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미쳤다고 말할 때 기획은 완성된다!”
원더걸스에서 2PM, 러블리즈, 이달의 소녀, tripleS까지
K-POP 업계를 뒤바꾼 기획자의 시선, 그 안에 담긴 혁신적 감각에 대하여
◎ 도서 소개
《기획의 감각》은 아이돌 산업의 화려한 무대 뒤에서 실제로 기획이 어떤 과정으로 이어지는지를 섬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시장 분석과 콘셉트 설정, 캐스팅과 트레이닝, 팬덤 운영과 콘텐츠 확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공과 시행착오 속에서 얻은 구체적인 사례와 철학을 담았다. 국내 1세대 A&R 프로듀서 정병기(Jaden Jeong)는 트렌드를 좇기보다 시대와 사람을 깊이 관찰하며, 본질을 읽어내는 기획 감각이야말로 콘텐츠와 브랜드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K-POP 업계를 넘어, 기획과 창작, 브랜딩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통찰과 영감을 주는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21세기북스의 책들
▶ 『너무 오래 오타쿠로 살아서』 | 쑨디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 19,000원
▶ 『노희영의 브랜딩 법칙』| 노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 22,000원
◎ 책 속으로
트렌드에 편승하는 기획은 수많은 비슷한 그룹 중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유행을 따라 하기 위한 참고가 아닌, 유행을 피해가기 위한 데이터로 활용한다. (…) 내가 기획한 걸그룹 트리플에스는 다른 아이돌 그룹을 레퍼런스로 삼지 않았다. 대신 동시대 젊은 세대의 욕망과 고민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__14~15쪽
2PM의 경우 (이미 10년이 훌쩍 넘은 이야기지만) 당시 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서울의 주요 거리를 분석하며 기획을 구상했다. 당시 샤이니는 압구정의 세련된 느낌, 빅뱅은 홍대의 자유분방한 감성, 슈퍼주니어는 강남역의 트렌디함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2PM은 어떤 느낌으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코엑스몰의 느낌을 떠올렸다. 너무 유흥적이진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놀줄 아는, 딱 그런 느낌. 실제로 코엑스몰에 자주 다니며 그곳에 있는 젊은 남성들의 스타일과 분위기를 관찰하고 기획에 반영했다. __16~17쪽
이달의 소녀 초기 기획은 매거진에서 영감을 얻었다. 내가 보던 한 매거진에 이달의 소녀 비슷한 코너가 있었다. 매달 새롭게 떠오르는 아름다운 모델을 소개하는 코너였는데, 그게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름다워서 눈길이 간 게 아니라, 새롭게 소개하는 소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컨셉이 신인 그룹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__21쪽
퍼스널 브랜딩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는 바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에게는 본명 외에 팬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독특한 예명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달의 소녀 때 지었던 김립, 츄, 올리비아 혜 같은 이름들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하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았지만, 이런 실험적인 이름은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그룹의 신비로운 컨셉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냈다. ‘지도준(트리플에스 지연의 예명 후보)’처럼 대중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어그로를 끄는 이름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__41쪽
나는 모드하우스가 바로 이 ‘헤비한 소비’를 지향하는 팬들을 위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룹의 방향성에 직접 관여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팬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101〉 같은 프로그램은 투표를 통해 멤버를 선발하면 그 후에는 팬들의 역할이 제한되지만, 나는 매주 투표를 하는 재미를 팬들에게 주고 싶었다. 다만 누가 탈락하고 누가 뽑히는지 결정하는 투표가 아니라, 팬들의 결정에 따라 그룹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임 같은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__139~140쪽
A&R은 단순히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음악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보고, 듣고, 경험해야 한다. 콘텐츠를 토할 때까지 먹어보라. 영감은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영감이 무르익고 떨어지기를 바란다면, 수없이 많은 콘텐츠를 흡수하며 나 자신을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무 밑에서 사과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무를 흔들어 사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__218~219쪽
세상에는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100선’ 같은 수많은 리스트가 있다. 만약 학생이라면, BBC가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개를 순서대로 보는 건 어떨까? 모든 영화를 볼 필요는 없고 10개씩 끊어 그중 끌리는 영화 한 편씩만 보며 왜 끌렸는지를 한 줄로 기록해보는 거다. 이 연습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이끌리는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묘사하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 감각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공부가 아니다.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100대 소설, NME가 선정한 100대 앨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며 토하고 토할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해야만 한다. __229쪽
책을 통해 기획을 잘 아는 사람처럼 이야기했지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기획은 늘 괴롭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는 더 많은 콘텐츠를 흡수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생각과 새로운 기획을 구분할 수 있는 직관과 감각을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한다. __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