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25세)
-자신의 생명처럼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뉴욕으로 건너와 힘든 시간을 보낸다.
죽을 것 같은 상실감을 친구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극복해 나가던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지만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에릭(30세)
-자선 파티에서 자신의 마음과 몸을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끌어당기는 여자를 우연히 마주친 후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유능한 사업가이고 매력남이지만 파티와 여자들에 휩싸여 있던 그의 삶이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삶으로 달라져 버린다. 그녀를 향한 사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나날이 커져만 간다.
그러나 그녀, 쉽지 않다. 단단한 벽에 자신을 가두기라도 한 것처럼 그를 밀어낸다.
현민(30세)
-그녀를 떠나 보냈다. 서로의 심장이 하나로 연결되어 뛰던 그녀를 자신의 삶으로부터 떼어놓을 수 밖에 없었던 남자.
그러나 그들의 인연의 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죽음조차도 뛰어 넘는 그들의 사랑이 다음 생까지 이어져 간다.
-본문 중에서-
“지나, 무슨 말이야? 날 떠난다는 거야?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그 사람에게 가려고 날 떠난다고? 왜 이래, 지나 정신차려. 그럴 수 없어. 못 보내. 나도 지나 없이 살 수 없어. 그 사람만 그런 거 아니야. 제발 정신 차리고 나를 봐. 지나는 여기서 나와 함께 있어야 해. 떨어질 수 없어!”
“Eric, 제발 나는 돌아가야 해. 현민 씨가 숨을 쉬고 살아 있어. 내가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일이 이루어졌어.”
Eric은 빨리 이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지나의 뺨 위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은 퉁퉁 붓고 빨개졌다. Eric은 지나를 끌어안고 그만 울라고 다독였다. Eric의 셔츠가 지나의 눈물에 젖었다. Eric도 울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현실을 돌아 서서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나가 이렇게 아파하는 것은 Eric이 받을 상처와 아픔 때문이란 걸 알기에 너무나도 사랑하는 여자의 울음 앞에서 Eric의 가슴은 더 무너졌다.
“지나, 제발 이러지마. 나 혼자 두고 떠나면 안 돼. 너 없이 어……떻……게 살……아.”
Eric이 지나의 얼굴을 잡고 두 눈을 들여다보며 울었다.
“나는 이제 너 없으면 무엇을 해도 의미가 없어. 나를 사랑하잖아. 우리 너무 행복했는데, 너 때문에 바보가 돼도 좋았고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회사에 가서 일하고 너를 만날 수 있는 저녁이 오는 것이 너무 좋았어. 주말에 너와 함께 지내면 온 세상을 얻은 것처럼 너무나 좋아서 가끔은 혹시라도 이게 꿈일까 봐 두려울 때도 있었어.”
"Eric, 나도 그랬어. 너무 행복했어.“
“그런데 왜 떠나려고 해?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해서? 지나, 제발 이러지마.”
“Eric, 미안해. 너무 미안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이럴 거면 나에게 그러지 말았어야지. 나를 너에게 중독시키지 말았어야 해. 내 몸과 마음 모두가 너에게 가 있는데, 너를 나에게서 떼어 낼 수가 없는데, 너무 너와 깊이 연결되어 있어서 너 없으면 난 아무 것도 아니게 됐는데 이럴 수는 없어. 이……럴……수……는”
“Eric!"
지나가 너무 고통스러운 눈으로 그를 봤다. 아파하는 그를 안아 주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눈물도 닦아 주고 가슴에 안고 쉬게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지나 마음의 많은 부분이 그에게 가고 싶어해서 지나는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대 있었다. 눈을 감아도 Eric의 고통이 피부를 뚫고 들어왔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쿠션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울었다. Eric이 다가와 지나를 가슴에 안아 주었다.
“지나, 그만 울고 나를 봐. 어떤 상황이라도 그 사람에게 돌아 갈 거야?”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를 위해 우는 거야? 남겨질 내가 가슴 아파서?”
“미안해. Eric, 말할 수 없이 미안해. Eric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 아프게 하고 말았어. Eric은 나를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내가 그 파티에 가지만 않았어도, 브라이스 캐넌에 가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Eric, 미안해.”
“지나, 또 다시 이런 상황이 된다 해도 난 지나를 만날 수 있다면 백만 번이라도 그 때로 다시 돌아가 파티에서 지나를 만날 거고 사랑하고 또 사랑할 거야. 지나를 만나 사랑하며 산 시간들은 내 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어.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을 거야. 그런 말은 하지마. 지나 이거 하나만 진심으로 대답해주고 약속해 줘. 나도 사랑하지? 솔직히 말해 줘.”
“많이 사랑해. 그래서 너무 괴로워. 하지만 난 현민 씨한테 가야 해. 그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건 바꿀 수도 그 맘이 바뀌지도 않을 거야. 아무리 Eric을 사랑한다고 해도.”
“지나, 그럼 이제 약속해 줘. 그에게 돌아가. 하지만 만약에 그를 잃고 혼자가 된다면 반드시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돌아와야 해.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아. 지나의 인생에 그 사람 말고 남자가 있다면 그건 나인 거야. 이건 운명이야.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 그 사람보다 빨리 지나를 만나 사랑하는 운명이었다면 말할 수 없이 좋았겠지만 우리가 여기서 만나서 사랑하게 된 것도 또 다른 운명이었던 거야. 마음은 찢어지지만 지나가 완치된 그 사람과 행복하게 살아가게 된다면 나도 받아 들일 거고 지나의 행복을 빌어 줄거야. 하지만 그를 떠나 보내고 홀로 남겨진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길을 잃지 않고 나에게로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 오겠다고 약속해 줘.”
“약속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