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엷다 (외전포함) 상세페이지

이 책의 키워드


다른 키워드로 검색

엷다 (외전포함)작품 소개

<엷다 (외전포함)> 죽음을 꿈꾸는 여자, 이현.
상처뿐인 그녀의 앞에 나타난
감정에 인색한 남자, 무진.


“유석주 대표님 비서, 연무진입니다.”
“어디까지 가능해요? 잠도 같이 자 주나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발톱을 세운다.
멋대로 할퀴면 된다. 어차피 버려질 테니.
세상마저도 날 포기한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저 재미없고 무뚝뚝한 남자가 좋아지다니, 말도 안 돼.


“장난이라면 사양하겠습니다.”
“장난 아닌데.”
“자꾸 이러시면 제가 폭주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알아서 조심해 주세요.”
“해봐요, 어디. 난 상관없으니까.”


난생 처음 맞닥뜨린 묘한 감정.
서툰 나머지 어긋나는 둘의 관계.
맹렬한 끌림과 탐닉, 그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듯
조금씩, 아주 서서히 물들어간다. 엷게.



*본문 중에서


“몇 번이나 와봤어요?”

무진이 이현의 눈을 바라봤다. 머무름은 길지 않았다. 다시 머리 말리기에 열중하며 그가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아까 보니까 계산하고 키 받고 그러는 게 꽤 익숙한 것 같아서.”

무진의 한쪽 눈썹이 자그맣게 꿈틀거렸다. 이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 떠들었다.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요. 자주 와봤어요?”
“…….”
“아닌가. 이런 데보단 근사한 호텔이 더 취향이려나. 그래요?”
“대충 다 말린 거 같으니 끄겠습니다.”
“누구랑 와봤는데. 여자 친구?”

드라이어 소리가 멈춤과 동시에 무진이 설핏 미간을 구겼다. 지그시 한번 감았다 뜬 눈이 짜증스레 이현을 향했다. 적잖이 흔들리는 듯한 그 시선에 이현이 흐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미움 받는 것에는 확실히 도가 튼 것 같다. 빨리 밀어내자. 조금이라도 길들여지기 전에.

“있나 보네. 여자 친구.”
“슬슬 출발하시죠.”
“몇 살이에요? 예뻐요? 아, 그러고 보니 나 그쪽 나이도 모르네. 그쪽부터 말해 봐요.”
“너무 늦었습니다. 일어나서 옷 입으세요.”
“쉬자면서.”

무진이 움직임을 멈췄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마른 듯한 이현의 옷을 막 집으려던 참이었다. 시트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현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앉았다.

“아까 데스크에서 그쪽이 그랬잖아, 쉬었다 갈 거라고.”
“제가 볼 땐 충분히 쉬신 거 같은데요.”
“어린애야? 그게 그 뜻이 아닌 거 알잖아. 나도 아는 걸 설마 몰라요?”
“또 시작입니까?”
“뭐?”
“음담패설, 더는 안 하기로 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그랬다. 분명. 싫다고 하면 더는 안 하겠다고 이현은 제 입으로 말을 했었다. 안다. 아는데.

“뭐, 그건 그때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고, 애초에 약속 따위 지키는 성격 아니란 것쯤 아직도 파악 못 했냐는 듯 이현이 아무렇지 않게 이죽거렸다. 무진이 한숨을 내쉬고는 옷을 챙겨 들었다.

“입으세요.”
“왜 이렇게 서둘러요?”
“입고 나오시죠. 차에 가 있겠습니다.”
“나 혼자 두고 나가겠다고? 여기에?”
“안 나가면, 그럼 뭘 해드릴까요. 제가.”

던지듯 옷을 내려놓은 무진이 별안간 이현에게 달려들 것처럼 굴었다. 침대에 두 손을 짚어가며 몸을 낮춰 바짝 다가온 그 때문에 이현은 자신도 모르게 반쯤 뒤로 누워 버렸다.
눈이 마주쳤고, 이현은 바로 앞에서 마주하는 무진의 표정이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굳어 있음을 깨달았다. 짜증과 분노와 형용할 수 없는 온갖 화들이 그의 얼굴에서 엿보였다.

“아직도 재밌습니까? 어때요, 여전히 장난 아니게 즐거워요?”

무진이 음산하게 깔린 낮은 목소리로 씹듯이 내뱉었다. 당장이라도 건드릴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지금 이 자리에서 엉망으로 범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다그치는 것처럼.
놀랐다기보다 그냥, 당황했다기보다는 그저 갑작스러워 이현은 멍한 표정으로 무진을 봤다.
기분이 어떨까. 정말 그에게 안겨 버린다면. 막연한 상상에도 불구하고 덜컥 겁이 났다. 불쾌한 기억들마저 상기된 탓인지 입술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저자 프로필

리밀

2015.08.18.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대표 저서
테더링 표지 이미지
19세 미만 구독불가 상세페이지 바로가기

까라지는 밤 표지 이미지
19세 미만 구독불가 기다리면 무료 3무료 상세페이지 바로가기

블러링 표지 이미지
19세 미만 구독불가 상세페이지 바로가기

까라지는 밤 표지 이미지
19세 미만 구독불가 상세페이지 바로가기

그을음 표지 이미지
19세 미만 구독불가 상세페이지 바로가기

출간작 전체보기

저자 소개

리밀


소심한 글쟁이
여전히 꾸준하게 방황 중
myrimile@hanmail.net


<출간작>

Taboo(금기). 금기(Taboo). 센티멘털리즘. 슬링 미. 슬러시(Slush). 꼬리. 멜로우 틱. 포르말린 핑크. 블러핑. 뉘앙스. 불투명한, 투명. 히든 초콜릿, 더없이 달콤한

목차

프롤로그
이현
01
02
03
04
05
06
무진
07
08
09
10
11
12
외전
에필로그
[엷다] 외전


리뷰

구매자 별점

3.9

점수비율
  • 5
  • 4
  • 3
  • 2
  • 1

244명이 평가함

리뷰 작성 영역

이 책을 평가해주세요!

내가 남긴 별점 0.0

별로예요

그저 그래요

보통이에요

좋아요

최고예요

별점 취소

구매자 표시 기준은 무엇인가요?

'구매자' 표시는 리디에서 유료도서 결제 후 다운로드 하시거나 리디셀렉트 도서를 다운로드하신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도서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도서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도서 내 무료 도서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도서를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도서를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이 책과 함께 구매한 책


이 책과 함께 둘러본 책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