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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의 론도 2부 상세페이지

BL 소설 e북 판타지물

편애의 론도 2부

반역의 마주르카
소장단권판매가5,000
전권정가10,000
판매가10,000
편애의 론도 2부 표지 이미지
19세 미만 구독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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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0원

  • 편애의 론도 2부 2권 (완결)
    편애의 론도 2부 2권 (완결)
    • 등록일 2016.04.04.
    • 글자수 약 26.4만 자
    • 5,000

  • 편애의 론도 2부 1권
    편애의 론도 2부 1권
    • 등록일 2016.04.04.
    • 글자수 약 18.6만 자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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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가이드

* 배경/분야: SF/미래물 판타지물
* 작품 키워드: 다정공 강공 집착공 무심수 꽃수 다정수
* 주인공 (공) : 테렌스 아델 - 35세. 우주 국가 체르시엘 군 참모총장. 희대의 천재. 잿빛의 머리카락과 붉은 눈동자, 조각같은 이목구비를 지닌 남자. 상대에 따라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
* 주인공 (수) : 리오엘 리오 - 23세. 우주 군사 학교 학생회장. 검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남자. 감정에는 무심하지만, 성실한 노력형에 융통성 없는 성격. 테렌스를 동경함.
* 이럴 때 보세요: 특이한 소재와 색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궁금할 때


편애의 론도 2부작품 소개

<편애의 론도 2부> <키워드>
판타지물, SF/미래물, 천재공, 강공, 집착공, 다정공, 무심수, 미인수, 다정수


<1권>

새 함선, 라이폴호로 옮기게 된 체르시엘 제1함대.
드디어 찾아온 평화를 즐기던 그들은
바르세크의 처분 문제로 인해 지구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이지에스(E.G.S) 대표, 사뮤엘 레이피드.
그의 등장으로 인해 테렌스와 리오엘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가는데…….
“자료만 받아 오라고 했더니 대체 안에서 뭘 하고 온 거야.”
“…….”
“그 녀석과 사이좋게 담화라도 나눴어?
뭐라고 했지? 사뮤엘이 너한테 뭐라고 한 거야.”
레이피드 대표에게서 들었다고,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
“제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
그걸 묻는 건 너무 이기적이라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뭐?”
“당신이 입을 열기 전까진, 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뭘 들었든 신경 끄십시오!”
돌연 강한 힘에 떠밀렸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것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깨지는 잉크병과 흩어지는 서류뭉치가
마치 엉망이 된 지금 우리의 관계를 보는 것 같았다.


<2권>

이지에스(E.G.S.)의 작전대장으로 승승장구하는 리오엘.
그러나 그 이면에선, 테렌스가 그토록 숨기려 한
전(前) 참모총장의 처형에 얽힌 비화를 캐내고 있었는데…….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사뮤엘과 그에 흔들리는 리오엘.
그리고, 점차 사지(死地)를 향해 가고 있는 테렌스.
숨겨진 거대한 음모는 그들을 그렇게 비극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전에 말씀드렸던 것 기억하십니까?”
“…….”
“쓸데없는 일인데도 총장님을 구하러 갈 거냐고 물으셨죠?
저는 거기에 대한 대답을 분명히 드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를 구하는 일이 쓸데없는 것이라면,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쓸데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나의 세상에 축을 이루고 있는 존재는 오로지 한 명밖에 없었다.
그가 내게 준 것들은 단순히 등을 돌린다 하여 사라질 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가도 이길 수 없어요.”
“그건 해 봐야 아는 겁니다.”
“당신들은 권력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몰라요.”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였다면
처음부터 군인이 되고자 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출판사 서평

