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똘만아, 회사 잘 다니고 있냐? 회사 다니기 힘들지? 원래 남의 돈 뺏어 먹는 게 어려운 거야. 이제 회사에 적응할 만도 한데 꾸준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 오늘도 때려치울까 고민하고 그렇지? 참 꾸준하지 못한데 적응 못 하는 건 꾸준해요~ 그렇지? 뭐? 아니라고? 잘 적응하고 있다고? 돈 버는 재미도 쏠쏠하고, 진급도 했고, 연봉도 오르고 있다고? 그래서 좋다고?
거짓말하지 말자. 톡 까놓고 회사 다니는 게 좋은 사람이 어딨냐? 다 먹고 살려고 하니까 다니는 거지. 하고 싶었던 일 못 하며 꾹꾹 눌러 참고 하는 거지. 꿈을 접고 그냥 살아가는 거지. 네 꿈과 연봉을 맞바꾸면서 사는 거 아니니?
그래, 네 말대로 회사 다니는 게 정말 재미있고, 네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생각되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아. 그냥 지금 하는 것처럼 하면 돼. 그게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길이니까. 너는 제대로 잘살고 있는 거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거야. 내가 다 부럽다. 야.
그런데 보통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지. 그래서 월요병이 생기는 거 아니겠니? 월요일이 되기 전, 일요일 오후만 돼도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어서 로또나 맞아서 직장 때려치우고 싶고. 그런데 매주 꽝이고. 월요일부터 직장 상사 얼굴 보려니 짜증나고. 인간성 뭣 같은 인간들 보려니 답답하고 그렇지? 그나마 월급이나 따박따박 나오니까 그걸로 위안 삼으면서 월요일인데 벌써 토요일을 꿈꾸면서 살잖아. 여기에 비극이 있는 거야.
그나마 회사에서 일을 잘해서 승승장구하면 모를까. 대부분 그렇지 못하잖아. 임원 달기가 바늘구멍이잖아. 그래도 한 회사의 임원이면 살만한데 말이지. 사실 임원이 돼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야. 언제든 잘릴 수 있으니 말이야. 고액비정규직이 임원이잖아.
먹고는 살아야겠고. 자식들은 커가고, 들어가는 돈은 많고, 사교육비도 감당해야 하고, 아파트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모아 놓은 돈은 없고, 그렇게 많이 벌어다 준 거 같은데 왜 돈이 없을까 궁금해하면서, 또 매일 꾸역꾸역 회사로 출근하는 거지. 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공부했나 싶기도 하고 말이야. 뭔가 좀 잘못된 것 같은데 다들 그러고 사니까 거기에 안심하면서 살고 있는 거잖아?
그래 회사일 열심히 해야지. 남의 일하는 건데 잘해야지. 그런데 우리 회사 일에만 매몰되지 말자. 거기에 만족하면서 살지 말자. 회사가 우리를 끝까지 책임져 주지도 않는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우리가 살짝 눌러놓았던 우리의 꿈을 꺼내서 해보는 건 어떨까? 네가 좋아했던 일, 네가 하고 싶었던 일들 말이야. 최종에는 회사의 김똘만이 아닌, 그냥 인간 김똘만으로 살 수 있게 홀로 서보자는 거지.
똘만아 거창하니? 꿈도 꿀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니! 네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런 거야. 넌 할 수 있어. 네 이름 석 자로 설 수 있단 말이야. 네가 서고자 한다면 결국 해낼 수 있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할 수 없는 거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해봐, 할 방도가 생각날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언제까지 회사의 개로 살 수는 없잖아. 너도 꿈을 이룰 자격이 된다고!
자, 이제 하나씩 해보자. 형 책을 읽고 마음을 다잡아보자고. 회사원 김똘만으로 인생을 마감하지 말고, 그냥 인간 김똘만으로 살 수 있기를 바라. 회사 잘 이용해서 네 꿈을 이루는 거야. 사실 회사 왜 다니냐? 사장 돈 벌어다 주려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 너 잘 먹고 잘살려고 그러는 거잖아. 네 꿈 접으면서까지 회사에 다녀주는데 좀 열 받지 않니? 그러니까 내 말은 꿈 접지 말고 회사 다니면서 네 꿈 이루면 되는 거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형도 해냈잖아. 그러니까 너도 할 수 있어.
형은 네가 회사에서 네 꿈도 아니면서 승승장구하는 맛에 길들어 살지 않길 바라. 그거 나중에 돌아보면 헛거거든. 분명히 허무할 거야. 네 진짜 꿈이 아니었으니까. 남의 꿈속에 갇혀서 남의 꿈을 도와준 거밖에 안 되니까. 그러니까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너 자신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
시중에 회사생활 뭐 어떻게 하라고 하는 책들 많잖아. 열심히 해라, 잘해라, 주의 의식을 가지고 해야 주인이 된다, 인사 잘해라, 헌신해라, 양보해라 등등 좋은 말들 많잖아. 근데 그거 난 안 믿는다. 그건 그냥 좋은 소리 하는 거고. 내가 보기에 그렇게 하면 안 돼. 그건 다 회사를 위한 행동들이야. 그런 책 쓴 사람들은 그 책을 가지고 회사에서 회삿돈을 받아서 회사원들에게 강의하지. 그러니까 그런 책을 쓴 강사는 회사 편을 들 수밖에 없어. 프레임 자체가 회사를 위한 것이지. 그건 우리 회사원들을 위한 말이 아니란 거야.
물론 내 말이 다 맞다는 건 아니야. 근데 그런 책에서 하라는 것처럼 하면 물론 회사에서 승승장구할 수도 있어. 그러나 그 끝이 과연 행복할까? 진짜 내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시 허무하면 어떡하지? 회사를 위한 삶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 진짜 내 삶을 살고 싶다면 내가 하는 말 좀 들어봐. 나는 정말 회사원을 위한 글을 쓰는 거니까 나는 절대로 회사에서 나를 초빙하지 않아. 그렇다고 회사원들이 나를 초빙할 일도 없지. 나는 이 책을 써서 돈을 많이 벌지도 못해. 고로 나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이제부터라도 회사보다는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자. 나중에 회사에서 잘려서 뒤통수 맞았다고 울지 말고 지금부터 준비하자고. 내가 나를 위해야지 누가 나를 위해주겠니? 형이니까 이 정도 조언이라도 해주는 거라고.
2017년 봄에
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