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지윤-5년 사귄 남자에게 실연당한 여자.
강윤후-실연당하는 여자에게 심장이 흔들린 남자.
*본문 중에서
지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쩌면 나쁜 꿈을 꾸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분명 이건 악몽이었다. 그때였다. 무언가 입술을 스치고 지나가더니 쪽 하는 소리가 났다.
“엄마야.”
지윤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위험해.”
윤후가 지윤을 잡아당겼다. 뒤쪽으로 쌩하니 차가 지나갔다. 위험할 만큼 가깝게 지나간 건 아니었지만 속력과 소리 때문에 지윤은 깜짝 놀랐다. 놀란 건 윤후도 마찬가지였다. 윤후는 엉겁결에 지윤을 가슴으로 끌어 당겨 안았다. 그러자 의외로 꼭 들어맞게 쏙 들어왔다. 그게 기분 좋아 윤후는 지윤을 두 팔로 꽉 끌어안았다. 당황한 지윤이 열심히 밀어냈지만 단단하게 닫힌 팔은 열리지 않았다.
“어머, 이 사람 미쳤나 봐.”
“잠깐만.”
“놔요.”
“오 초만.”
지윤은 당황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이 남자는 제정신이 아니야. 어떻게 처음 보는 여자한테 이럴 수가 있지? 게다가 오 초라고 해놓고 놓지를 않는다.
“이봐요, 오 초 지났어요.”
지윤이 윤후의 품에 안겨 웅얼거리며 항의했다.
“시간을 안 셌잖아.”
“진짜 미쳤나 봐.”
“안 세면 계속 안고 있는다?”
이쯤에서 지윤은 남자가 정말 그러리라는 걸 알았다. 왜냐고? 이 남자는 이상한. 그리고 동시에 미친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윤은 오 초를 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단단한 품속에서 나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 내 팔자야. 그렇게 푸념을 하고 지윤은 입을 열었다.
“오, 사, 삼, 이, 일, 땡.”
“한 번만 더.”
나쁜 놈.
“오, 사, 삼, 이, 일, 땡.”
드디어 지윤은 윤후의 품에서 벗어났다.
“착하기도 하지.”
윤후가 빙글거리며 말했다.
‘내가 너를 성희롱으로 고발하지 않으면 염 씨가 아니다.’
지윤이 이를 갈며 결심했다.
‘이 사이코, 변태, 또라이.’
분했다. 발을 동동 구를 만큼 분했다. 지윤이 이 미친 본사 대리를 한 대 때려줄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택시가 스르르 다가왔다. 지윤은 얼른 택시에 오른 다음 윤후가 탈까 봐 문을 탁 닫아버렸다.
“아저씨 얼른 가주세요.”
택시가 기다렸다는 듯 출발했다. 지윤이 달리는 택시안에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윤후는 멀어지는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드는 중이었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흘리면서. 미남의 탈을 쓴 악마였다. 지윤은 저도 모르게 바이바이라도 하려는 듯 올라가려는 손을 움찔 움켜쥐었다. 악마가 미남계를 쓰는 중이었다. 지윤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홀리면 망하는 거야.
“싸우셨어요? 애인이 탤런트 뺨치게 생겼네요.”
택시 아저씨가 말했다. 지윤은 발끈 터져 나오려는, 째질 듯 들릴 것이 분명한 부정의 비명을 겨우 눌러 참았다.
“얼굴만 잘생겼지 성질은 못돼처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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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나쁜 놈. 지윤은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지금 속으로 내 욕했지?”
“…….”
“진짜네? 아니라고 하지.”
“거짓말 싫어해요.”
“그래서 속으로 욕한 걸 시인한다고? 들은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 자신의 양심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옳지 않아. 지독하게 이기적인 생각이지. 마음의 상처라는 게 몸의 상처와는 또 달라서 상처가 한 번 생기면 평생 가는 거라고.”
남에게 들은 얘기에 살을 붙여 옮긴 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지윤이었다. 남자가 줄줄이 읊는 얘기를 듣자니 자신이 아주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미안해요.”
지윤은 결국 윤후에게 사과를 하고야 말았다.
“좋아 받아들이지. 그럼 대답은?”
“예?”
“그날 잘 들어갔느냐고.”
따끔한 훈계를 들은 덕에 지윤이 한풀 꺾였다.
“……예, 잘 들어갔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럼 수고해.”
윤후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또 망했어. 지윤은 울상을 지었다.
******
“책임져.”
