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그녀 하나만을 바라보는 남자 김우신.
하지만 그만을 바라볼 수 없는 여자, 아니 여배우 송이랑.
우신의 결혼 기사가 나오자, 이랑은 이별을 예감하고 사이판으로 올로케 촬영을 떠난다.
“하지만 너는 거짓말을 하겠지. 이번에도 또. 날 사랑하냐고 물어봤을 때 아니라고 했잖아.”
“사랑은 무슨 사랑.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우리 사이에 섹스 말고 뭐가 더 있는데?”
입만 열면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우신을 독하게 밀어내는 이랑이지만 우신은 이랑을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다른 여자랑은 못 자. 네가 아니면 이런 반응이 생기지 않거든.”
“나 만나기 전에 당신 과거, 웬만한 배우보다 더 화려했잖아. 사람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아. 시험이라도 해 봐.”
끝없는 조롱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남자. 우신은 오히려 이랑을 절대 거부할 수 없는 곳까지 몰아붙이기 시작하는데.
“너는 항상 날 참게 만드는군. 하지만 그건 다른 남자의 손길이 닿지 않았을 때만 가능한 일이야.”
“당신이 참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꼴리는 대로 하는 거지. 겸사겸사 이 안에 확실히 새겨넣고. 네가 누구 건지.”
이 지독한 소유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그들은 단순한 섹스 파트너가 아니었던 것일까.
#한번 물면 끝까지 안 놓는
#헤어질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은
#너 아닌 다른 여자랑은 절대 한 침대 못 써
#섹스에는 환장해도 아내 자리에는 아니야
[미리보기]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때가 되면 끊어야 하잖아? 나는 다이어트에 익숙한 여배우거든. 필요하면 평생 못 끊을 거라 생각했던 음식들 전부 끊고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물만 마시면서 버틸 수 있는 게 나야.”
“네게는 내가 고작 맛있는 음식밖에 안 되는 건가?”
우신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자존심을 한계까지 건드렸다는 걸 이랑은 느끼고 있었다.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니. 아니, 감정이라는 게 있기는 하는 것일까. 지금은 그저 자신에게 충실했던 여자가 반항을 한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것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여유가 넘치는 남자인데 자신을 잊는 것 따위, 한 달이면 충분할 것이다. 더구나 우신에게는 인수합병 과정이나 다름없는 엄청난 스케일의 결혼이 예정되어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자신을 생각할 여유 따위 없을 터였다.
“차라리 정부가 되어 달라고 해. 그게 현실적이니까. 물론 해 줄 생각은 없어.”
이랑의 마지막 말은 우신의 성질을 제대로 건드렸다.
“그럼 이게 우리 마지막 섹스인가.”
우신이 이랑의 손등에 제 손을 겹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거칠게 움직이며 그녀의 손을 이용해 부풀어 오른 페니스를 험악하게 문질러대고 있었다.
“날 쳐내고 싶으면 제대로 해 봐. 다시는 생각나지 않게. 내가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얼마든지 떨어져 줄게.”
정리하자고 말한 건 이랑이 먼저였지만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마지막 섹스 한 번에 헤어져 주겠다고 말하는 우신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했다. 화가 나기도 하고 반대로 허탈하고 우습기도 하고.
우신은 이랑의 손등을 따라 천천히 팔을 움직이더니 이내 자연스레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숨을 날카롭게 들이쉬더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독하게 잘생긴 얼굴에 한순간 황홀감을 느꼈다. 지금까지 우신의 눈동자에 속아 내일은 헤어져야지, 아니 또 내일은 헤어져야지 하면서도 결국 멍해졌다. 그는 이랑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더니 그녀를 안아 올렸다.
네 개의 기둥이 있는 침대 위에 이랑은 눕혀졌다. 그녀는 푹신하고 커다란 쿠션에 몸을 기대며 옷을 벗는 우신을 바라보았다.
우신의 실루엣은 탄탄한 동시에 날렵했다. 역광을 받은 그의 몸 선은 작품에 가까웠다.
“네가 너무 고팠어.”
다정하게 웃으며 우신이 상체를 숙였다. 그는 이랑의 뺨을 쓰다듬더니 난폭하게 그녀의 치마를 휙 벗겨냈다.
“아파서 누워 있던 사람한테…….”
“그래서 더. 컨디션이 나쁠 때도 여기가 날 꽉꽉 물어댈까 궁금했지.”
이랑이 숨을 흡, 하고 들이마셨다. 우신의 손가락이 여성 위를 가볍게 누르고 있었다.
뻔뻔하게 갈라진 틈을 어루만지는 손가락을 노려보다 눈을 들어 우신의 눈을 바라보았다. 통째로 잡아먹을 듯한 눈동자에 그녀는 정신이 팔렸다. 그가 잠시 눈을 내리깔고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입술에 입술을 스치자 그곳이 덴 듯 화끈거렸다.
“거짓말을 달고 사는 입술.”
우신이 이랑의 도톰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 꼴리는 건지. 맛있게 잘 빨아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