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오빠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영국에 온 유하나!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기억을 잃은 그녀 앞에 TV속에서나 보던 쟁쟁한 축구스타들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사랑스럽고 영리한 그녀의 히어로는 과연 누구일까? 펜던트의 주인인 김은결일까 아니면 사사건건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는 라이언일까? 남녀칠세부동석을 가훈으로 여기는 순진한 한국 낭자의 영국 로맨스.
[미리보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차가 신호에 걸리자 라이언은 옆 좌석에 앉은 여자를 보며 물었다. 병실에서부터 지금까지 내내 스웨터를 평평하게 잡아당기고 있는 여자가 미련해 보이는 그였다.
‘별로 굴곡 있는 몸매도 아닌데 까칠하긴.’
글래머를 선호하는 그의 눈엔 별로 굴곡도 없어 보이는 가슴을 저렇게 신경 쓰는 게 이상하기만 하다. 어느 정도 가슴 있는 여자도 쫄티에 노 브라로 당당히 젖꼭지를 내놓고 다니는데 풍덩한 스웨터를 입고도 왜 저러는지 도통 모르겠다.
‘사고를 당하면서 머리 회로가 바뀐 건가? 애초에 브래지어가 없었던 걸 보면 이 여자도 노 브라를 즐기는 족속인데 새삼 왜 저러지?’
“신경 꺼요. 그냥 저쪽 차에 타고 가면 되는데 왜 굳이 따라가려는 거예요?”
“은결이랑 같은 차가 아니라 유감스러워하는 건 알겠는데 나도 책임감 이란 걸 아는 사람이라서 말이야. 쟝의 와이프에게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의 말에 여자의 입이 뾰로통해졌다. 옆 눈으로 앞으로 쏙 나온 여자의 빨간 입술과 스웨터를 잡아당기느라 실핏줄 돋은 손을 보며 라이언은 신경이 거슬렸다.
“어휴, 진짜!”
갑자기 그가 급커브를 틀자 몸이 휘청한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스웨터를 잡고 있던 손을 놓으며 라이언의 허벅지를 손으로 짚었다. 휘청이는 몸의 균형을 잡느라 그의 허벅지를 잡은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출렁이며 얼굴을 간질이는 그녀의 머리카락과, 갑작스레 닿은 손길에 라이언의 몸이 움찔했다.
“깜짝이야. 무슨 짓이에요?”
몸을 등받이에 기댄 그녀가 허벅지에 놓인 손을 재빨리 거둬들이며 그를 흘겨보았다.
“여보세요? 쟝? 잠깐 어디 좀 들렀다 갈게. 응. 먼저 가.”
그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라이언은 앞서 가던 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딜 가는데요?”
불안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를 그는 흘낏 바라보았다. 놀란 탓에 스웨터를 잡아당기는 걸 깜박한 여자의 가슴선이 보였다. 두꺼운 스웨터 위로 또렷이 드러나는 자그마한 유두를 본 그가 턱으로 그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덮치는 거 아니니까 안심해. 그걸 해결하러 가는 거야.”
“네? 앗!”
그의 턱 끝을 따라가다 자신의 가슴을 발견한 여자가 화들짝 놀라며 스웨터를 잡아당겼다. 금세 얼굴이 시뻘게진 여자가 그를 째려보았지만 라이언은 무표정하게 상점가로 차를 몰았다.
“여긴?”
차를 세운 라이언이 문을 열어 주자 밖으로 나온 그녀는 속옷 가게를 발견하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브래지어가 없어서 불편할 텐데 하나 사야지. 자 어서!”
에스코트하며 앞서 걸으려는 그를 여자가 멈춰 세웠다.
“설마 함께 들어가자고요?”
“그게 왜?”
“여기 있어요. 나 혼자 다녀올게요.”
그는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한국에선 남자랑 속옷 사러 가는 것도 평판 떨어지는 짓인가?”
“아무 관계도 아닌 남자 앞에서 속옷을 고르는 게 당황스러울 뿐이에요.”
‘참 어렵게 사네!’
“그럼 여기.”
그가 카드를 건네자 여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나도 속옷 하나 살 돈은 있어요.”
“며칠 머물려면 다른 옷도 필요할 거야. 2백 달러론 부족할 텐데?”
“그래도.”
“부담 갖지 마. 사고 위로금이라고 생각하고 맘껏 써.”
망설이던 그녀가 그의 카드를 받고 가게 안으로 사라지자 라이언은 차에 기대 선 채 물끄러미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여자!’
카드를 내밀자 모욕 받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만난 그동안의 여자들은 그가 사주는 옷과 보석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는데 저 여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