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싫으면 제 개인교수 해주시겠어요?”
“뭐라고?”
“영계 킬러보다는 개인교수가 더 품격 있잖아요.”
“나 비싸……”
“교습비는 제 키스로……”
“박관우!”
어둡고 힘들었던 시절, 단 하나의 빛이었던 첫사랑을 잃고 난 후
무화는 자신마저 잃어버린 채 힘겨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어느 날, 그녀 앞에 첫사랑을 닮은 관우가 나타나 그녀를 흔들지만
자신보다 젊고 유능한 그의 인생에 방해물이 되지 않고자 거짓으로 그를 보내게 되고…….
그런 그녀를 오해하며 힘든 시간을 보낸 관우는
8년이 지난 후 그녀에게 처절한 복수를 시작한다.
사랑이었기에 그를 처절히 내쳐야만 했던 여자 무화.
복수심에 불타 삐뚤어져 버린 그로 인해 그녀의 삶은 다시 한 번 휘몰아치게 된다.
[본문 내용 중에서]
“원래 그렇게 완벽주의세요?”
“무슨 소리예요?”
“그냥요. 오늘 처음 뵈었는데 선배님, 아니 누나가 너무 완벽하게 보이셔서요. 손놀림 하나, 말 한 마디, 움직임 하나 모두가 매뉴얼을 보는 듯해서요. 나쁜 뜻이 아니라는 것 알지요? 그저 말로만 듣던 분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라서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물방울처럼 맑게 보여 자신의 모습이 그 안에 투영될 것 같았다.
“그랬던가요, 내가? 음, 그것도 괜찮네요. 하지만 있잖아요, 누군가로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거짓이라 생각해 주세요. 크리스마스의 산타클로스처럼 말이죠. 난 그저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 가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질문 한번 왠지 무섭네요. 흥미도 생기고. 나 영계 킬러라는 것은 사실인데…… 나한테 관심 있어요?”
또박또박한 말투, 그러면서도 무언가 허전한 듯한 그녀의 음성. 도전적인 유혹이 묻어나오는 그녀의 말투에 관우는 화가 났다. 뿌리칠 수 없는 여자의 유혹이었다. 자신의 또래들이 허구한 날 하는 말인데도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여자를 느끼며 반응하는 자신이 우습기조차 할 정도로 그녀의 음성은 화려한 불꽃같았다.
“있다면요?”
“안 그러는 게 좋아요. 난 깊은 관계를 가질 생각이 없거든요. 무엇보다 처음 보는 관우 씨를 상대로 할 정도로 그렇게 못되지는 않았어요.”
자신보다 도대체 몇 센티나 작은 것인지 모를 작은 여자 앞에 성큼성큼 다가간 관우는 그녀의 앞에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돌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타오르는 담배를 한 모금 깊이 빨아 머금고는 작은 여자의 얼굴을 한 손으로 부여잡았다.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커다란 두 눈을 주시하며 살짝 벌어진 그녀의 입술에 입 안에서 길들여 놓은 담배 연기를 불어넣었다. 놀란 무화가 입술을 닫으려하자 관우는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동시에 다른 한손으로는 무화의 허리를 잡아 제품으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순간 무화의 입이 다시 벌어지자 기다린 듯 관우는 노련하게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무화의 벌려진 입속으로 강하게 혀를 밀어 넣어 도망치는 무화의 혀를 감아 빨아 당기었다. 술내음도 담배내음도 아닌 한 여름 쏟아지는 비를 힘껏 맞은 장미꽃향이 강렬하게 서로의 입안을 잠식하는 동안 관우는 태어나 처음으로 심장의 허기를 느끼게 되었다. 타액을 삼키는 욕망의 소리가 아닌 꽃잎을 뜯기는 장미의 비명소리 같은 무화의 신음소리마저 거칠게 뽑아내듯 삼키는데도 허기가 더 커지자 가녀린 몸임에도 그의 셔츠위를 누르는 무화의 풍만한 젖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읍…………!”
무화가 강한 거부의 신음소리를 토해내자 관우는 젖가슴을 잡았던 손을 내렸지만 입술을 놓아주지는 않았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관우를 사로잡았던 입술이었다. 입안에 넣어 단번에 터트려 보고 싶었었다. 그녀가 입을 열고 사람들 앞에서 막힘없이 미소도 잊지 않으며 말할 때마다 관우는 그녀의 열린 입속의 붉은 혀를 빨아 삼키고 싶었다. 관우는 처음으로 심장의 허기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지금 관우는 남자라는 이름으로서만 만날 수 잇다는 소유의 근원을 만났다는 것을 느끼고 실감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치열하게 제 입술을 소유해가는 관우가 무서워진 무화는 온 힘을 다해 관우로부터 벗어나려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간신히 관우의 입술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헉……”
거친 숨소리가 바로 토해지고 무화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빗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별빛이 그녀의 눈동자를 더욱 빛나게 했다.
“헉헉……”
“사과 안 할 겁니다.”
“상관없어요. 이제 확인했죠? 내가 영계 킬러인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