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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락큰롤 상세페이지

라스트락큰롤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2,000원
판매가
2,000원
출간 정보
  • 2011.06.08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7만 자
  • 0.6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05102119
E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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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락큰롤

작품 정보

두 사람은 유스턴역에서 열차를 타고 세 시간 뒤 리버풀 라임 St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새벽이 지날 동안 푸른빛에 휩싸인 머지강변을 따라 걸어갔다. 야생국화와 노란 산국무리가 피어 풀꽃 특유의 향기가 퍼졌다. 이른 가을바람이 맑은 호른소리처럼 스쳐 지나가고, 사각거리는 낙엽소리가 가슴 속을 밟고 다녔다. 지미는 함께 보폭을 맞추어 걷고 있는 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바람에 귀를 덮은 잿빛 머리칼이 날리고, 그 사이로 옅고 푸른 눈이 빛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는 놀라울 정도로 엘과 더욱 닮아가고 있었다. 특히 이렇게 침묵하고 있을 때의 얼굴은 정말이지 똑같았다. 어린 시절 한없이 올려다보기만 했던 엘의 키도 아마 지금의 시와 같았을 것이다. 그리고 한 번도 푼 적이 없던, 이젠 엘의 손목만큼 굵어진 그의 손목에 묶인 동심결. 시의 기억 속에 정말로 엘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지미는 엘이 사라졌던 그 해 이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시가 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는 엘의 바람대로 언제나 샘을 아버지처럼 존경하고 따랐다.
하지만, 시에게 진실을 말해 줄 수는 없었다. 엘의 피가 바다 속으로 모두 스며들었을 때까지 가슴속에 새긴 맹세를 어길 순 없었다. 이제는 마술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유난히도 푸르렀던 그날 새벽의 엘 모리슨의 죽음에 대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엘과 자신만의 비밀에 대해.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친구로서 시를 지켜주기로 한 가슴 속의 맹세를.
“살면서 가장 외로웠던 때는 언제였어?”
지미가 물었다. 혹시라도 그가 엘에 대해 얘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시는 눈을 들어 먼 곳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어릴 때 좋아하던 여자애한테 종이비행기에 마음을 써서 날려 보냈는데, 그 뒤로 그 애가 나만 보면 피하기에 한 번은 용기를 내서 말했어. 너도 날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그런데 그 애는 내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어. 그리고 자기는 앞을 볼 수 없다고 말해줬어. 날 피했던 게 아니라 볼 수 없었던 거야. 난 미안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는데 그 애가 오히려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어. 그렇게 서로 마음만 간직한 채 지내다가 졸업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잊히게 됐어. 가끔 그 애가 떠오르는 순간이 가장 외로울 때야. 그 애가 마음으로 날 바라봐 주던 모습을 떠올리면.”
“그런 추억이 있었다니. 부러운데.”
시는 정말 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미는 그에게는 미안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기로 했다. 그 날의 비밀은 바다가 돌고 돌듯 언젠가는 시에게도 그 진실이 닿게 될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앨버트 독을 지나 햇빛이 뜨거워질 무렵에서야 비틀스 스토리가 보였다. 지미와 시는 오래 걸어온 터라 힘이 다 빠져 지쳐 버렸다. 두 사람은 입구의 쇠기둥 옆의 낮은 벽돌담 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
그때 계단으로 향하는 입구 앞에서 바이올린 하나를 두고 쪼그린 채 앉아 있는 한 소녀가 보였다. 다소 커 보이는 노란 체크무늬 코트 안에 작은 꽃무늬가 그려진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올이 나간 핑크색 스타킹과 앞 코가 다 닳아버린 구두. 마치 시골 소녀가 혼자 도시로 와서 떠도는 것처럼 보였다. 긴 금발에 푸른 눈은 백인처럼 보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분위기도 있었다.
그녀의 발끝에는 사람들이 던져준 동전들과 지폐가 낙엽과 뒤섞여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다. 시와 지미는 알 수 없는 호기심이 생겨서 계속 그녀를 바라보았다. 작디작은 피콜로의 극도로 예민한 음감처럼 연약하면서도 강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갑자기 지미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훌쩍 다가갔다.

류진영의 로맨스 소설 『라스트 락큰롤』

작가

류진영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82년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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