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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재밌게 봤던 만화책인데, 20년 만에 다시보게 되네요~~ 캐릭터와 전개가 좋아서 지금 봐도 재밌어요 ㅎㅎ
옛날에 내친구들 이라는 카톨릭 만화 잡지에서 연재됐던 작품이고 초등학생때 정말 좋아했었는데 1권밖에 손에 넣을수가 없어서 그 이후의 스토리가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이북으로나마 드디어 보게되서 소원성취한 기분인데... 결론적으로 1권이 제일 나았던거 같아요. 2권부터 중간중간 작붕도 보이고 작가님 그림체가 너무 들쭉날쭉이라 같은 페이지인데도 어떤컷은 얼굴이 오이처럼 길쭉하고 어떤컷은 심하게 빵떡같고 캐릭터들 나이가 갑자기 13살밖에 안된거처럼 로리쇼타가 되어버리고... 사실 그림이 제일 심해요 스토리는 그렇다 쳐도. 3권으로 갈수록 그 로리쇼타 그림체가 디폴트로 굳어지다보니 같은 장면 안에 그림이 계속 바뀌는 식의 위화감은 적어졌지만 작중 시간이 흐르면서 인물들이 결혼이나 약혼도 하고 그러니까 나이를 더 먹어가야 정상인데도 얼굴은 점점 어려지고 비율도 청소년처럼 똥망이 되어버리니 그냥 스토리만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충 넘기게 됐습니다. 캐릭터에 대한 감상은, 어릴 땐 이오네를 좋아했었거든요. 이오네 캐릭터는 오히려 지금시대의 여성 입에서 나올만한 발언들(비혼주의, 남혐, 비종교)을 하고 있어서 2000년도 만화 치고 굉장히 시대를 앞서간 여성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얘도 1권이 리즈였고 갈수록 얄미운 시누이에 자기주장만 강한 민폐 캐릭터가 되어버려서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누가 봐도 말랐는데 자꾸 뚱뚱하다, 돼지같다 라고 나오니까 인지부조화가...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 다시 보니 시프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외모도 이지적인 쿨뷰티에 (작붕의 피해도 가장 적었고) 겉으로는 도도하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착하고 순정적인 인물이라 갭모에가 있더라고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걸 알면서, 아르바체의 악행을 끔찍하게 여기면서도 그 사람이 자신의 전부이기에 그런 악행조차도 참아내고 뒷수습 하려고 애쓰고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고결한 성녀처럼 가련하게 보이더라고요. 시프 역시 아르바체의 악행에 동참하고 있는 인물인데도... 시프와 아르바체의 서사는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그 자체. 시프에겐 아르바체가 신이고 종교고 모든 것이었구나 싶은.. 아르바체도 어릴 땐 무섭다는 생각밖엔 없었는데 다시 보니 이런 치명적인 악당이 다 있나 싶더군요. 190센치의 장신에 혼자 피부가 검은톤이라 더 치명적이고 개성적이더라고요. 게다가 아르바체x아페치데스 둘 사이의 미묘한 BL 분위기 때문에 더 아르바체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있었어요. (1권 그림체로 아르바체의 미모가 계속 이어졌어야 하는데... 190센치 장신미남을 자꾸 쇼타로 만드니 심하게 몰입도 깨짐;) 아페치데스를 향한 아르바체의 비틀린 집착과... 순백의 남자를 더럽히려는 비뚤어진 욕망.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시프. 이 세 명의 관계가 좋더군요. (아페치데스와 비너스마리나의 급전개에는 아르바체의 자충수도 한몫 거들긴 했지만서도) 시프에 대한 아르바체의 마음도... 어릴땐 이걸 봐도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겠구나 싶을만큼 복잡하더군요. 아무튼 어릴 때 보던 추억의 만화인데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감상이 많이 달라지고 좋아하는 캐릭터나 커플링도 바뀌고 그러는게 신기하네요.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카톨릭 만화 잡지에서 연재된 거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서도 모든 갈등 해결 방식이 카톨릭으로 개종 혹은 알고보니 얘도 카톨릭 신자, 이런 식으로 종교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급으로 나와서 스토리 전개가 억지스런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BL 요소도 은근히 풍기는 작품을 카톨릭 잡지에서 연재한 양여진 작가님의 범상치 않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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