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북부 산간 지대에서 홀로 살아가던 ‘설화’는 어느 날 저를 왕자라 칭하며 찾아온 이들의 손에 이끌려 왕성으로 향하게 된다. 그들은 설화의 어머니 ‘백설’이 왕가의 유일한 후계자였으며, 설화야말로 왕실의 대를 이을 정통 후계자임이 마땅하다고 설화를 떠받들기 시작한다
‘사특한 왕비가 하나뿐인 공주의 미모를 시기 질투해 성에서 내쫓아 죽게 만들었다’던 소문을 듣고 자란 설화는 소문의 주인공이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되고, 소문의 또 다른 주인공인 왕비를 마주하게 된다. 왕의 눈을 흐리게 만들어 나라의 명운을 쥐고 흔드는 요부의 모습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왕비는 당장에라도 바스러질 듯 메말라 있는 남자였다.
눈처럼 하얗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검어 아름다운 남자, ‘이화’가 닳을 대로 닳아 있는 모습에, 설화는 이화를 처음 마주친 그 순간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거대한 재앙을 봉인한 땅에 살아가는 위그렌시아의 왕자 ‘트로이’는 봉인에 생긴 균열을 해결하기 위해 천 년 전에 스스로를 희생해 재앙을 잠재운 대마법사 ‘포레’를 깨우게 된다. 트로이와 포레는 봉인의 수리를 위해 함께 길을 나서지만, ‘나 하나만 희생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포레와 ‘한 사람의 희생 위에 세워진 평화가 과연 의미있는가’라고 생각하는 트로이는 사사건건 부딪히기만 한다.
하지만 포레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더 많이 알게 될수록, 트로이는 자신이 가진 감정이 위대한 대마법사를 향한 동경이나 홀로 잠들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을 향한 동정이 아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사랑임을 알게 된다. 천 년간 평화가 이어져왔듯, 앞으로의 천 년간 이어질 평화를 위해 다시 한 번 영원한 잠을 선택할 대마법사를, 천 년 전의 연인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포레를…
7년 전, 대륙의 재앙을 억누르고 있던 완벽한 봉인이 깨지면서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됐고, 쉴 새 없이 생기는 이상현상과 마법 사건의 중심에는 위그렌시아 특수군이 있다.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대마법사의 봉인을 대체하기 위한 일환으로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거울의 힘을 온전하게 가져오는 것. 특수군 ‘테유’ 역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7년째 기약 없이 대륙 곳곳을 헤매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진 숲에서 테유는 어린 소년을 만나게 된다. 5년 째 숲 밖으로는 나가본 적 없다는 소년 ‘스텔라’를 통해 숲 속에 위치한 수상한 고아원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이 단순히 고아들을 돌보기 위한 시설이 아니라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범죄의 현장임을 직감한 테유는 스텔라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기로 결정한다.
그러면서 테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흔적조차 찾을 수 없던 거울의 힘에 점차 가까워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