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공연장,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연주, 그렇지만 듣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그런 썰렁한 분위기.
음악 전공자들의 작품발표회는 이렇게 지도교수와 몇몇 동료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힘들여 만든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지 못하고 자기들끼리만 즐기는 그런 상황이 답답했던 한 음대생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유학까지 도중에 그만 두고 대중들을 상대로 공연하는 연극패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막내로 온갖 잔심부름을 하며 대중들에게 들려주는 음악을 연구하고 만들기 시작한다.
그가 바로 최우정 교수, 서울대 작곡과의 이단아로 불리우는 한국 음악극의 개척자이다.
역사, 철학, 연극, 영화 등 다양한 관심사를 통해 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한국 음악의 리더 최우정 교수를 만나보자.
<책속으로>
"작곡가들이 계속 새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주는, 파도 파도 솟아나오는 영감의 원천, 마르지 않는 우물이 뭔지 알아요?"
"늘 궁금하던 건데, 그게 뭔가요?"
"마감기한이에요."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독창적이고자 하거든 오리지널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했었죠. 그의 작품은 뼈, 날개, 개미집과 같이 자연에서 출발했습니다. 문명이 발전한 뒤 사람들이 잘 돌아보지 않는 자연을 유심히 관찰해서 얻어낸 독창적인 결과물이죠. 과거는 다가올 미래입니다.
성공보다는 남들이 덜하는 걸 하고 싶어요. 남들이 많이 하면서 이미 알려진 것은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고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모험과 재미보다는 완성도를 높이기에 급급하겠죠. 그런데 개발이 덜 된 부분에 제가 먼저 깃발을 꽂으면 제 작품이 기준이 되잖아요?
“보통 진로 문제 때문에 싸우는 경우가 많잖아요. 부모님이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을 반대하시면, 싸우지 마시고 그냥 몰래 저질러보세요. 대신 철회가 불가능한 상황이 될 정도로 인정을 받으셔야 합니다. 즉 최대한 열정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전 익명의 모르는 다수에게 비용을 받고 만드는 공연보단 제가 신경 써야 할 소수의 사람을 위해 작업을 진행할 거예요. 전 분명히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감각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감각이 자연적으로 회복된 사람들이 서로 모인 곳에서 음악적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게 제 꿈이에요. 어쩌면 너무 개념밖에 없어서 망상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그런 쪽으로 잡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