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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투명한 빨강작품 소개

<가장 투명한 빨강> 〈강추!〉[종이책2쇄증판]그가 홍주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손이 올라왔다. 귀와 머리칼에 부드럽게 스쳤다.

“간지러워.”

홍주는 웃으며 몸을 조금 틀었다.

“움직이지 마.”

그가 말했다. 홍주는 숨을 멈추었다. 온몸이 바짝 얼었다. 아니, 얼었다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냥……숨을 쉴 수도 없게 아찔한 느낌. 혹은 그리움을 닮은 안타까움. 경욱이 지극히 섬세한 손길로 귓불을 더듬어 귀고리가 들어갈 길을 찾았다.

“여기다.”

마침내 귀고리가 제 길을 찾아 파고들어왔다. 홍주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몸 어딘가에서 차르르 차르르 풀잎들이 몸을 떨었다.

“예쁘다, 연홍주.”

그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그는 이미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귀를 만지던 손길도 다시 제자리에. 그러나 홍주는 여전히 미칠 듯이 두근거렸다.

김지운의 로맨스 장편 소설 『가장 투명한 빨강』.


출판사 서평

<본문 중에서>

홍주는 쪼르르 화장대로 가 거울에다 얼굴을 비춰보며 물었다.
“근데, 내가 정말 목련꽃 같아요? 이제 막 새하얀 꽃망울을 팡 터뜨린?”
-지금 거울 보고 있었지?
뜨끔해서 이내 대답을 못 하고 있으려니, 경욱이 내처 말했다.
-정말 목련꽃처럼 생겼나, 하고 거울 봤잖아. 다 보여.
진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옛날에 쓰던 작업용 멘트가 지금도 잘 먹히나 한번 시험해 봤음.
“어련하시겠어요, 바람둥이 차만득 씨.”
-누가 날 바람둥이래?
“의리의 차은돌 군이 첫날부터 콕 집어 말해주었거든요? 우리 삼촌은 바람둥이니까 관심 갖지 말라고.”
경욱이 맑은 소리를 내며 즐겁게 웃어댔다. 저도 모르게 함께 웃으려던 홍주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웃는다고 바람둥이가 안 바람둥이 되는 것도 아니걸랑요.”
-내일 은돌이한테 바람둥이가 무슨 뜻인지나 한번 물어 봐.
“참 내. 애한테 그런 걸 왜 물어 봐요?”
-물어보면 알아.
“절대로 안 물어볼 거예요.”
-절대로 물어본다에 10원, 아니, 10억 걸겠어.
홍주는 입을 꼭 다물었다. 그래, 절대로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그리도 잘 아는 거냐고! 일부러라도 화를 내고 싶은데, 거울에 비친 얼굴은 예쁘게 붉어져 있었다.
“칫, 10억? 로열패밀리다 이거죠?”
-청주의 내로라하는 집안 외손녀께서 고작 10억 갖고 왜 이러실까.
으, 창피해. 그 얘긴 왜 해가지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은 꼴이었잖아. 아휴.
-차경욱은 지금 연홍주 화난 얼굴 열심히 상상 중.
“화난 얼굴은 됐고요, 지난번에 못 다한 겨울 연홍주나 상상해 보세요.”
-싫어.
“글 쓰려면 상상력은 필수라고요. 그러니까 내일까지 겨울날의 연홍주 모습 꼭 상상해 놓아야 해요. 숙제예요. 안 해놓기만 해 봐. 꿀밤 오만 개 줄 테니까.”
-보고 싶다.
어……. 홍주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이럴 땐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이 사람 또 장난치려는 거야. 분명 그럴 거야. 그렇지만……이렇게 심금을 울리며 스며들어버리면 어떡하라는 거야. 이렇게 가슴 깊숙이 파고들어버리면.
-겨울의 연홍주 얼굴.
하아, 말문과 함께 막혔던 숨이 가늘게 새어나왔다. 그럼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알면서 매번 그래. 연홍주 너 진짜 바보다.
-진짠데.
“네에, 당연히 진짜겠죠. 아무렴 겨울 뿐이겠어요? 봄날 여름날 가을날의 연홍주 얼굴도 진짜 진짜로 보고 싶겠죠. 알았어요. 잘 알았으니까 이만 반짝반짝 해요.”
홍주가 새콤새콤 쏘아붙이는데도, 경욱은 후후후, 기분 좋게 웃기만 했다.
또 웃기는. 사람 마음 들었다 놨다 하고선 그렇게 웃으면 단가? 나쁜 차경욱, 아니, 나쁜 차만득 같으니라고!
-잘 자.
“나 아직 안 잘 거거든요? 나가서 설거지 할 거거든요?”
-그럼 잘 설거지.
풋, 웃음이, 또 터져버렸다. 어쩔 수 없이 터져버린 웃음 속으로 경욱의 목소리가 나른하게 스며들었다.
-연홍주 웃는다.
“치, 그래서 뭐요.”
-좋다고.
입술이 사르르 열렸다. 홍주는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접수.”
-반짝반짝.
“반짝반짝.”
경욱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따끈따끈해진 핸드폰을 두 손에 꼬옥 움켜쥔 채로 홍주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보고 싶다.”
_ 본문 중에서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김지운

봄을 좋아한다.
단편소설 ‘그 여자’로 동서커피문학상을, ‘손톱’으로 〈생각과느낌〉 신인상을, 장편소설 〈오르골〉로 신영사이버문학상을 받았다.
몇 년 동안 소설만 써오다가, 작년부터는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장편동화 〈엄지〉로 MBC창작동화대상을, 단편동화 ‘오늘은’으로 푸른문학상 [새로운작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푸른 속눈썹〉, 〈오르골〉, 〈햇빛 아래 그가 있다〉, 〈계절사랑 시리즈〉, 〈연지〉, 〈올 오아 낫씽〉, 〈풀잎연가〉, 〈이끌림〉, 〈느낌〉, 〈귀엣말〉, 〈열대의 시간〉, 〈타임〉, 〈포옹〉, 〈당신의 숲〉, 〈동그라미〉, 〈눈사람에게〉, 〈약속〉, 〈이안류〉, 〈가장 투명한 빨강〉가 있으며, 장편동화 〈엄지〉와 동화집 〈나의 철부지 아빠〉(공저), 그리고 시 ‘봄날’로 지하철시집 〈행복의 레시피〉에 참여했다.
현재 소설과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으며, 다양한 빛깔의 삶과 사랑과 사람을 그리고 싶다.

목차

1. 뱀파이어는 아니랍니다.
2. 오드 아이(odd-eye)라면 좋겠어.
3. 애인인 줄 알았잖아요.
4. 겨울은 왜 없어요?
5.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래.
6. 만일 그때……그랬더라면.
7. 내가 가장 투명했을 때.
8. 지구가 떠내려가게 울 거예요.
9. 두 눈 꼭 감고 있을게요.
10. 굿나잇, 베트남…….
11. 세라비(C'est la vie)잖아요.
# 겨울의 연홍주를 봅니다.
# 인터뷰 / 다시 봄날, 그들에게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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