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있을까?
세상엔 많은 사랑이 있습니다.
가슴 떨리는 사랑, 첫눈에 반한 사랑, 만나면서 정이 들어버린 사랑……, 기타 등등
여기 또 하나의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닥친 시련에 좌절하는 여주에게 너무 급작스런 사랑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랑에 빠져드는 남녀가 있습니다.
9년을 사귄 남자에게 한 순간에 버림받은 소향에게 그때부터 시련이 닥치기 시작합니다.
3년을 쫓아다니고, 6년을 사귄 남자 친구에게 사귄지 6주년이 되던 날 이별통보를 받았고, 그거로도 모자란다는 듯 호텔 게시판엔 소향이 오히려 질 나쁜 가해자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게시판뿐 아니라 호텔로 투서까지 날아오는 상황에 소향은 맨붕에 빠집니다.
하지만 절망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사건은 점점 더 꼬여갈 뿐입니다.
결국 스토커에게 납치까지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적극적으로 탈출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향입니다.
그런 소향의 구세주. 강대한.
대한은 6년 전 소향을 보고 첫 눈에 반했었지만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쿨 하게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후 소향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에 기회를 보고 있던 중 사건에 연루가 됩니다.
대한의 소향 구출작전.
과연 잘 될까요? 그래서 대한은 6년의 짝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본문 중에서-
“하실 말씀이 딱히 없으시면 전 그만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승진의 말에 그런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빙그레 미소 짓는 대한이다.
“전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지금부터 본론을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벌써 가시겠다고 하면 제가 섭섭합니다.”
“제가 도착하고 30분이 지날 동안 강 이사님은 계속 겉만 빙빙 도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건 저를 여기 잡아놓을 사건이 터졌다는 것일 거고. 그것이 강소향 씨랑 연관이 있다는 말씀 아닙니까? 그런데 전 제가 왜 강 이사님의 그 심심풀이 땅콩 같은 장난에 장단을 맞춰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강 이사님과 할 말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그만 가보겠습니다.”
대한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뒤 돌아서는 승진이다. 혹시나 싶어 마음이 급해지지만 대한에게 약점이 잡힐까 최대한 침착한 걸음을 유지하려 애쓰는 중이다. 말의 높낮이부터 걸음걸이까지 그 어느 것 하나도 책이 잡히면 안 된다. 강 이사는 남자가 보기에도 상당히 단단한 사람이다. 장난을 가장한 그의 행동 이면엔 매서운 매의 눈과 발톱이 숨겨져 있다. 조금의 약점이라도 노출이 되는 날이면 자신은 이미 그의 발톱에 매달린 처량한 토끼가 되어 있을 것이다. 긴장감으로 똘똘 뭉친 다리를 들어 표 나지 않게 한발 막 디디는 찰나 자신의 등 뒤로 느릿하지만 서늘한 기운을 담은 목소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제가 강소향 씨를 좋아합니다. 아니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립니다. 강소향 씨에게 함부로 대하지 마십시오. 제가 곧 찾으러 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소향 씨 잘 지켜주십시오.”
진지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의 목소리에 승진의 발걸음이 딱 멈춘다. 긴장으로 굳어있던 근육들이 분노하듯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며 저 스스로 마구 흔들리는 기분이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치고 올라오는 분노가 자신을 덮기 시작하자 여태껏 잘 유지하고 있던 포커페이스가 대한의 한 마디에 무너지려는 듯 요동을 쳐대며 본색을 드러내려 하자 가까스로 한숨을 삼킨 승진이 겨우 가슴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뒤돌아선다.
뒤돌아서는 승진의 얼굴은 언제 전쟁을 치렀나 싶게 평온하게 변해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사님이 강소향 씨를 좋아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걸 왜 저에게 부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성 세프님이 소향 씨랑 친한 것 같아 일부러 부탁드리는 겁니다. 여행 갔다 오겠다고 말한 뒤로 소향 씨가 연락이 안 되서 말입니다. 그런 것 있지 않습니까? 좋아하는 사이는 하루라도 연락이 안 되면 불안해지는 것. 여행갈 때 그랬거든요. 혹시 연락이 안 되도 걱정 말라고. 잘 다녀오겠다고. 갔다 와서 우리사이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해 보자고 말입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벌써 열흘이 지났지 않습니까? 하루도 얼굴 안 보면 미칠 것 같은데도 열흘을 아무 말 없이 꾹 참고 기다렸지만 이젠 하루도 더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혹시 성 세프님과는 연락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사적인 일을 호텔에서 대화하기엔 아니다 싶어 일부러 이곳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소향 씨가 여기서 보는 야경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오늘은 유독 소향 씨가 보고 싶고 소향 씨의 향기가 그리워져서 소향 씨와 같이 왔던 이곳으로 약속을 잡은 겁니다.”
“이사님이 소향 씨와 사귀신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금?”
승진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오기 시작한다. 그에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대한이다. 드디어 입질이 시작된 느낌이다. 좀 더 강한 입질이 올 때까지 계속 미끼를 흔들어 유혹을 해야 한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짜릿함에 손가락 끝부터 전율이 느껴지자 얼른 주먹을 쥐는 대한이다. 사소한 부주의 하나로 인해 대어를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르셨습니까? 전 소향 씨가 성 세프님에 대해 말 할 때마다 참 고마운 분이구나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소향 씨가 김영규 씨와 헤어진 지 겨우 보름 남짓 지났을 뿐인데 어떻게 이사님과 사귈 수 있습니까?”
“참, 세프님도. 남녀관계는 하룻밤사이에도 변하는 법입니다. 소향 씨가 김영규 씨와 사귀는 데는 6년이 걸렸어도 헤어지는 데는 하루였듯이 말입니다. 저와 소향 씨가 사귀는 것도 시간과는 상관없는 일이었습니다. 아직 소향 씨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초조해져서 말입니다. 혹시나 싶어 성 세프님께 도움을 청하고 있는 겁니다. 제 부탁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