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우 GCMC 대표(전 노스웨스트 항공 한국 지사장)
젊은 시절 100달러만 손에 쥐고 훌쩍 미국으로 떠났던 그는,
창고 정리부터 시작해서 MBA를 마치고 세계적 항공사 노스웨스트의 일원이 되어
도미 13년만에 노스웨스트 항공 한국 지사장이 되어 돌아온다.
노스웨스트는 그가 처음 미국에 갈 때 타고갔던 그 항공사이기도 했다.
MBA와 외국계기업이라는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았으면서도,
항상 유머와 긍정적 마인드를 잊지 않았던 그.
남을 도울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평생 남을 돕기 위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책속으로>
“라면 괜찮죠?”
하태우 대표가 던진 첫마디였다. “네,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는 필자를 이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아담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다. “자, 체면치레 하지 말고 편하게 먹고 얘기해요.” 인터뷰를 위해 직접 레스토랑을 예약하다니,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따로 있나요?
특별히 따로 하는 것은 없고,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적이 있어요. 어느 날 회의시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어떤 여자 분이 “김 전무님, 어디 가셨어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김 전무님 어디 가셨는지 모릅니다.” 했더니 “왜 모르세요?” 이래서 “뵌 적이 없거든요.”(웃음) 그랬더니 가만히 있다가 “김 전무님 핸드폰 아니에요?” 그러더군요. “이건 제 핸드폰입니다.” “최근에 전화번호 바뀌셨나요?” “임진왜란 이후로 이 전화번호 바뀐 적이 없습니다.”(웃음) “죄송합니다.” “전혀 괜찮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 전화 한 통화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다 풀었어요.
회사에는 과장이 할 일이 있고 사장이 할 일이 있는 건데, 리더가 매번 일을 다 해버리면 아랫사람은 평생 그 일을 못 배우잖아요. 그러니까 열 번을 되돌리더라도 계속 고쳐주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설명해주는 게 맞는 거예요.
먼저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를 주는 거예요. ‘이거 또 복사구만.’ 하는 것하고, ‘이게 올해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계약서니까 잘 복사해오자.’ 하고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잖아요. 자기 일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알면 의욕이 생기죠.
제가 예전에 일했던 창고 회사의 사장님이 바빠서 점심을 못 먹었다고 샌드위치를 사다 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샌드위치를 사오니까 돈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You are my life savior!"(너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저는 ‘오, 샌드위치 하나에 이렇게 고마워하다니!’라고 생각했죠. 자기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리고 직원에게 일을 시키면서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어느 날 아침 비서한테 전화를 해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영화 귀여운 여인 보셨나요? 거기 보면 리처드 기어가 오늘 회사 안 나간다고 미팅 다 취소하라고 했던 장면 기억나죠? 제가 오늘 그거 하고 싶네요.” 그리고 그날 가족이랑 같이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