-본문 발췌-

“그러고 보니 식당에 오던 길에 보고를 받았습니다만.”
“무슨?”
바삭- 토스트가 그의 입가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고소한 땅콩 잼의 냄새가 났다.
“그……, 거절했다고 합니다.”
말을 하면서도 테렌스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딱히 기분 나빠 보이진 않았다. 나는 이번에도 그의 입을 타고 나올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 예상 못 하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래? 그럼 또 보내.”
“……예.”
이번에 거절당하면 딱 서른 번째겠구나.
그리 생각하며 나 또한 토스트를 베어 물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말을 써서 보내야 하는 걸까. 똑같은 내용이면 너무 성의 없어 보일 텐데. 속으로 한숨을 꾸역꾸역 삼켰다. 하지만 정작 명을 내린 테렌스는 태연해 보였다. 자신의 요청을 거절당한 건데도 그렇다. 천하의 테렌스의 요청을 거절한 ‘그 사람’도 참 대단하다마는.
나는 포크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왜 굳이 그분이셔야 합니까? 유능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많습니다만.”
“내가 아는 한 그 녀석이 제일 잘해.”
대답은 너무 간단했다. 간단해서 도리어 할 말이 없었다.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다. 테렌스가 그토록 인정하고 있는 사람.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지금까지의 이미지로는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라는 것밖엔 아는 것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식사를 마친 나와 테렌스는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새 함선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라엘느와호와 비슷했지만 기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장소에 있어도 괜히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정이 붙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테렌스는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네가 이름까지 붙였으면서 뭘 그래?”
“……그래도 조금 낯섭니다.”
한 손에 종이컵을 든 채 테렌스는 나를 빤히 내려다 봤다. 그 시선이 불편해져 엘리베이터 문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힐끗 쳐다본 거울에는 귀가 빨개진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라이폴호. 그 이름의 뜻을 괜히 상기하게 되어서였다.
머쓱함에 앞머리를 손끝으로 매만지며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는 왜 이렇게 느린 것이며, 테렌스는 또 왜 저렇게 쳐다보는 건지. 시선이 점차 불편해질 즈음 그가 입을 뗐다.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고양이가 꽤 성격이 섬세해졌군.”
느닷없는 말에 잠시 발걸음이 멈췄다. 하지만 곧 그를 다급히 쫓아가며 말을 빠르게 쏟아 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 어렸을 때는 그런 거 신경 안 쓰지 않았어?”
“그러니까 무슨!”
돌연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에 나 또한 급하게 발을 멈췄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우리 둘 다 총장실 문 앞까지 와 있었다. 그는 인식기에 손을 가져다 대다 말곤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 속에 담긴 열기에 저도 모르게 등골이 흠칫 떨렸다.
“다짜고짜 내게 안겨 들었던 건 어디 사는 누구였지?”
“그, 그건……!”
안겨 든 게 아니라 부딪친 것뿐이다. 설마 정원 뒤쪽에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으니까. 하지만 그 후로는 스스로 테렌스에게 안겼던 적이 많으므로, 나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어릴 적이라고는 하나, 정체도 모르는 남자에게 그렇게까지 마음을 열었다니.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그를 따라 총장실 문 안으로 발을 들였다. 밤 동안 줄곧 비워 두어서 그런지 방 안의 공기는 꽤 시렸다. 나는 화제를 돌리듯 말했다.
“난방 켤까요?”
“아니, 됐어. 내버려 둬.”
테렌스는 종이컵을 테이블 위에 내려 두더니 소파에 털썩 몸을 앉혔다. 그러고는 손을 까딱까딱. 한 팔을 벌리고 웃는 폼이 괜히 음흉해 보였다. 그를 무시한 채 내 책상으로 다가가 컴퓨터를 켰다. 허공 위에 푸른 스크린이 여러 개 떴다. 정중앙의 스크린이 가장 크고 양옆의 것은 반 정도 작은 크기였다. 나는 중앙에 있는 스크린을 손으로 밀어내고, 왼쪽에 있는 스크린을 중앙으로 끌어다 놓았다. 그러자 자연스레 스크린의 크기가 바뀌었다.
그렇게 일을 하기 위해 앉으려는 순간.
“고양아.”
질리지도 않고 불러 댄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는 테렌스를 뚱하게 쳐다보았다. 7시 10분부터 분명히 업무가 있다고 말했거늘 일이라곤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여전히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왜 부르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대신 제 허벅지를 툭툭 두들길 뿐이었다.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 알고. 그리 쏘아붙이려던 순간, 테렌스가 한발 빠르게 내 말을 가로막았다.