윤후의 입술이 지윤을 찾았다. 윤후의 호흡이 뜨겁고 거칠었다. 떨리는 것도 같았다. 지윤은 알았다. 윤후가 진짜 흥분했다는 걸. 윤후의 몸이 누르는 묵직한 무게감 속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남자의 성. 윤후의 남성이 잔뜩 화를 내고 있었다. 아까도 못 느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터질 것 같이 거대해진 것 같았다. 무서워할 필요 없어. 지윤은 스스로를 달랬다. 실전이 없다 뿐이지 알아야 할 건 다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무서워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애도 아니고……. 아니다, 그래도 무서웠다.
“……이상해.”
윤후의 남성이 툭툭 밀어붙이는, 자신의 은밀한 부분의 감각이 아찔아찔했다. 그리고 더 깊은 곳에선 거대한 맥박이 팔딱거리는 것 같았다. 팔딱거리는 맥박은 욱씬욱씬 쑤시는 것도 같았다. 어지러웠고 숨이 막혔다.
“잠깐만.”
윤후의 손이 지윤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왔다. 지윤이 놀라서 윤후의 손을 잡았다.
“쉬이, 괜찮아. 그만하라고 하면……알지?”
윤후의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차라리 손으로 나를 만져줘.”
“…….”
“어서.”
그래서 지윤은 윤후가 이끄는 대로 손을 윤후의 등으로 가져갔다. 가져가기는 했지만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읏.”
지윤이 허벅지를 오므렸다. 하지만 이미 윤후의 손가락이 사이에 묻힌 후였다. 윤후는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그래서 움찔 몸을 빼려던 지윤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주 조금씩 속옷 위에서 윤후의 손가락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아, 이게…….”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지윤의 다리에 스르륵 힘이 빠졌고 윤후의 손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속옷을 들추고 슬며시 들어온 손가락이 예민한 부분을 살살 긁었다.
“아읏.”
지윤이 진저리를 치며 허리를 움직였다. 뒤로 빠지려는 허리를 윤후의 손가락이 따라 들어갔다. 좀 더 깊게, 더 깊게. 깊은 곳을 찾아 손가락이 움틀거렸다. 지윤이 윤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얼굴을 윤후의 가슴에 묻은 지윤이 뜨거운 숨을 내쉬며 바르르 몸을 떨었다. 윤후는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아 한 손으로는 지윤을 끌어안고 다른 손으로는 지윤의 깊은 곳을 두드리고 있었다. 만지고 비비고 살짝 안을 엿보며.
“흐응……아앙.”
지윤이 투정 같은 신음을 흘렸다.
“소리도 너무 귀여워.”
지윤의 내부가 잘게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흥분하고 있어 내 손길에. 윤후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손가락이 제멋대로 노는 것 같았다. 아아, 너무 좋아. 뜨겁게 조이는 그곳에 파묻히고 싶었다. 끝도 없이.
“아앗,……읏……읏.”
지윤의 허리가 휘기 시작했다. 윤후는 손가락으로 지윤의 내부를 비볐다. 매끌거리고 따뜻한 느낌이 미칠 만큼 좋았다. 아아, 들어가고 싶어. 당장 들어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윤후는 지윤의 감각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비비는 속도와 누르는 강도를 점점 세게 했다.
“아앗.”
지윤의 허리가 튕겨져 올라갔다.
“헛.”
지윤의 내부가 윤후의 손가락을 꽉 죄어들고 있었다. 윤후의 뱃속에서 화끈 불길이 일었다. 안 돼. 윤후는 터질 것 같은 분출을 이를 물고 참아냈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순간 안타까운 느낌의 황홀경이 옴 몸을 때렸다. 느닷없는 충격이었다.
“헉……흐윽……윽…….”
분출은 아니었지만 분명 절정을 느낀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 절정이었다.
“으응……읏……아아…….”
윤후를 바짝 뒤따라 지윤의 흥분이 터져 올랐다.
“아아.”
윤후는 자유로운 팔로 클라이막스에 취해 몸을 떠는 지윤의 몸을 으스러지도록 꽉 끌어안았다. 지윤의 내부는 계속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고 윤후의 손가락은 아직 그 경련에 취해있었다. 윤후는 자신의 손가락에게 질투 했다. 아아, 내가 들어갔어야 하는 건데…….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달콤했다. 윤후는 아쉬움을 담아 지윤에게 깊게 키스했다. 최초의 클라이막스를 경험한 지윤에게서 짙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몽롱하게 취할 것 같은 향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