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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색 상세페이지

짐승의 색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2,500원
판매가
2,500원
출간 정보
  • 2021.08.13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7.2만 자
  • 4.3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65104498
EC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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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색

작품 정보

“제발…… 날, 나를…… 버려. 그래야 살 수 있어.”
“운명? 웃기지 마! 송하윤, 잘 들어. 넌 내 거야. 그게 진짜 운명이야. 내가 정한 것이 진짜라고! 그러니까 받아들여.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네 몸처럼 나를 받아들여.”

건들기만 해도 바스라져 버릴 것 같은 연약하고 가냘픈 계집아이.
그가 힘을 갖기 위해
마지막으로 딛고 올라서야 할 사다리에 불과할 뿐,
그에겐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에게 안겨 온몸으로 흐느끼는 송하윤이라는 계집아이한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송하윤의 머리카락 하나 다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본문 내용 중에서]

“미안하다.”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준은 설명하지 않은 채 밀착했던 몸을 뗐다. 외면하듯 고개를 돌리자 붉게 달아올랐던 하윤의 볼이 하얗게 질려 갔다. 거칠게 요동치던 심장은 마치 멈춰 버리기라도 한 듯 고요했다.
하윤이 주저하듯 입술을 달싹여 무언가를 얘기하려 했다.
“오빠, 난…….”
“하윤아, 미안해.”
그녀의 말을 중간에서 낚아챈 준이 급기야 뒷걸음질 쳤다. 거부당했다는 사실에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의 옷깃을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은 심장과 달랐다.
“하윤아…….”
“왜? 내가 싫은 거야, 오빠?”
“뭐?”
“아니면 내가 여자로 부족한 거야?”
태어나기 이전부터 병약했기에 하윤은 또래의 평범한 여자들과 많은 부분이 달랐다. 하지만 그녀도 그들과 똑같이 상대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야릇한 욕망을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는 만큼 맞닿아 있던 준의 심장이 얼마나 거칠게 뛰고 있는지 모두 느꼈다는 뜻이다. 틈새 없이 맞붙은 준의 몸에서 전해졌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온몸이 타버릴 것만 같았다. 등허리를 타고 올라가던 손끝의 미묘하면서도 야릇했던 감촉에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갈 정도였다.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이 미안하다는 것인지, 갑자기 왜 그녀를 밀어낸 것인지 반드시 알아야 했다.
“그런 거 아니야. 다만…….”
“…….”
그는 말을 끝맺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하윤은 기다렸다. 외면하듯 고개를 돌린 채 허공을 응시하는 준을 바라보며 그가 무슨 말이건 해주길 가만히 기다렸다. 문득 시선이 한 곳에 가서 닿았다.
“……멈출 수 없을 거야.”
한숨처럼 낮고 무거운 음성은 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귓불만큼이나 붉었다. 외면했던 시선이 그녀에게 돌아왔다. 촉촉하게 젖은 그의 눈이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한결 단호해진 음성은 야릇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안 돼.”

작가

남쪽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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