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와 주인 남자 1 - 하녀와 주인 남자」 : 하녀인 '정초'와 주인 남자 '지완'의 만남. 그리고 주인 남자의 애인인 혜성과 정초를 마음에 담기 시작하는 정원사 영준. 거대한 저택과 비밀스러운 숲,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은밀하고도 에로틱한 사랑 이야기.
「하녀와 주인 남자 2 - 하녀의 남자」 : 밤마다 열락의 밤을 보내는 하녀와 주인 남자. 그러나 주인 남자가 일주일 동안 뉴욕으로 출장을 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타는 듯한 갈증에 허덕이게 된다. 게다가 하녀로 인해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 혜성은 하녀를 없애기 위해 신흥 부동산 재벌인 '재인'을 찾아가는데…….
「하녀와 주인 남자 3 - 하녀의 애인」 : 이상하게 변해 버린 주인 남자의 눈을 보고도 괜찮다고 말하는 하녀. 그런 하녀의 말에 주인 남자는 더욱더 그녀에 대해 애끓는 정염을 느끼게 되지만, 어느새 현실을 자각하게 된 하녀는 '애인'으로 남아 있어 달라는 주인 남자의 말에 '싫다'고 거절을 하게 되는데…….
「하녀와 주인 남자 4 - 하녀의 연인」 :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는 거대한 저택과 숲을 둘러싼 비밀의 문! 그 혼돈의 세상에서 하녀는 주인 남자의 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녀와 주인 남자 외전 - 하녀의 결혼」 :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저택의 비밀, 그리고 불타 버린 거대한 숲. 그 뒤 주인 남자와 하녀는 동화책 속의 주인공처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연작이란?
스토리상 연관성이 있는 소설 시리즈. 각 작품이 독립적이지만, 시리즈를 모두 모아 보시면 스토리를 더욱 깊이 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하녀와 주인 남자 4 - 하녀의 연인
작품 정보
* [하녀와 주인 남자]의 최종편 [하녀와 주인 남자 4 – 하녀의 연인]이 출간되었습니다. 드디어 밝혀지는 저택과 숲의 비밀 이야기. 그리고 하녀와 주인 남자의 숨겨진 사연이 최종화인 4권에서 밝혀집니다.
“이정초 씨, 그 괴물은…….”
“괴물이라고 하지 말아요, 다시는.
그 사람이 괴물이면 그 사람을 사랑하는 저도 괴물이에요.”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았을 때,
정초는 정말로 주저앉고 말았다.
죽을 뻔한 충격보다 이제 주인님한테서 영원히 내쳐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럼에도 주인님의 곁으로 가야 한다,
그것만이 그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에.
하녀가 자신의 곁을 정말로 떠나버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하녀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곁을 떠났는지 알았을 때,
지완은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고 나서도 여전히 사랑해 주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하녀는.
그래서 절대로 그녀를 떠나보낼 수 없다,
그녀의 발목을 부러뜨려 날지 못하게 만든다 하여도.
드디어 정체를 드러내는 거대한 저택과 숲을 둘러싼 비밀의 문!
그 혼돈의 세상에서 하녀는 주인 남자의 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오랜만입니다, 이정초 씨.”
잔뜩 갈라진 음성에 온몸이 찌르르 하니 전기가 흘렀다. 오랜만이에요, 주인님, 이라고 답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속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우선 사과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말을 잠시 멈춘 그가 주삿바늘을 피해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양손으로 덮었다. 커다란 손에 갇힌 손이 용광로에 담겨진 것처럼 뜨겁다.
“이정초 씨 탄 차, 막으라고 지시한 사람, 납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심장이 우지끈 무너져 내렸다.
역시 그가 그랬구나.
괴한들이 한 말이 틀리지 않았어.
“내가 시킨 놈들이 이정초 씨를 절벽 아래로 떨어뜨렸어요. 그것 때문에 이정초 씨가 죽을 뻔했고.”
“…….”
“날 고소해도 돼요. 합의금 달라고 요구해도 되고.”
“…….”
“주겠습니다,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수십억 원이든, 수백억 원이든.”
“…….”
고소나 돈을 원하는 게 아니다. 그녀가 알고 싶은 건 하나뿐이다.
왜 그랬어요? 왜 날 죽이려고 했어요? 내가 그렇게 미웠어요?
눈을 뜨고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어보고 싶었다.
“깨어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내가 미우면 계속 눈 감고 있어도 됩니다.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나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으면……. 이정초 씨가 눈을 뜨고 날 봐 주길 원합니다.”
그의 음성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괴로움이 그녀의 가슴을 후려쳤다. 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갔다. 아까부터 존댓말 하는 그가 멀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멀어질 것 같아서 끔찍하게 두려웠다.
싫어요, 주인님. 이런 당신 모습은.
“이런 말 하는 내가…… 나조차 혐오스러운데…… 미안합니다.”
그가 체념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양손으로 품고 있던 그녀의 손을 시트 안으로 밀어 넣었다. 허전한 공기에 닿은 손가락이 지독하게 시렸다.
의자 끄는 소리가 났다. 그가 나가려고 한다.
아무런 대답이 없으니 그녀가 그를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라고 해야 돼. 그를 붙잡아야 해.
눈꺼풀에 힘을 줬지만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제발.
그녀의 간절한 마음과 달리 달콤한 향기는 무정하게 멀어져 갔다.
문이 열리고, 그리고 닫혔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곳에 그녀 혼자만 남았다. 꿈속에서 봤던 그 깜깜한 어둠 속에 갇힌 기분이다. 그녀를 할퀴었던 사람들이 다시 나타난다고 해도 이젠 무섭지 않다. 정말로 무서운 건 그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싫어요, 떨어지는 거.
심장이 터질 것같이 부풀어 올랐다.
안 돼. 나한테서 떠나지 말아요, 주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