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정보
- 2025.12.22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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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4.4만 자
- 4.5MB
지원 환경
- 앱
- 웹
- PC뷰어
- PAPER
ISBN
9791173484353
UCI
-
보통의 사랑
작품 정보
“할머니가 그런 말을 자주 하셨어요, 인연은 찾아내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거라고.”
“우리 엄마도 그런 얘기를 더러 하기는 했어요. 인연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그쪽에서 찾아와야 하는 거라고.”
“괘종시계 소리를 같이 듣는 사람이 네 인연인 거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인연인 사람들은 같은 시간을 살게 된대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돌아보면 이선의 20대는, 그저 무난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간당간당한 성적으로 서울에 있는 중위권 대학에 입학해, 간당간당하게 졸업을 하고,
그리 유명하지 않은 중견 기업에 입사해 간당간당하게 자리를 지켜온 이선은,
그래서 무난하고 무던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식음을 전폐할 만큼 뜨거운 사랑도, 이별도 한 적 없는 이선이었지만,
그녀에게도 내심 바라는 건 있었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막연하고 희박한 기대 말이다.
그래서 선배의 부탁으로 억지로 나가게 된 소개팅에서 만난 은결은,
두 번 다시 볼 ‘인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히 여러 번 은결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는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원히 사랑하기를 바라며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한 채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건 아니다.
이런 이들도 있고, 저런 이들도 있는 것뿐이다.
그러기에 그들 모두의 사랑은 그저 보통의 사랑인 것이다.
[본문 내용 중에서]
“우리, 만나는 건 어때요? 나는 그러고 싶어요.”
나는 은결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내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먼저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모희가 봤다면 내 등짝을 한 대 때렸을지 모른다. 큰 눈으로 은결을 노려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싱겁게 사귀기로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거절당할까 봐 내심 긴장하고 있었어요.”
그는 한동안 내 손을 잡고 있었고, 나는 그런 은결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은결과 내가 같은 시간 속에 서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언제 어떻게 헤어질지 모르지만.
“실은 오늘 헤어지기 전에 물어보려고 했어요, 나하고 사귈 생각이 있는지.”
나를 보는 은결의 눈이 웃고 있었다.
“하마터면 순서를 빼앗길 뻔했네요.”
“언제 어떻게 헤어질지 모르는 건,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이 겪어야만 하는 일이에요.”
“그렇겠죠.”
“언젠가는 우리 역시 다른 사람에게 상실을 경험하게 할 거고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회피하듯 다른 짓을 해요. 번번이 그래요.”
나는 그의 솔직한 말이 듣기 좋았다. 아무에게나 털어놓을 말이 아니라는 걸 알 것 같아서였다.
“거기까지만 생각하라는 뜻인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는 은결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얘기,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네요.”
“보통은 이런 얘기 하면 되게 싫어해요. 모희가 옆에 있었으면 등짝을 맞았을 거예요.”
너스레를 떠는 나를 보며 그가 나직이 소리 내어 웃었다.
“이선 씨하고 얘기를 하고 있으면 내가 비로소 내가 되는 기분이에요.”
“공감은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거라서 그래요.”
“!”
“명언이죠?”
“메모해 둬야겠어요.”
“큰언니가 한 얘기니까 메모까지 할 건 없어요.”
“언니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죠?”
“큰언니는 쉰한 살, 작은언니는 마흔아홉 살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둘 다 명언이 줄줄 나와요. 큰언니가 그랬어요.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관계는 서글픈 거라고, 공감이 되는 사람을 만나야 서로 행복하다고.”
“우리 엄마도 그런 얘기를 더러 하기는 했어요. 인연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그쪽에서 찾아와야 하는 거라고.”
“괘종시계 소리를 같이 듣는 사람이 네 인연인 거다,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인연인 사람들은 같은 시간을 살게 된대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돌아보면 이선의 20대는, 그저 무난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간당간당한 성적으로 서울에 있는 중위권 대학에 입학해, 간당간당하게 졸업을 하고,
그리 유명하지 않은 중견 기업에 입사해 간당간당하게 자리를 지켜온 이선은,
그래서 무난하고 무던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식음을 전폐할 만큼 뜨거운 사랑도, 이별도 한 적 없는 이선이었지만,
그녀에게도 내심 바라는 건 있었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괜찮은 사람을 만나게 될 거라는 막연하고 희박한 기대 말이다.
그래서 선배의 부탁으로 억지로 나가게 된 소개팅에서 만난 은결은,
두 번 다시 볼 ‘인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히 여러 번 은결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는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원히 사랑하기를 바라며 사랑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한 채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건 아니다.
이런 이들도 있고, 저런 이들도 있는 것뿐이다.
그러기에 그들 모두의 사랑은 그저 보통의 사랑인 것이다.
[본문 내용 중에서]
“우리, 만나는 건 어때요? 나는 그러고 싶어요.”
나는 은결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리고 내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먼저 얘기해 줘서 고마워요.”
모희가 봤다면 내 등짝을 한 대 때렸을지 모른다. 큰 눈으로 은결을 노려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싱겁게 사귀기로 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며.
“거절당할까 봐 내심 긴장하고 있었어요.”
그는 한동안 내 손을 잡고 있었고, 나는 그런 은결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은결과 내가 같은 시간 속에 서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언제 어떻게 헤어질지 모르지만.
“실은 오늘 헤어지기 전에 물어보려고 했어요, 나하고 사귈 생각이 있는지.”
나를 보는 은결의 눈이 웃고 있었다.
“하마터면 순서를 빼앗길 뻔했네요.”
“언제 어떻게 헤어질지 모르는 건,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이 겪어야만 하는 일이에요.”
“그렇겠죠.”
“언젠가는 우리 역시 다른 사람에게 상실을 경험하게 할 거고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면 회피하듯 다른 짓을 해요. 번번이 그래요.”
나는 그의 솔직한 말이 듣기 좋았다. 아무에게나 털어놓을 말이 아니라는 걸 알 것 같아서였다.
“거기까지만 생각하라는 뜻인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는 은결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얘기,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좋네요.”
“보통은 이런 얘기 하면 되게 싫어해요. 모희가 옆에 있었으면 등짝을 맞았을 거예요.”
너스레를 떠는 나를 보며 그가 나직이 소리 내어 웃었다.
“이선 씨하고 얘기를 하고 있으면 내가 비로소 내가 되는 기분이에요.”
“공감은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거라서 그래요.”
“!”
“명언이죠?”
“메모해 둬야겠어요.”
“큰언니가 한 얘기니까 메모까지 할 건 없어요.”
“언니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죠?”
“큰언니는 쉰한 살, 작은언니는 마흔아홉 살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둘 다 명언이 줄줄 나와요. 큰언니가 그랬어요.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관계는 서글픈 거라고, 공감이 되는 사람을 만나야 서로 행복하다고.”
리뷰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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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2026.05.17담담한 나레이션같은 글이네요. 꼭 열렬하게 시작한 사랑이 아니라도 푸근한 감정으로 이루어진 사랑이 오래 가기도 한다는 걸 여주와 남주가 보여 줍니다. 사람들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른 여러 형태들의 연애가 등장하는데, 결과에 상관없이 꽤 흥미로왔어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mon***2025.12.26잔잔하지만 생각을하게하는 글이였어요~~
tot***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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