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선정, 결국 삶에 지치고 말아.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다시 시작되는 푸른 바다 밑.
“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푸른 눈의 그가 선정을 다그친다.
여기는, 그러니까 여기는……
고단한 선정의 삶에 찾아온 푸른 사막.
오로지 사랑만이 꽃 피울 수 있는 그 푸름 속에서
선정, 후와 마주선다.
그대, 내 손을 잡아. 나를 놓지 마…….
<본문 중에서>
“혹시, 처음부터 나한테 반했어요? 보자마자? 그래서 그렇게 나한테 못 되게 굴었던 거야?”
대답 없는 후 대신에 선정이 천진한 얼굴로 되물었다. 정직하고 바른 물음이 후의 가슴에 박혀 든다. 이 작고 어린 여자가 제 가슴 깊이 파고들어 똬리를 치는데 막상 후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제 가슴을 파고든 여자가 빠져 나갈까 봐 문이란 문은 다 걸어 잠가 가두고 싶다. 그렇게 제 심장에 박아 두고 어디에도 못 가게. 휴우. 이건 정말, 인정하기 어려울 만큼 유치하지만 독한 소유욕이다.
후는 그런 자신을 다 드러낼 수가 없어 입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그대로 두면 끝없이 종알거리며 제 마음을 다 헤집을 선정의 입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여자의 입을 계속 열어 놓으면 또 얼마나 저를 흔들고 콕콕 찌를지 감도 안 오니까.
그래서 후의 입술이 다시 선정의 입술에 찾아들었다. 몸을 내리누르며 제게로 겹쳐 오는 후 때문에 선정은 잠깐 놀란 눈이 되었지만, 이내 후를 밀어내려 했다.
“잠깐, 잠깐…….”
선정의 입술을 벌리려는 후를 거칠게 밀어내려는 선정 때문에 후가 얼굴을 들어 선정과 조금 거리를 벌였다. 하지만 후의 긴 다리는 이미 선정의 두 다리를 꼭 끼고 있었다.
“계속 방에만 있어요? 나 아직 여기 구경도 한 번 못 했어요. 응? 이건 나중에 하고 우리 밖에 구경이나 좀 나가요.”
일렁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후에게 선정이 불만스럽게 말했지만, 후는 선정의 불만을 받아줄 수가 없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나중에. 그거야 말로 나중에 실컷 보게 해 줄게. 얼마든지. 하지만 지금은 이게 더 급해.”
다시 후의 입술이 선정의 입술에 내려앉았다. 보드랍게 선정의 입술은 문 후가 잘근잘근 선정의 입술을 핥자 언제 반항했냐는 듯이 선정의 입술이 열렸다. 따스하게 벌어지는 선정의 입술을 놓치지 않으며 후의 혀가 선정의 입안으로 스르륵 밀려들어 왔다.
선정의 고른 치아를 한 번 훑은 후의 혀가 선정의 혀에 살짝 와 닿자 선정의 혀가 부끄러운 듯 후의 혀에 감겨왔다. 두 사람의 혀가 서로에게 몸을 감으니 참기 힘든 뜨거움이 목 안에서 차오르기 시작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의 혀에 매달리는 두 사람의 맞붙은 입에서 뜨거운 숨이 넘나들었다.
타액이 차올랐다. 서로에게 겹쳐 섞이는 타액이 번갈아가며 두 사람의 목 안으로 넘어갔다. 그렇게라도 서로의 뜨거워지려는 열기를 조절하려는 듯이 후와 선정이 상대의 타액을 제 목 안으로 삼켰다.
한참을 선정의 턱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대던 후의 손길이 스르륵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이미 가쁜 열기로 뜨거워지기 시작한 선정의 피부를 후의 손끝이 부드럽게 짚었다. 매끈한 목선을 따라, 파닥이는 혈관을 따라 짚듯이 내려가던 후의 손끝이 선정의 움푹 파인 쇄골에서 멈춰졌다. 그리고 누르듯이 선정의 쇄골을 매만지던 후의 손끝이 쇄골 사이, 골을 만든 피부 위에 둥그런 호선을 그렸다. 피부 밑 빠르게 돌던 선정의 피가 움찔 움찔 혈관 벽을 쳤다. 그러는 동안에도 후의 혀는 내내 선정의 혀를 놓지 않고 끝없이 어루만졌다.
