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자전거, 유라시아를 달리다!
독일 베를린부터 대한민국 서울까지
유라시아 대륙 15,000km, 100일간의 여정
2014년 11월 12일, 24명의 자전거 라이더들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의 귀국선에 올랐다. 독일 베를린부터 대한민국 서울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달리는 대장정의 서막이었다.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라는 슬로건 아래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유라시아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뉴라시아New-eurasia 자전거 평화원정단’이라 이름 붙였다.
원정대원 수는 전체 31명, 취재와 지원 인력까지 1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여했다. 2014년 8월 13일부터 11월 16일까지 100여 일 동안 독일에서 한국까지 10개국을 거치며 달린 거리가 무려 15,000km이다.
신간 『유라시아 15,000km, 두 바퀴의 기적』은 이 도전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국내 최초, 최대 규모로 시도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자전거 횡단에 그치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 러시아 모스크바, 중국 베이징 등 주요 나라의 도시에서 경제포럼, 통일음악회, 의료봉사, 한국의 밤 등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며 문화적 의미를 되새겼다. 각 구간별로 라이딩을 다녀온 기자들이 쓴 글 속에는 각국의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함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사진기자들이 발로 뛰며 찍은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풍부한 사진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유라시아 대륙을 동행하는 듯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정에 참여한 대원들이 직접 구성한 ‘라이더 가이드’는 유라시아 여행을 계획하는 라이더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엑기스 정보와 팁을 담았다. 자전거 도로 상황 및 운전 시 주의 사항, 국가별 교통 상황, 자전거 정보, 숙소 정보, 현지 긴급 연락처 등이 알차게 담겨 있다. 유라시아 자전거 횡단을 꿈꾸는 이들에게 『유라시아 15,000km, 두 바퀴의 기적』은 여행 에세이로서, 가이드북으로서 손색없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ㆍ 유라시아 Eurasia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대륙에는 중국ㆍ인도ㆍ러시아 등 신흥 경제대국, 카자흐스탄 등 자원 부국들이 몰려 있어 아시아의 뉴프런티어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육지 면적의 40%,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이자 동서東西를 아우르는 미래의 평화ㆍ안보 공동체로 떠오를 잠재력을 지닌 땅. 유라시아를 선점하기 위해 중국ㆍ러시아ㆍ한국은 개발협력 계획을 선언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에 국가 역량을 쏟아붓는 중이고,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이 ‘신동방정책’으로 중앙아시아 및 연해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북방 개척의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ㆍ 원코리아 뉴라시아 15,000km 루트
독일 베를린 - 폴란드 - 리투아니아 - 라트비아 - 에스토니아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 모스크바 - 카자흐스탄 - 러시아(슬라브고로드ㆍ노보시비르스크ㆍ이르쿠츠크) - 몽골 - 중국(베이징ㆍ선양ㆍ단둥ㆍ백두산ㆍ옌지ㆍ훈춘) - 러시아(크라스키노ㆍ우수리스크ㆍ블라디보스토크) - 한국(동해ㆍ철원ㆍ파주 임진각ㆍ서울)
ㆍ 숫자로 보는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대장정
7명 전 구간을 달리는 자전거 라이더
10개국 독일부터 한국까지 원정단이 거친 나라
96일 2014년 8월 13일부터 11월 16일까지 총 원정 기간
5,327명 원정단 자전거 라이더 선발에 응모한 전체 인원
15,000km 전체 원정 루트 거리
17,430km 전후방 정찰 차량 (맥스크루즈 1호) 최장 주행 거리
16억 9,394만 명 원정단이 통과한 10개국 인구 합계
17조 79억 달러 통과 10개국 GDP 합계
책속으로 추가
깨진 유리 같은 자갈과 시멘트처럼 굳은 흙 위에 원정단은 섰다. 10월 18일, 몽골의 고비 사막. 마른 잡풀 뭉치들이 삭막한 바람에 굴러 다녔다. 사막 바람이 귓바퀴를 때려 고막이 먹먹해져왔다.
‘고비’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란 뜻이다. 몽골 고원 내부에서도 알타이 산맥 동단부터 싱안링興安嶺 산맥 서쪽 기슭까지 펼쳐져 있다. 동서로만 1,600km, 남북으로는 1,000km에 이른다. 흔히 생각하는 모래 능선이 끝없이 이어진 사막과 달랐다. 키 낮고 억센 풀들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모래보다 자갈이 더 많았다. 소나기가 내려 패인 뒤 바싹 마른 물길은 대협곡의 축소판이었다. 지평선의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흡사 낯선 행성의 표면을 지나는 듯했다.
2014년 9월 말, 사전답사 때 찾은 이 지역은 두 시간 동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리쳤다. 휴대폰 사진으로도 벼락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은 번개 천지였다. 번개가 칠 때는 사방이 훤하다가 순식간에 암흑에 잠기기를 반복했다.
눈앞에서 벼락이 번쩍하면서 갑자기 자동차 시동이 꺼졌다. 굵은 우박까지 내리쳤다. 차 밖으로 나갔다간 자칫 벼락을 맞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이곳은 6년 전, 황인범 대원이 자전거로 횡단했을 때 길을 잃고 헤매다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린 장소였다. 당시 황 대원은 나침반이 고장나고 식수까지 떨어진 데다 해마저 저무는 악조건에 처했다. 실의에 빠졌던 황 대원은 우연히 만난 양 떼를 따라가 오아시스를 발견하고 목숨을 지켰다. (본문중에서)
11월 13일, 원정단이 탄 크루즈는 강원도 동해항에 입성했다. 여름, 가을, 겨울 세 계절을 지나오면서 원정단원들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머리는 텁수룩하게 자랐다. 항구에 들어서자 해군 1함대 고적단의 트럼펫, 심벌즈, 북 소리가 귀와 가슴을 두드렸다. 가족들도 마중을 나와 석 달 만에 감격적으로 만났다. 동해 시민과 관계자 300여 명도 나와서 맞아주었다. 입성식을 마치고 지역 자전거 동호회와 함께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내달렸다. 그 어떤 외국의 절경보다 아름다운 고국의 산하였다. 국토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건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오전 7시 30분 원정단이 파주 임진각으로 들어오자 4,000여 명의 ‘피날레 라이딩’ 참가자들이 박수와 함성으로 맞이했다. 오전 8시 30분 “탕!” 총소리와 함께 라이딩 행렬이 출발했다. 10시 30분 자유로 이산포 IC에 도착하자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한 6,000여 명의 일반 참가자가 합류하며 자유로는 자전거로 꽉 메워졌다. 파주 임진각과 서울을 잇는 자유로는 자전거의 물결로 넘실댔다. 7명의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원정단’을 따라 1만 대의 자전거 행렬이 여의도 국회까지 68km를 연결했다. 국내 최대 자전거 축제였다. 지난 8월 13일, 독일 베를린을 출발해 96일간 폴란드-발트3국-러시아-카자흐스탄-몽골-중국 등 9개국을 거쳐 1만5,000여km를 달려온 자전거 대장정의 피날레였다.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