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계의 떠오르는 신성, 바이올리니스트 라채희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비밀이 드러나던 날, 그녀는 그와 정략적인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차갑고 오만하기 그지없는 그 남자와 결혼생활이라니 과연 괜찮은 걸까.......
그녀를 눈에 담은 서한그룹의 후계자,
어머니에 대한 연민,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찬 차가운 가슴에 불꽃이 일렁거리는데 .......
라채희, 넌 내 여자다. 누가 뭐라고 해도 무슨 일이 생겨도 그것만은 변하지 않아.
난 그것만 생각할 거다.
네가 내 심장을 물었으니 기꺼이 네게 물려주겠다.
설령 피를 흘린다 할지라도.......
-본문 중에서-
“그래서 나와 결혼을 하겠다고?”
되묻는 태조는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네.”
“왜 마음이 바뀌었지? 절대 결혼하지 않을 것처럼 하더니.”
“승낙의 대답이 너무 늦었나요?”
“원래 내가 미련을 두는 편이 아니라서.”
어떻게든 상관없다는 말투였다. 결혼하겠다고만 하면 모든 것이 순조로울 거라 믿었던 채희는 그의 반응이 낯설었고 왠지 모를 불안감마저 느껴졌다. 그래서 나와 직접 얘기하겠다고 한 걸까.
“그 말은 당신의 제안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태조는 자신의 시큰둥한 반응에 초조한 듯 아랫입술을 연신 깨물고 있는 채희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폈다. 거절당할까 봐 두려운 듯 조심스럽게 묻는 그녀의 모습에 태조는 묘한 승리감을 느끼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직, 유효하다면?”
“당신 제안 받아들일게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가 뭐지?”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이지만 태조는 그래도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채희가 그의 질문에 어떤 식의 대답을 내보일지 내심 궁금해서였다.
“내 마음까지 당신에게 말해야 하나요?”
“무슨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해서 말이야.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니 내 입장에선 의심할만한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는데.”
“다 알고 있잖아요.”
“뭘 말이지?”
그는 심술궂게 그녀를 자꾸만 궁지로 몰아넣었다.
“당신이 미치도록 좋아서 결혼하려는 게 아니란 거 말이에요. 당신 도움이, 서한의 힘이 필요해서라는 거 알고 있잖아요?”
기어이 답을 듣고야 말겠다는 그의 태도에 괜히 마음이 꽁해진 채희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을 덧붙여버렸다. *******
"나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게 있나?”
“그건......․”
채희는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늘어놓는 태조를 보며 지금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표정을 보니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보군.”
어리둥절해 하는 채희를 바라보며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서서히 어둡게 잠기며 욕망의 불꽃이 눈동자에 일렁였다. 그의 강렬하고 위험한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채희의 시선이 불안한 듯 흔들렸다. 언제 다가왔는지 모르게 어느 순간 그는 채희의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남성의 향기에 기분이 이상했다. 낯설고 묘한 긴장감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럼 알려 주지.”
순식간에 채희의 팔을 낚아채어 자신 쪽으로 끌어당긴 태조는 다급하게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기습적인 공격에 그녀의 입술은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했다.
“으읍......․”
입술을 모두 집어삼킬 듯 강하게 부딪혀오는 태조의 힘에 놀란 채희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벗어나려고 몸부림 쳤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녀가 빠져나가려 하면 할수록 그는 채희의 작은 턱을 그러쥐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태조는 자신의 입안에 사로잡힌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세차게 빨았다. 그는 그녀의 도톰한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번갈아가며 이로 물고서 연신 잘근거리며 깨물었다. 거친 자극에 입술이 아릿해짐을 느낄 즈음 그의 혀가 그녀의 입술을 달래주려는 듯 타액을 묻히며 부드럽게 몇 번 핥아 내리더니 다시 세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강하게 찍어 누르며 사람을 애태우듯 문질러오는 피부의 마찰감에 그녀의 입술이 마침내 꽃잎처럼 벌어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혀가 벌어진 그녀의 입술 깊은 곳으로 거침없이 밀고 들어갔다.
“아앗!”
그녀의 입안을 헤집고 들어온 미끈한 혀는 탐색하듯 입속 점막을 샅샅이 핥았다. 능숙하게 입안을 훑으며 매끄러운 그녀의 혀를 자극하자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시야가 흐릿해졌다.
그 기묘한 아찔함에 더럭 겁이 난 그녀는 자꾸만 자극하며 침범해오는 그의 혀를 피하려고 이리저리 도망치듯 움직였으나 좁은 입속에서 달아날 곳은 없었다. 그는 그녀의 혀를 옭아매고 얼얼할 정도로 세차게 빨아들였다. 보드랍고 말캉한 혀를 세차게 휘감아 핥고 빨아대자 채희는 어느새 그를 거부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그의 입술과 혀의 움직임이 불러일으킨 아찔한 쾌감에 점점 빠져들었다.
이토록 강렬하고 아찔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키스는 난생처음이었다. 키스만으로 온몸에 엄청난 짜릿함이 엄습해왔다. 자극적인 키스로 숨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짜릿한 쾌감에 그녀의 머릿속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하아, 하아.”
그가 한참 물고 있던 그녀의 입술을 놓아주자 채희는 힘껏 달린 사람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그녀가 가쁜 숨을 내쉴 때마다 포근한 니트에 감싸인 부드럽고 둥근 그녀의 가슴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태조는 그와의 키스에 보이는 채희의 반응이 흡족한 듯 입매를 길게 늘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이쯤이면 만족하나?”
“......뭘요?”
난데없는 질문에 채희가 태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키스 한 번에 완전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직도 숨을 헐떡이고 있는 그녀와 달리 그는 흐트러짐 없이 태연하게 그녀를 응시했다.
“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키스한 거라고요?”
“부부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거 아닌가?”
하아. 기막혀.
“다음번엔 더 많이 알려주지. 기대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