선정의 피를 요동치게 만든 후의 손끝이 다시 선정의 하얀 피부를 미끄러져 내렸다. 후의 손끝이 닿는 자리마다 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었지만, 후는 거침없이 선정의 피부에 저만의 그림을 그렸다. 붉고 향기 나는, 뜨거운 마음을 새기듯이 그려 넣는 후의 손끝이 장인의 그것만큼 세심하고 정성스러웠다.
그리고 후의 손가락이 선정의 짙은 유두에 닿았다. 후는 두 개의 손가락 사이에 선정의 꼿꼿이 선 유두를 끼우고 살살 문질렀다. 아이를 어르듯, 바스러지기 쉬운 꽃잎을 매만지듯 선정의 유두를 매만지는 후의 손길이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선정은 끓어오르는 신음을 토해냈지만, 후의 입술에 가로막혀 선정의 신음은 입 밖으로 빠져나오진 못했다.
꿀꺽. 선정의 신음을 삼킨 후가 천천히 선정의 입 안에서 제 혀를 물렸다. 그래도 아쉬운지 선정의 입술을 여러 차례 부드럽게 빨던 후의 입술이 제 손끝이 움직였던 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선정은 후의 입술이 살며시 제 피부를 빨며 길을 만들 때마다 저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였고, 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뜨거움을 참기 힘들어 후의 긴 머릿결을 제 손가락에 감아쥐었다.
후의 입술이 선정의 유두에 닿았다. 후는 조심스레 선정의 유두에 입술을 맞추고 살짝 선정의 유두를 혀로 핥아내더니, 이내 덥석 선정의 유두를 입안으로 삼켜버렸다. 그리고 혀로 빙글 돌렸다가 스륵 핥아보기도 하며 선정의 유두가 저릿해질 때까지 줄기차게 선정의 유두를 머금고 놀았다.
“아하학.”
후의 입이 모든 근육을 동원해 선정의 유두를 빨아 당기기 시작하자, 선정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후는 더 가열차게 선정의 유두를 빨아 당겼다. 마치 젖을 빠는 아이처럼, 있는 힘껏 선정의 유두를 빨아대는 후 때문에 선정은 머릿속이 아찔해 지는 것 같은 쾌감에 빠졌다. 아픈 듯 시원한 쾌통에 선정이 허우적댔다. 선정의 허리를 지분대던 후의 손이 선정의 팔을 쓸어주었다. 괜찮다는 듯이.
그리고 후의 입술이 선정의 유두를 놓아주었다. 후의 입술은 다음을 향해 천천히 내려섰다. 가슴을 지나 매끄러운 배를 지나 옴폭 파인 배꼽 위에서 입술로 그림을 그리던 후가 혀로 선정의 배꼽을 파고들자 선정이 길게 울었다.
“좋아. 아주, 좋아.”
낮게 쉬어버린 듯한 후의 목소리가 선정의 피부를 움찔거리게 만든다. 선정의 몸을 부드럽게 만드는 수분을 만들어낸다. 선정은 제 몸에 차오르는 수분을 느끼며 제 몸이 한껏 유연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선정을 후도 알았을까? 선정의 팔을 쓰다듬던 후의 손길이 다시 선정의 부드러운 곡선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후의 손길이 매끄러운 선정의 엉덩이를 감싸고 느리게 선정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이미 한껏 젖어버린 선정의 입구에서 후의 손길이 보드랍게 촉촉한 입구를 건드리자 선정이 두 다리를 오므리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여유를 잃지 않는 후의 손길이 보드랍고 통통한 살점을 꾹 눌러본다.
“핫.”
놀란 듯이 터져 나오는 선정의 단말마. 후가 빙그레 웃었다.
“긴장하지 마. 그런다고 안 할 것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