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 정보
- 2015.11.23. 전자책 출간
- 2015.10.30. 종이책 출간
- 파일 정보
- 143.2MB
- 103쪽
- ISBN
- 9791186488058
- ECN
- -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every little step>
점점 넓어져만 가는 것과는 반대로 한가로이 걸을만한 곳도 눈을 둘만한 곳도 차차 사라져 가는 홍대라는 애매한 이름의 지역에 정이 거두워질 즈음 내 마음을 이끈 곳은 낙산 성곽길 아래 제비 둥지처럼 가부좌 튼 장수마을이라 불리는 한 작은 마을이었다. 이곳엔 생각 없이 다닐 수 있는 길이, 멍한 시선을 담아줄 허공이, 뜻 없이 내뱉는 한숨에 귀 기울이는 평상이 있었다.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미래라고, 혹은 노스탤지어라고 부르는 것들이 일상의 겹을 두르고 세상사와 무관한 듯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세상의 속도보다 몇 발자국 뒤쳐진 곳에서 나는 걷고 싶었다. 넓게 뻗은 길이 아닌 오솔길을 소요하듯 걷고 싶었다. 남들의 눈엔 잘 보이지도 않을 작은 길이라도 내 발로 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가을의 문턱을 지난 어느 하늘 깊은 날, 근 십 년의 추억과 이삿짐을 1톤 트럭에 함께 싣고 등지듯 홍대를 떠나 이곳으로 왔다.
이사를 온 후부터 카메라를 들고 낙산 구석구석을 다니기 시작했다. 셔터를 참 많이도 눌렀다. 하지만 그만큼 많이도 버렸다. 이 동네를 별세계로 바라보는 외부자의 시선이 스스로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공간이 아닌, 귀 기울여야만 가까스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은은하게 퍼지는 나를 둘러싼 자그마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시간들을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이미지들이 내게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사진기를 내려놓아야 촬영이 이루어지는 역설이 어떻게 이미지에 숨겨지고 드러나는지 다 알 수 없어 두려운 마음 앞서지만, 감사하다. 내가, 그리고 나와 함께 호흡해 준 이들과 더불어 쌓은 시간의 흔적이 이미지가 되어 누군가의 망막에 맺히고 마음에 새겨진다는 사실에.
단지 일 년이 지났을 뿐이다. 이음새 없는 세월의 흐름이 다가올 나날들을 무심히 엮어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여기에서, 어쩌면 저기에서 그저 흘러가는 시간들의 잔상을 지속시키기 위해 허허로이 내 작은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박정훈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2007년 첫 개인전 <검은 빛>을 시작으로 <오래된 습관>,
<먼 산>, <시절들>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기타리스트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kitawasazin@gmail.com
instagram.com/kitawasazin
0.0 점
0명이 평가함
내가 남긴 별점 0.0
별로예요
그저 그래요
보통이에요
좋아요
최고예요
'구매자' 표시는 리디에서 유료도서 결제 후 다운로드 하시거나 리디셀렉트 도서를 다운로드하신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성인 인증 안내
성인 재인증 안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인 인증은 1년간
유효하며, 기간이 만료되어 재인증이 필요합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해당 작품은 성인 인증 후 보실 수 있습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성인 인증은 1년간
유효하며, 기간이 만료되어 재인증이 필요합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해당 작품은 성인 인증 후 선물하실 수 있습니다.
성인 인증 후에 이용해 주세요.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무료이용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 가능 : 장
<>부터 총 화
무료이용권으로 대여합니다.
무료이용권으로
총 화 대여 완료했습니다.
남은 작품 : 총 화 (원)
every little step
작품 제목
대여 기간 : 일
작품 제목
결제 금액 : 원
결제 가능한 리디캐시, 포인트가 없습니다.
리디캐시를 충전하시면 자동으로 결제됩니다.
최대 5% 리디포인트 적립 혜택도 놓치지 마세요!
이미 구매한 작품입니다.
작품 제목
원하는 결제 방법을 선택해주세요.
작품 제목
대여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다음화를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