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마무리 짓지 못한 인연.
엄마의 사고! 그리고 알게 된 아버지의 존재!
엄마의 목숨을 볼모로 한 정략결혼!
어차피 해야 하는 정략결혼이라면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
정략결혼에 조건을 걸어 계약결혼까지 이끈 진아.
행복이란 걸 잃은 삶은 끝을 알 수 없는 타락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정략결혼 상대의 솔깃한 제안을 받아들인 기혁.
달라질 것 없다 여겼던 인생에 끼어든 진아로 인해 행복해지고 싶어진 기혁과 엄마를 지키고 싶은 진아의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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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
어쩌다 보니 현재 성현의 치킨집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진아는 짝짜꿍이 되어 술잔을 부딪치며 쿵짝이 잘 맞는 기혁과 성미를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어쩜 가까이에서 보니 더 잘생긴 것 같아!”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간 성미는 진아라는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듯 기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연신 감탄사를 남발하는 중이었다.
‘가지가지 한다. 정말!’
“초대는 해놓고 술도 못 마시고, 죄송해서 어쩌죠.”
성현이 콜라를 따라놓은 음료 잔을 만지작거리며 진아를 진아를 향해 사람 좋은 미소와 더불어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그러네요. 그래도 그만큼 가게가 잘 된다는 얘기니까. 우리끼리 짠이라도 하죠.”
정말 안 본 눈을 살 수만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로 성미의 비위를 잘도 맞춰주는 기혁이 꼴도 보기 싫었다.
때마침 먼저 말을 걸어 준 성현이 고맙고, 한편으론 기혁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성현과 건배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끓어오르는 분노를 어쩌지 못하고 진아는 그 후로도 계속해서 술은 홀로 독식 중이었다.
“잠시 만요!”
성현은 그런 진아의 곁에서 술을 따라주다 결국 밀려드는 주문과 손님으로 지금 이 술자리엔 성미와 기혁 그리고 진아 셋뿐이었다.
“나 화장실 좀!”
때마침 성미가 화장실로 빠져주자 진아는 기혁을 못마땅한 표정과 말투로 공격해댔다.
“그만 좀 실실대지. 기생오래비도 아니고, 정말, 짜증나니까!”
그 말을 하는 진아를 돌아본 기혁은 예상 밖으로 딱히 대꾸도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야! 좋잖아. 그 덕분에 손님도 더 많아지고…….”
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진아는 조금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찬가게지 호스트바가 아니거든. 거 적당히, 몰라!”
“호스트바는 가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진아의 말에 화는커녕 입가에 미소까지 머금고 따박따박 대꾸하는 게 정말 못마땅했다.
“저 봐, 저 봐! 눈웃음 실실 치는 거, 나한텐 안 통한다고, 당신 내 취향 아냐!”
“알지. 아주 잘! 기대도 안 하잖아!”
강한 부정은 긍정이란 걸 아는 기혁은 술에 취해 주정해대는 진아가 귀엽기만 했다.
“왜 자꾸 웃지? 너 성미한텐 그러지 마라. 쟤는 네가 만나는 여자들이랑은 달라! 무엇보다 내 친구라구!”
성미에겐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진아가 이렇게 신경을 쓴다면 좀 더 신경 쓰이게 만드는 정도는 해 줄 수 있었다.
“왜? 내가 화악! 잡아먹어 버릴까 봐 걱정돼?”
명백한 도발이었다.
“잡아먹어? 너 정말!”
발끈한 진아였지만 과하게 마신 술이 돈 덕분에 벌떡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려던 계획은 엉뚱하게도 술잔을 치며 그대로 옆으로 몸이 기울고 말았다.
‘어지러워!’
그런 생각도 잠시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잠시 진아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 본 것은 흐릿하게 웃고 있는 기혁의 얼굴이었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핸드폰 벨 소리에 힘겹게 눈을 뜬 진아는 숙취로 인해 제대로 눈조차 뜨지 못한 채 핸드폰을 찾기 위해 손을 이리저리 휘휘 저어댔다.
‘어딨냐?’
숙취로 인해 무거워진 머리로 열심히 핸드폰 소리를 쫓던 진아는 침대에서 일어나야 했고,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 채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 속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어우! 머리야. 몇 시야?”
핸드폰을 꺼내 들긴 했지만 때마침 끊긴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한 진아의 두 눈은 평소의 몇 배나 커졌다.
“뭐야! 이게.”
놀라 커진 눈으로 핸드폰에 나타난 시간을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다 조금 늦게 반응하듯 튕겨 오르듯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까악! 뭐야!”
평소보다 늦은 것보다 더 놀라운 광경에 진아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분명 방은 진아의 방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침대에 헐벗고 누워있는 또 다른 존재는 눈을 씻고 봐도 기혁이었다.
“저 사람이 여긴 어떻게?”
늦었다는 생각은 저만치 밀어낸 간밤의 진실을 기억해내려는 진아는 그제야 뜨문뜨문 간밤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