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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본질에 대해, 여자로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파시스트들이 저지른 비열한 수법에 대해, 자신의 가문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다는 핑계로 이루어지는 수많은 협잡과 타협, 그리고 거기에서 희생되는 힘없는 존재들에 대해 일깨워주는 소설. 620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이었지만,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 모든 바람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안에 존재했던 사랑하는 누군가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처지를 확실하게 하고싶은 욕망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겠으나 악마와 거래하면서 자신의 영혼까지 팔아넘기는 실수를 할 수 없다는 사실, 진정한 예술로서의 조각은 주렁주렁 꾸미고 덧붙여서 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낼 수 있을 때까지 덜어내고 깎아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가르침, 자기 본연의 모습은 억지로 결심하거나 꺾으려해서 꺽이는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여자이기 때문에 단절되고 억압될 수는 없다는 엄연한 진리. 그런 진리가 진정한 예술로 구현되었을 때 보는 사람으로하여금 강렬한 반응을 불러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비탈리아니의 피에타를 봤을 때 느꼈던 것처럼. 관람한 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박감, 심장고동의 이상증상, 현기증, 우울감 등 이상증상을 느끼게 한다는 비탈리아니의 피에타. 교황청은 이 작품을 한 수도원 지하에 누구도 볼 수 없게 숨긴다. 이 작품을 만든 작가는 한때 파시즘을 선전하는 작품에 관여했다는 과오 때문인지 지금 남아있는 작품들도 거의 없는 상태이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종적을 감춘 상태다. 작품과 작가를 숨겨둔 파드레 파첼리의 이야기와 작품이 탄생하기 전과 직후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흥미를 더한다. 똑똑한 여자로 태어나서 소속된 가문에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에 반항했다 좌절하기를 거듭하던 여자 비올라. 읽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그녀는 책과 신문을 통해 엄청난 지식과 과학적 이론을 축적하고 하늘을 날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어릴 때 발견한 어미잃은 아기곰을 돌보며 비밀스러운 친구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가문이 정한 결혼을 거부하며 창밖에서 뛰어내려 큰 부상을 당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항하지만, 어쩔 수없이 가문이 정한 남자와 결혼한다. 왜소증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조각하는 재능을 가진 가난한 천재소년 미모. 어릴 때 가난 때문에 어머니와 헤어져 홀로 이탈리아에서 도제생활을 시작한다. 그의 재능 때문에 시기와 질투가 이어지고 마을의 유력가문 오르시니 가의 아들 스테파노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고난이 이어진다. 그에게 경악과 충격을 준 신비로운 소녀 비올라를 만나면서 새로운 책과 언어를 배우고 그녀를 동경하는 마음때문에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때문에 그의 재능을 이용하려는 파시스트 정부에도 기꺼이 협력하고 결국 자신을 무시했던 오르시니 가문에서도 인정을 받게된다. 그런 모습에 경악하는 비올라와 번번히 충돌하지만, 비올라가 위태로울 때 언제나 먼저 손을 내민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사제가 되어 종교의 줄을 타는 비올라의 둘째오빠 프란체스코. 모든 선택은 가문을 위한 것. 이를 위해서 어떤 희생도 어떤 협잡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악하게도 똑똑하고 고집센 여동생 비올라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미모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미모의 재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올라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간파한다. 출세를 위해 파시스트와 어울리며 권력으로 나쁜 짓을 서슴치않는 세째 오빠 스테파노. 전쟁에 지원했다가 어이없는 열차사고로 죽은 가문의 큰아들의 그늘에서 늘 비교당하면서 살았던 억한 심정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나쁜 짓만 하면서 자랐다. 파시스트들이 망한 후 여동생이 선거에 나가겠다고 선언하자 경쟁하던 감발레 가문과 협잡하여 가문의 이익을 위해 형 프란체스코와 함께 여동생을 주저앉히고자 미모를 이용한다. 제법 두껍지만, 미모와 비올라 사이의 징글징글한 애정관계와 프란체스코와 스테파노의 가문의 영광을 향한 지독한 욕망에 집중해서 읽으면 누구나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________ 그는 진정하라고 명령하더니 자신은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악의 아름다움은 바로 악이 아무런 노력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결코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저 악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그녀를 지키다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그녀를지키다 #장바티스트앙드레아 #열린책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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