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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흔을 넘어 상세페이지

상흔을 넘어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3,500원
판매가
3,500원
출간 정보
  • 2014.05.02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20.2만 자
  • 2.7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57602261
E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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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분야: 현대소설
* 작품 키워드: 나이차커플 소유욕 짝사랑 재회물 까칠남 나쁜남자 트라우마
* 남자주인공: 류하신 - 학교 이사장. 어릴적 어머니에 대한 아픔을 가진 차갑고 까칠한 냉정한 남자.
* 여자주인공: 연은교 - 하신의 청도집의 집사. 티없이 맑고, 밝은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 이럴 때 보세요: 시련을 딛고 이겨내는 진한 사랑이야기가 필요할 때
* 공감글귀:
내가 이혼을 하고 청도로 다시 돌아온 이유를 알려주지. 바로 너. 널 다시보기 위해서
상흔을 넘어

작품 소개

“늘 죄를 짓는 기분이었어요.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때부터 언제나…….”
세상 밖으로 난생 처음 꺼낸 이야기였다. 너무도 죄스러웠기 때문에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이야기이리라 여겼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가 물어왔다. 당사자인 그가.
어쩌면 그의 앞이라서 꺼내놓을 수 있는 이야기인지도 몰랐다. 온몸이 죽도록 떨리며 그냥 이대로 잠이 들어버렸으면 싶지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작은 도련님께서는 이런 제 마음을 알고 계셨던 모양이에요. 저번에 오셨을 때, 저더러 몸만 자랐다고 하셨던 걸 보면요.”
조용히 눈을 들고 그를 응시했다. 슬픔을 자욱하게 덧씌운 눈빛으로 빈약한 미소를 지으며 무거운 짐을 털어버리듯 더욱 솔직하게 나갔다.
“큰 도련님……. 죄송스럽게도 전,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큰 도련님을 기다렸어요. 어머니로부터 큰 도련님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이곳에 와서 큰 도련님을 만나 뵙게 되며, 큰 도련님께서 이곳을 떠나버린 후에까지……. 아무도 모르게 그래버렸어요. 그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면 아무도 모르게 기다릴 거예요.”
커다란 눈망울 위로 촉촉한 물기가 서렸다. 그것이 방울이 되어 흐르지 않도록 어금니를 깨물며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전 지금으로도 괜찮아요. 옆에 계셔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요.”
“지독한 바보들이었군. 너와 나, 우리 둘.”
하신은 미간을 좁히고 공허한 코웃음을 터트렸다. 서로 같은 마음을 지닌 채 너무도 멀게 돌아와 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모두가 오기로 똘똘 뭉쳐있었던 본인의 잘못이었다.
가슴은 생경할 만큼 먹먹하며 꽉 막히는 것처럼 갑갑했다. 실로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청도 앞바다의 웅장한 파도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랐다. 그는 눈을 감으며 부산스러운 감정을 추슬렀다.
은교는 ‘지독한 바보들’이었다는 말에 그를 쳐다봤다. 그는 무엇인가를 억지스럽게 자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를 조심스레 불러보았다.
“큰 도련님?”
“…….”
하신이 가지런한 속눈썹을 들어올렸다. 불안함을 드리운 그녀의 눈망울을 응시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불안함이 커지지 않도록 늦지 않게 입을 열었다.
“보통은 이럴 때, 품으로 안겨오지 않나?”
“?”
그녀는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추키며 이맛살을 찡긋거렸다.
“고백을 했으면 달려와서 안기는 게 정상이지 않느냐고. 보통의 여자들 같으면.”
“그런……가? 그렇대요?”
그녀는 멀뚱히 되물었고, 그는 설핏 미간을 모았다.
“글쎄,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그 역시 자세히 알지 못했다. 제 아무리 애 딸린 이혼남이라지만 남녀 간의 관계에서는 숙맥인 그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의아해져 있는 그녀를 향해 나직하게 일렀다.
“뭐해? 그대로 있을 거야?”
“정말, 원하세요?”
“…….”
하신은 그렇다며 지그시 눈을 깜박였다. 은교는 조금은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슬그머니 발을 내디뎠다.
한 발, 두 발, 세 발. 그와의 거리를 반쯤 좁힌 후 문득 다시금 멈춰 섰다. 입술을 어색하게 꼼지락거리며 우물쭈물 눈치를 살폈다. 그사이 그녀의 양 뺨은 가을 햇살에 곱게 익어버린 홍시처럼 달아오르고 가슴은 드넓은 초원을 뛰노는 야생마처럼 활기차졌다.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하신이 무뚝뚝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어서 오지?”
“……네, 지금 가요.”
그녀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답하고 다시금 발길을 움직였다.
띄엄, 띄엄, 띄엄.
무진장 뜸을 들이며 목적지에 다다랐다. 이젠 그의 널따란 품 안으로 폭삭 뛰어들 일만 남았다. 그러나 손을 뻗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나머지 말라버린 장작개비처럼 멀쑥하게 서 있기만 했다. 그러자 그녀의 행동을 기다리느라 지겨워진 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어려워?”
뭘 그리 꾸물거리느냐는 것이었다. 은교는 그의 차가운 눈동자를 쳐다보고 어정쩡한 미소를 지었다.
“쉽지만은 않아요.”
“잊었어?”
“뭘……요?”
“내가 청도를 떠나던 날, 넌 자연스럽게 날 껴안았었어. 지금처럼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그건……그때하고 지금하고 같나요? 그땐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였고, 또 청도를 떠나신다니까 어린 맘에 감정이 복받쳐서…….”