“딱 십 분만, 응? ……아니면 오 분만.”
저렇게 쳐다보면 할 말이 없다.
애원하는 시선에 져 버린 건 결국 나였다. 나는 터덜터덜 걸어가 그의 다리 위에 슬쩍 엉덩이를 앉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허리를 홱 낚아채 끌어안고는 그대로 소파 위로 드러누웠다.
“아아, 살 것 같다.”
그의 숨이 목 언저리에 닿았다. 미적지근한 공기가 방 안을 흐릿하게 맴돌았다. 최근에는 항상 이랬다. 딱히 이렇다 할 사건도 없고, 평화로운 시간만이 흘렀다. 함선 내에서 하는 것도 평범한 사무 업무. 궤도 이탈의 조짐도 없고 무언가가 일어날 낌새도 보이지 않았다. 평화롭다는 단어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테렌스의 나태함을 나무랄 생각도 그다지 들진 않았다. 나는 그의 품 안으로 조금 더 파고들었다. 그러자 어린아이에게 하듯 그의 손이 어깨를 토닥여 왔다. 꼭 이대로 자자는 것처럼 들려와서 괜스레 입을 열었다.
“5분 후에는 업무 하셔야 합니다.”
“알겠다니까 그러네. 아, 고양이 샴푸냄새 나.”
낮게 웃으며 그가 몸을 부비적거려 왔다.
나는 시계를 힐끔 쳐다보곤 몸에서 힘을 뺐다. 자세를 편하게 하고 나니 정말로 잠이 올 것만 같았다. 언뜻 보인 팔찌를 무심코 손끝으로 매만졌다. 세 겹으로 매듭이 지어진 팔찌의 오돌토돌한 느낌이 났다.
몸을 잠시 뒤척였더니 목덜미 쪽에서 무언가가 잘그락거렸다. 목에 줄곧 걸고 있던 펜던트, 아니 메모리 칩의 소리였다.
가만히 팔찌만 매만지고 있자니, 정수리가 따끔따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시선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고개를 빼꼼 들어 올렸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얼굴이 조금 퉁퉁 부은 것처럼 보였다. 그의 시선은 내 팔찌를 향해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 준 거면서 왜 저리 불만스레 쳐다본단 말인가. 하지만 테렌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을 뿐이었다. 그 품에 가두어 버리기라도 할 듯이.
언뜻 머리 위에서 그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고양아, 요즘 뭐 필요한 거 없어?”
“예. 없습니다만.”
그건 뜬금없이 왜 물으시는 거죠.
그리 말할 새도 없었다. 다시 한 번 그의 한숨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답답한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영문을 알 수가 없어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 와중에도 테렌스의 뜻 모를 중얼거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좀 필요로 해 봐. 아무거나.”
아무거나 뭐. 대체 뭘 원하는 건가.
나름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정말 갖고 싶은 것도, 부족한 것도 없었다. 애초에 전투 상황은 물론,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물품들이 다 갖춰진 함선 안에서 필요로 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굳이 꼽자면 무기를 수리할 정비공이 부족하다는 건데, 지금은 무기도 정상적이라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였다.
돌연 그가 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테렌스는 나의 왼손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대번 표정을 굳혔다.
“그러고 보니 분명히 반지 줬었지?”
반지? 무슨 반지?
나의 의문 어린 얼굴을 알아차렸는지, 그의 눈썹이 한차례 꿈틀거렸다. 어째 화가 난 것 같다. 왜지. 뭐 때문에…….
“분명히 줬었어. 어거스트 가면무도회 때.”
정말 기억 안 나? 그의 눈은 그리 묻고 있었다.
어거스트 가면무도회? 눈을 데구르르 굴리던 나는 그제야 그가 말하는 반지를 떠올릴 수가 있었다. 여장을 위해서 그가 내게 끼워 주었던 반지. 그걸 말하는 거다. 그때 분명, 모두의 앞에서 테렌스의 약혼녀라는 거짓말을 했으니 말이다. 헌데 그건 왜.
“예. 빌렸던 것이니 그대로 두고 왔습니다만.”
나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테렌스는 아니었나 보다.
“뭐?!”
처음으로 테렌스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보았다. 그 얼굴을 본 순간에야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큰일 났다. 테렌스가 정말로 화났다. 하지만 어째서인 건가. 그 반지는 애초에 약혼녀로 위장하기 위해 껴야 했던 게 아니었나?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자신의 이마를 감싸 쥐었다. 그러더니 넋이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그래 뭐, 이건 내 잘못도 있군.”
“테렌스?”
그는 이마를 짚던 손으로 제 얼굴을 한차례 쓸어내렸다. 어쩐지 그의 눈가에 피곤함이 묻어 있는 듯 보였다. 밤새도록 일을 해도 지치지 않는 사람이 말이다. 혹시 착각인가 싶어 그 얼굴을 살폈지만, 지쳐 보이는 건 여전했다. 테렌스는 정말로 피곤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기함을 느끼기도 잠시, 그가 대뜸 입을 열었다.
“반지 맞추러 가자, 고양아.”
거부권은 없었다. 반드시 가야 한다. 그의 눈이 그리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지라니. 언제? 지금? 왜?
물음표가 파도처럼 머릿속을 때렸지만 물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제가 말해 놓고도 만족스러운지 그는 한결 후련해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의 머릿속에서는 디자인은 어떻고, 가격은 또 어떠하며, 그걸 또 어디에서 살지 모든 것들이 차례차례 그려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나라도 저 얼굴에 대고 찬물을 끼얹을 정도로 용기가 있진 않았다.
