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멈췄던 심장이,
그를 만나 다시 뛴다.
“지금도 내 앞에서 가슴이 뛰어?”
“그때 이후로 내 가슴은 멈췄어.”
이별 후 8년 동안, 한 여자만 바라본 한 남자, 강채민!
“널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뭐든 다 할 수 있어, 난.”
그녀를 망가뜨렸다, 그가, 나쁜 손이,
다가갈수록 달아나는 그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8년 동안, 한 남자를 지우고 싶었던 그녀, 서예은!
“미안하지만 난 예전의 내가 아냐.”
홀연히 곁에서 떠난 그를,
힘겹게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면 어떻게 하라고?
“날 책임질 수 있어?”
“그래, 책임질게, 얼마든지.”
다시 그가 손을 내민다, 나쁜 손을.
“너, 그거 아니? 너한테 특별한 매력이 있는 거.”
“어떤 매력?”
“덮치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매력.”
<미리보기>
찰나와 같은 짧은 시간, 그의 시선과 예은의 눈동자가 마주쳤고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정적이 맴돌았다. 잠시 후 언제 내려왔는지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
부드럽게 입술을 물자 익숙한 감정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이게 아닌데.’
이성은 본능을 이기지 못했다. 그녀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물고 빠는 동안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모든 세포와 말초신경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주는 키스의 달콤함과 짜릿함을.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삼키고 혀가 들어와 잇몸과 치아를 훑었다.
“하으.”
그녀의 입에서 원하지도 않은 달뜬 신음 소리가 새어나왔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그의 가슴을 마구 두드렸다. 그의 입술에 갇힌 채 그녀가 중얼거렸다.
“제발, 그만…….”
그제야 그의 입술이 스르르 그녀의 입술에서 빠져나갔다. 조명 불빛을 받아 그의 입술에 번지르르 묻은 타액이 반짝거렸다. 그가 입맛을 다시듯 혀를 내밀어 입술에 묻은 타액을 닦아 내었다.
그에게서 한 발 뒤로 물러난 예은이 분노하는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우리 끝난 사이에요.”
“끝난 사이에 키스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나?”
“내가 원하지 않았잖아요.”
그가 피식 웃었다.
“원하지 않았다고? 충분히 원하고 있는 것 같던데.”
“한 번만 더 이러면 신고합니다.”
다시 그가 피식 웃었다. 신고할 테면 해보라는 그런 뉘앙스였다. 그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뻔뻔한 표정을 짓더니 검지로 제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
“그런데 어떻게 하지? 내 머리는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 몸이 기억을 하고 있어서 말이야.”
그러더니 이번에는 제 입술을 검지로 슬그머니 누르며 말했다.
“특히 이 입술이 널 보면 자연스럽게 반응을 하네. 이런 걸 두고 파블로프의 개라고 하던가?”
그의 검지가 이번에는 터널처럼 깊은 잿빛 눈동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 눈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서예은을.”
예은은 이로 입술을 꾹 깨물며 말했다.
“오늘 한 번만 넘어갈게요. 다음부터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나오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쌀쌀맞게 말을 한 뒤 그에게서 돌아섰다.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두 달쯤 남은 건가?”
“…….”
“날 피하는 게 좋을 거야. 널 볼 때마다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으니까. 지금도 엄청 참고 있는 중이거든.”
화를 내야 하나, 그냥 무시를 할까, 망설이는 동안 그의 낮은 음성이 다시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넌 좀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
“…….”
“덮치고 싶게 하는.”
***
블라우스 단추를 풀고 브래지어를 위로 올렸다. 숨겨져 있던 그녀의 가슴이 드러나자 채민이 단단하게 일어선 분홍빛 유두를 제 입술에 가뒀다. 입술에 물고서 혀로 살살 돌리듯 자극을 주자 그녀의 몸이 뒤틀렸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
그의 은밀한 목소리가 그녀의 몸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그의 애무에 그녀의 질구 안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질 내벽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애액이 남성을 부드럽게 감싸자 단단하게 발기한 페니스가 미끄러지듯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안까지 순식간에 들어가 꽉 채우자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깊게 들어가자 그가 천천히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넣었다 빼고 피스톤 운동을 반복할 때마다 그녀는 온몸을 바르르 떨며 몸을 활처럼 휘었다. 8년 만에 맛보는 쾌락에 그녀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가 위에서 몸을 굴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다시 시작하자.”
“아니. 그럴 일 없어.”
“이렇게 좋은데도 싫어?”
그녀는 머릿속까지 새하얗게 채우는 짜릿한 쾌감에도 평정심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싫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절대로.”
“네 자신을 속이지 마. 이렇게 느끼고 있잖아.”
그녀는 신음 소리를 삼키려 입술을 꾹 깨문 채 대답했다.
“착각하지 마.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