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분야: 아포칼립스 현대물 * 작품 키워드: 좀비아포칼립스/로드트립/코믹,개그/소프트SM/연상공/미남공/능글공/문란공/또라이공/고급진쓰레기공(?)/얼빠수/호당수/외유내강수/밝힘수/또라이수/눈새수/아방한능력수(?)
* 공: 차정혁(31세) 전 모델 출신으로 우월하기 그지없는 외모와 피지컬의 극단적 쾌락주의자. 다만 신은 그에게 양심을 주지 않으셨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솜털로 양심 재장착 중. 잠시 아지트로 삼았던 성인용품 가게에 무단침입하여 나 홀로 응응을 하고 있던 한정우를 만난 후, 지루했던 좀아포 시대의 활력을 얻는다. “업계에서 내 별명이 극단적인 쾌락 중독자, 인성 파탄자이긴 했어.”
* 수: 한정우(21세) 전 대학생, 현 호구...가 아니라 정비공. 가만히 있으면 귀염상이지만 입만 열면 머릿속이 야릇한 꽃밭인 게 들통남. 세상이 멀쩡했던 시절엔 구경도 못 했던 이상적인 미남(껍데기만) 차정혁으로 인해 숨겨왔던 은밀한 취향에 꽃을 피운다. “전 거칠고 강압적인 플레이가 좋아요.”
* 이럴 때 보세요 : 세상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맞이했으나 여전히 유쾌하고, 여전히 또라이 같으며, 여전히 욕망에도 충실한 두 남자의 섹시발랄 대환장 로드 트립을 보고 싶을 때.
* 공감 글귀: 뭐든 적당해야 한다. 아무래도 절륜하고 잘생긴 파트너가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정우는 미래의 애인은 꼭 혁보다는 덜 절륜한 사람으로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좀아포 세계관의 스윗 플레이어> 세트
작품 정보
바야흐로 대 좀아포 시대.
1년째 홀로 씩씩하게 생존하고 있는 스물한 살 한정우는, 음흉한 목적으로 찾아 들어간 성인용품 가게에서 완벽한 제 취향인 미남 차정혁과 만나게 된다.
목덜미를 가볍게 덮은 검은 머리. 반반하다 못해 예쁘장한데 어딘가 반항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이목구비. 몸에 착 붙은 검은 폴라티 너머로 얼핏 실루엣이 보이는 잘 짜인 몸. 거기에 개 같이 거친 입까지.
제 발로 굴러들어 온 이상형이 ‘오늘은 나랑 자고 가’라고 말한 순간, 한정우의 순정은 이미 그에게로 낙찰되었다.
다음날 그가 제 가방을 털어 튀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그랬었다.
그리고 며칠 후, 외나무다리는 아니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시 나타난 익숙한 얼굴의 원수가 말했다.
“세상 참 좁다. 그치?”
“어? 어어?”
“솜털아, 내가 한 경고는 어디로 들었어? 귓구멍이 아니라 다른 구멍으로 들었나?”
혁이었다.
“우리 자주 보네. 운명인가.”
눈을 까뒤집은 한정우가 스패너를 들고 혁에게 달려들었다.
* 본문발췌
‘잠깐. 생각해 보니까 이거 내 첫 키스인데.’
이런 문란하고 부적절한 이유로 첫 키스를 빼앗겨도 되나?
나중에 누가 첫 키스 경험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지?
정우는 잡다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혁이 키스 실력을 장담할 법했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그도 소심하게 혁의 어깨를 마주 쥐고 매달리고 있었다.
“흣, 후아! 수, 숨 막혀요.”
“코로 숨을 쉬어야지.”
“그게 말처럼, 으음…… 응.”
숨 쉴 틈만 겨우 남겨놓고 입안을 잡아먹듯 훑은 혁은, 한참 뒤에야 야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물렸다.
정우는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뜨거운 연체동물이 곳곳을 희롱하고 지나간다면 꼭 이런 기분일 것 같았다.
‘이게 키스라고? 키스라는 게 원래 이렇게까지 난잡한 건가?’
조금 전까지 귓속을 울리던 질척한 물소리, 무릎을 비비며 하반신을 자극해 오던 압박감과 숨을 앗듯 거칠게 맞춰오는 입술의 움직임이 그저 꿈만 같았다.
“아, 으으.”
“힘 풀렸어? 진짜 처음이었나 보다. 엄청 못하네.”
“지인짜하, 혀엉.”
“왜, 싫었어? 해 보니까 변태 같아?”
“아니요…….”
아니요. 존나 좋아서 짜증 나요. 왜 이렇게 잘해요? 다들 이 정도는 하는 거예요? 정우가 서러움 반, 황홀함 반이 섞인 말투로 웅얼거렸다.
“아니, 내가 잘하는 거야. 좋았다니 영광이네.”
“진짜, 영광 같은 소리.”
“이제 나랑 파트너 할 생각이 좀 들려나.”
……알겠어요. 해요, 파트너. 주저앉은 정우가 홀린 듯 중얼거렸다.
원하던 대답을 들은 혁이 여우처럼 웃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요요한 미소였다.
이젠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차피 망한 세상. 뒤통수친 사기꾼이랑 매일 같이 붙어먹는다고 얼마나 더 나락을 가겠나 싶다.
우울한 세상 속, 죽음과의 마라톤은 지루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 눈 깜빡이는 찰나조차 아쉬우니, 마음 가는 대로 즐겁게 살아야지.
“……저 다음에는 스포츠카 보닛 위에서 하고 싶어요.”
한정우는 포기한 듯 양손으로 백기를 흔들었다. 명백한 항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