나는 웅얼거리듯 불퉁한 목소리를 냈다. 마지막 남은 반발심이었다.
“반지를 사긴 어디서 산다는 겁니까.”
여긴 우주인데 말이다. 궤도를 갑자기 수정할 수도 없는 일이고.
돌연 테렌스가 씨익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지구 가서 사면 되지.”
그제야 나는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현재 우리의 함대는 지구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졌다는 듯 한숨을 쉬어 버렸다. 그래, 뭐. 반지 하나쯤이야. 나쁜 일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니. 지금은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은가. 시계를 다시금 쳐다보곤 그의 가슴을 슬쩍 밀어냈다. 갑작스레 밀쳐진 것이 기분 나쁜지 그가 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떨어지지 않는 팔은 아쉬움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봐줘도, 이건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5분 지났습니다. 일하시죠.”
“……내게 최대 난관이 있다면 그건 네 성격을 고치는 거야.”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나는 혀를 차는 그를 두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책상으로 돌아가 앉으며 말했다. 의자가 끼릭 하며 짧게 울었다.
“안 고치셔도 됩니다.”
난 지금 성격에 딱히 불만이 없으니까.
자동으로 꺼져 버린 스크린을 다시 켰다. 새하얗게 비어 있는 문서창이 저절로 나타났다. 나는 투덜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가는 테렌스를 힐끔 쳐다보았다. 재킷을 벗어 두는 폼을 보아하니 일을 시작할 모양이다. 시키면 참 잘하는데. 그리 생각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톡, 톡.
키보드를 손끝으로 두들겼다. 딱히 뭘 쓰는 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뭐라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벌써 스물아홉 번이나 거절당했다. 이쯤 되면 상대방에겐 아예 응할 마음이 없는 거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내가 무언가 말을 잘못 썼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똑같은 말을 쓰면 성의 없어 보일 테고.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쓸 말이 생각나지도 않고. 이걸 어쩐다.
“고양아.”
느닷없이 귓가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 떨며 몸을 뒤로 물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 뒤에 보인 것은 테렌스의 얼굴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붉은 눈동자, 그 속에 가득 비친 나만이 눈에 보였다.
밀어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입술이 맞물렸다. 부드럽게 입술을 짓누르고 혀끝이 그 사이를 가르고 들어왔다. 고개를 돌리지 못하도록 붙잡힌 턱이 뻣뻣했다. 세게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조심스런 손길에 나는 더욱 궁지로 몰리는 기분이었다.
그가 입술을 가볍게 빨아들이자 녹녹한 소리가 났다. 츄읍- 하는 소리에 괜히 온몸이 간질간질해졌다. 점점 숨이 가빠질 무렵 겨우 입술이 떨어졌다.
“갑자기 무슨…….”
숨을 갈무리하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머리를 쓰다듬듯 툭툭 두들겨 왔다. 목 언저리가 조금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일부러 그 감각을 감추기 위해 그를 샐쭉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테렌스는 빙긋 웃는 얼굴로 내 앞에 무언가를 놓아 줄 뿐이었다. 어제 내가 그에게 넘겨준 서류 중 하나였다. 그는 종이를 손끝으로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여기. 숫자 틀렸으니까 확인해.”
그러더니 다시 제자리로 가 버렸다. 마치 목적은 그것뿐이었다는 듯.
“이, 이런 건 그냥 말해도 알아듣습니다.”
“알아. 그런 건 그냥 구실이잖아?”
그제야 알아들었다. 이 서류는 그저 키스할 빌미였다는 것을. 뒷목이 확 달아오르는 느낌이 났다. 하여간 기회를 안 놓친다, 저 사람은.
나는 키득거리는 소리로부터 신경을 돌리기 위해, 괜히 키보드만 세게 두들겼다. 낮은 웃음소리가 신경을 은근히 자극해 왔다. 발끝에서부터 간지러움을 태우듯이. 그렇게 심장까지 전이되도록.


저자 프로필

은랑호

2015.07.14.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은랑호

銀狼湖: 호수에 비친 은색의 이리
AB형. 양자리.
펜을 든 순간 마법을 겁니다.
모두가 빠져들 그런 세계를 그리고 싶다고.

목차

-1권-

프롤로그
1. 라이폴호
2. 붉은 넝쿨
3. 안개 벽
4. 교차될 수 없는
5. 한 발자국


-2권-

1. E.G.S
2. 아스팔트 플라스마
3.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에서
4. 반역의 마주르카
5. 교차되는
6. 편애의 론도
외전 1. 그 후
외전 2. 어느 날
외전 3. 오늘은
설정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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