은교는 어물쩍 고개를 떨어뜨리고 말끝을 흐렸다. 하신은 보일 듯 말듯 입술을 비틀었다.
“그때하고 지금하고의 차이가 뭐야? 마음은 같다면서. 하물며 지금이 더 나은 상황인데.”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마당이니 더욱 쉽지 않겠느냐는 소리였다. 그 말을 듣고 은교는 어눌하게 웃었다.
“그렇긴 하네요.”
일리 있는 말이라며 가만히 수긍해 들었다. 그러고도 그의 품으로 뛰어드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가 일부러 들으라는 듯 진한 한숨을 내쉬며 팔을 뻗었다. 망설임 없이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고 제 품에 가뒀다.
“애간장을 녹이는 데는 뭔가 있어.”
나지막하게 타박하며 그녀의 아담한 머리채를 감싸 안았다. 아울러 고즈넉하게 시선을 옮기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처럼 덤덤히 창밖을 내려다봤다. 그녀에게서 잔잔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요즘 들어 믿기 힘든 소리들을 자주 듣게 되네요.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큰 도련님이 맞으신가 싶어요.”
은교는 아랫입술을 수줍게 베어 물며 고개를 들었다. 하신은 천천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미간을 꿈틀거렸다.
“그래, 나조차 어색하긴 해.”
다른 이들을 대하는 태도와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완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녀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색다른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며 그 사실은 그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그녀가 사랑스런 미소를 건넸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어요.”
“?”
“가끔 뵈면 이쪽 창밖만을 내려다보고 계시더라구요? 이쪽은 뒤뜰밖에 안 보이는데. 경치는 저쪽 창가가 훨씬 좋잖아요? 멀리 초원도 보이고 날이 좋은 날엔 바다까지도 보이고.”
그의 습관일까 싶다가도 왜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그는 짙은 어둠과 무거운 안개로 푸른빛이 너울지는 뒤뜰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보는 건 경치가 아니야. 너지.”
“저……요? 절 어떻게? 제가 매번 뒤뜰에 나가 있는 건 아닌데.”
은교는 의아하게 미간을 모았다. 하신은 자신이 늘 바라보던 곳을 주시했다.
“내 눈엔, 해가 떠오르건 날이 저물건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어린 연은교가 놀고 있어.”
침착하게 시선을 돌리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녀가 그의 눈동자를 마주보고 어안이 벙벙해진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뒤뜰에서 노는 절……보고 계셨다는 말씀이세요? 다락방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을.”
“정말……이세요?”
그녀의 검은 눈망울이 급격히 흔들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입꼬리에 아련한 미소가 스쳤다.
“어린 연은교는 봄이면 꽃씨를 심었고, 여름이면 수돗물을 사방으로 뿌려댔지. 가을이면 억새풀을 꺾어다 군데군데 심어 놓기도 했고, 겨울이면 눈을 밟으며 발자국 꽃을 만들곤 했어.”
어린 그녀의 모습을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봤다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다. 놀란 듯 경직되는 그녀의 눈망울을 부드럽게 바라보며 미간을 찡긋거렸다. 은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몰랐어요. 절 보고 계신 줄은……. 전 그냥 바라보기만 했었어요. 큰 도련님께서 뒤뜰에서 노는 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매일같이 그곳에 나가 놀았어요.”
“그런 네 덕분에 답답한 다락방의 생활이 지루하지 않았어. 그러나 너와의 그 모든 것은 내가 아닌 하윤이 놈이 함께했지.”
그는 어린 날을 함께해주지 못한 것이 은연중 아쉬웠다. 그녀가 잽싸게 턱을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큰 도련님께서도 함께 계셨어요. 전, 큰 도련님과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늘 그곳에서 놀았으니까요. 이제 보니, 정말 함께하셨네요. 저와 함께해 주셨던 거예요.”
애틋한 눈빛으로 울컥대듯 솟아나오는 감사함을 표했다. 하신은 한쪽 눈살을 가늘게 찡긋거리고 입을 떼었다.
“바보 같은 연은교.”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본인이라는 뜻이었다.
은교는 입술을 넓혀 작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바보 같다는 그의 말이 민망하면서도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리하여 어떤 계산도 없이 그의 널따란 품 안으로 뛰어들며 자그맣게 속삭였다.
“하신. ……나의 예쁜 큰 도련님.”
“…….”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그녀의 목소리를 가슴으로 들었다. 너무도 긴 시간을 애달프게 돌아와 버린 만큼 소중한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부풀었다. 또한 오래도록 묵혀져 있던 상흔들이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나풀나풀 휩쓸려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소박한 향기만을 남긴 채 언젠가는 아주 사라져버릴 듯싶었다.

작가 프로필

여해름
국적
대한민국
경력
‘줄리엣의 발코니’ 소속 작가
'로망띠끄' 소속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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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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