼국유사/삼국사기』를 기획하고 썼으며, 『빨강머리 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자서전 『내 안의 빨강머리 앤』(랜덤하우스)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국내 미야자키 하야오 연구에 있어서도 독보적 존재이다. 관련된 저서로는『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토토로, 키키, 치히로 그리고 포뇨를 읽다』『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렇게 창작한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