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입은 다리 부상 재활 외에는 오점이 없는 수영 인생을 살아온 엘리트 수영 선수. 부장 판사인 아버지와 모델 출신 어머니를 둔 수영계의 금수저.
타고난 신체 조건, 준수한 외모. 겉으로 보기에는 남부러운 것 없는 인생이다. 그러나 실상은 단 한 번도 진정으로 원하는 걸 가지지 못했던 삶이었다. 오직 단 한 사람, 고교 시절의 첫사랑 외에는 진심으로 원하는 게 없다.
*최정오(수)
: 불운한 인생으로 어디서나 정 맞는 모난 돌, 최정오의 인생 축약이다.
아버지한테는 맞았고, 바깥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며 살았다. 그런 정오 때문에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늘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유일하게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수영 선수 시절이었다.
중학교 때 전국구 수영 선수로 지낼 때는 처음으로 꿈을 가졌었으나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정오는 끝내 수영의 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괜찮았다. 어차피 계속할 수는 없었으니까. 어차피 잘 안될 거였으니까.
그리고 고등학교 때 정수민을 만났다. 수영 천재, 늘 동경했던 최연소 국가대표, 정수민을. 자신과는 180도 다른 인생을 살아온... 그 아이를.
*이럴 때 보세요 : 가장 어두운 부분까지도 따뜻하게 안아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싶을 때.
*공감글귀 : 누가 날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맨 처음 날 막막하게 만든 건 혼자가 됐다는 사실이었다. 이제 난 누구에게도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따지고 보면 나는 늘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왜 나란 인간은 이렇게 모순적일까. 가벼워지고 싶다. 아무도 날 몰랐으면 좋겠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중요하게 여겨줬으면 한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누군가 나를 이해해 줬으면.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나를.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이런 나를.
***
만일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 나의 안녕을 빌어주는 사람, 잠들기 전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 내가 헤매고 서툴 때도 그저 말없이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훨씬 덜 다칠 수 있을 것이다. 푹신한 이불을 두른 것처럼 겨울에도 한결 따뜻하고 바위에 부딪혀도 보다 덜 아프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을 하는 걸까.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외전증보판)
작품 정보
※ 본 도서는 기출간 되었던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의 외전 증보판입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나 같은 거 좋아하지 마. 잘난 새끼가.”
한때 좋아했던, 한때 미워했던,
한때 동경했던, 한때 상처 입혔던,
사실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던,
첫사랑과의 재회.
금메달을 들고와 고백하는 정수민에게서
최정오는 오직 의아함과 열등감만을 느꼈다.
고등학교 시절, 최정오는 정수민을 동경했다.
그때, 최정오는 정수민을 죽도록 미워했다.
그때, 최정오는 정수민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런 최정오를, 정수민이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진짜 수영이 싫은 거면 그냥 그만둬. 정수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근데 그냥 지는 게 무서운 거면. 그럼 해. 져도 되니까.
져도, 남들이 다 욕해도, 그래서 죽고 싶어도, 나는 잘했다고 해줄게."
"……."
"잘해냈다고."
***
너는 내가 속이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사람이다.
실망하지 않을 테니까. 기록이 십 초가 느려져도,
내가 더는 빨라지지 못한대도, 내가 아무것도 아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