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날 취재하겠다는 거야? ……좋아. 대신 나도 부탁이 있어.”
“네? 무슨 부탁이?”
“당분간 내 가짜 연인을 해 주면 좋겠어.”
광고 회사 <디자인 ON>의 대표 기태온.
완전무결한 외모와 뛰어난 능력으로
대학 시절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최고의 킹카이자
불과 5년 만에 <디자인 ON>을 초고속 성장시킨 신화의 주인공.
그리고 ‘평범’ 그 자체인 연수민이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오르지 못할 거대한 나무.
그러나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해 온 그녀는,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태온과 재회한 뒤,
그를 사로잡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데…….
킹카 중의 킹카 기태온을 잡기 위한
귀여운 그녀의 어설픈 계략이 시작된다!
[본문 내용 중에서]
“선배님, 부탁이 하나 있어요.”
“부탁?”
“네.”
“어떤 부탁인데?”
막상 말을 하려니 수민은 망설여졌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말이 떨어지지 않아 머뭇거리자 태온이 재촉하듯 말했다.
“왜 그렇게 뜸을 들여?”
수민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뱉어 냈다. 도저히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질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게, 다른 게 아니고……, 이번에 쓰는 소설 말인데요.”
“…….”
“남주랑 여주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조만간에 그 장면을 제가 써야 하는데…….”
수민이 잠시 말을 끊자 태온이 고기 한 조각을 포크로 집어 입 안에 넣으며 말했다.
“그래서?”
대답을 기다리듯 태온이 빤히 쳐다보자 그녀의 두 볼이 금세 붉게 타올랐다. 괜히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두근 뛰어올랐다.
“……소설이라는 게 묘사가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키스를 할 때 디테일한 묘사 같은 것. 그리고 묘사뿐만 아니라 키스를 하고 난 뒤의 세세한 감정 변화 같은 것도 무척이나 중요해요.”
태온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민은 얼굴이 점점 화끈거려 오는 것 같아 차가운 물을 한 잔 벌컥 들이켜며 계속 말했다.
“그런데……, 제가 키스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디테일한 묘사나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요.”
포크로 방금 썰어 놓은 고기를 집으려던 태온의 손이 그대로 멈췄다. 그가 고개를 들어 수민의 눈을 마주치자 수민은 목구멍 속으로 꿀꺽 침을 삼켰다. 태온의 붉은 입술이 움직였다.
“그 말은 지금 나랑 키스 한 번 해 보자는 거야?”
수민이 망설이며 빙글빙글 돌리던 말을 태온이 콕 집어내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태온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온이 포크로 찍은 고기를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중얼거렸다.
“흥미롭네.”
“미안해요. 제가 너무 힘든 부탁을 한 것 같아서……. 내키지 않으면 안 하셔도 돼요.”
태온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남은 고기를 포크로 집어 입 안에 넣었다.
수민은 나이프로 고기를 썰며 괜히 말을 꺼냈다며 후회하기 시작했다. 태온이 자신을 어떻게 볼 건지 심히 걱정스러웠다. 창피해서 그녀의 목덜미까지 붉게 달아올랐다.
고기를 꿀꺽 삼킨 수민은 태온의 표정을 살피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방금 제가 한 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전 그냥…….”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하고 있는데, 태온이 수민의 말을 끊었다.
“장소는 상관없어?”
“네?”
“키스할 장소 말이야. 아무 곳이나 상관없냐고?”
수민은 갑자기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저 말은 키스를 허락한다는 거?’
잠깐 방심하고 있던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수민은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장소는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이왕이면 소설 속 남주와 여주가 만나 키스하는 장소가 좋을 것 같은데. 그래야 소설에도 도움이 될 테고…….”
“그건 그렇긴 하지만…….”
“두 사람이 처음 키스를 하는 장소가 어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