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주인공: 차무강 - 고스트라는 별명을 가진 국제 무기 암거래 딜러. 그 실체가 누구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어느 누구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 블랙요원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도중 갑자기 오프 더 그리드(Off the grid)가 된 후 적과 아군의 구별 없이 위협적인 행보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이 나타난 새끼 강아지 같은 한나율 때문에 삶의 의의와 목표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원래는 그저 이용하고 버리는 도구에 불과했을 여자 하나 때문에.
*여자 주인공: 한나율 - 나이보다 당찬 공대 2학년생. 3살 위 언니는 어렸을 때 실종, 군 장교였던 아버지는 전사, 현재는 기자인 엄마가 가족의 전부다. 어느 날 모친의 사고 소식이 날아오고, 절박해진 나율은 무작정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출국하는 순간부터 터지는 황당한 사건 사고에 기가 꺾이려는데, 능력치가 사기에 가까운 남자가 나타나 저를 돕는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진짜 위험은 다름 아닌 이 남자라는 직감이 가시지 않는데.
*이럴 때 보세요: 스스로 선택한 고독, 자신의 존재조차 부인하는 냉혈남이 밝은 햇살 같은 꼬맹이에게 속절없이 감기는 모습이 보고 싶을 때.
*공감 글귀: “너, 나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냐?”
더 고스트(The Ghost)(15세 개정판)
작품 정보
“안녕하십니까, 외교부 공공외교총괄과입니다. KTBC 소속 고보희 특파원 유족분 되십니까?”
“네에? 유족……이요?”
“아, 죄송합니다. 공문이 좀 애매하게 와서.”
대학생 한나율은 어느 날 갑자기 외무부 관계자로부터 미국 현지 특파원으로 나가 있는 엄마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다. 뜬금없는 건 둘째 치고 실종인지 사망인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 나율은 타국의 공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엄마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최근 엄마로부터 날아온 이메일이 그들의 사망 추정 일시보다 훨씬 나중이었기에 나율은 확신했다. 엄마는 살아 있다고. 하지만……
THE GHOST.
인사도 안부도 없었다. 밑도 끝도 없이 이메일 본문에 떡하니 쓰인 내용은 저 단어가 전부였다. 이래서야 이게 암호인지 단서인지 장난인지 미끼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한데.
수소문 끝에 가장 빠른 날짜로 탑승한 비행기는 의문의 추락 위기를 맞고,
“씨발. 왼쪽 엔진인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나율은 생김새부터 하는 행동까지 범상치 않은 남자를 만난다.
“지금 이 상태로 앵커리지 공항까진 힘들 거야. 그렇다면 어딘가에 불시착해야 된다는 얘긴데…….”
기장이 멍청이가 아니면 좋겠군.
“만약에 기장이 멍청이면요?!”
“그땐 다 같이 손잡고 우리를 만든 분이나 만나러 가야겠지.”
비행기가 불시착하려는 위기에서 농담이나 지껄이는 수상한 남자라니…….
“아저씨 도대체 뭐 하는 분이신데…….”
“아저씨?”
미간을 구기는 남자의 얼굴에 나율은 어이가 없어 신물이 올라왔다.
아니 지금 우리 다 죽는다면서요……? 이 와중에 아저씨면 어떻고 오빠면 어떤데요…….
“내 이름은 차무강이야. 그리고 그냥 죽으면 억울할까 봐 까놓고 얘기하자면……. 네가 찾는 고스트가 바로 나야.”
그는 실종된 엄마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다.
***
“앗!”
핑크빛을 띤 액체가 차무강의 두툼한 허벅지를 적시며 타고 내려가 그의 사타구니까지 주르륵 흘렀다. 재빨리 마른 거즈를 집어 흐르는 액체를 따라 내려가던 나율은 젖은 살을 다 훔치기도 전에 그대로 그만 몸이 굳고 말았다.
갑자기 남자의 드로어즈 위로 기이한 볼륨감이 느껴졌다. 불룩 올라온 중심을 따라 팽팽하게 당겨진 천 아래에서 불순한 형태가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제가 아무리 쑥맥이라도 그 의미를 모를 수는 없었다.
“근데 이게 왜…….”
하마터면 왜 상처를 처치하는 와중에 발기가 된 거냐고 돌직구를 던질 뻔했다.
그러나 남자는 세상 뻔뻔함을 전부 가져와 혼자 다 쓰는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나율을 향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제대로 세웠네, 네가.”
“제, 제가요?”
“그럼. 너같이 생긴 애가 좆에서 한 뼘도 안 되는 데를 만지고 쓸고 주무르고 난리도 아닌데. 안 서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 아닐까.”
“그러니까, 저 때문에 흥분했다는 거예요?”
“그래.”
정직함에는 정직함으로 승부하겠다고 마음먹은 나율이 아주 살포시 선을 넘어 보기로 작정했다.
“그럼…… 저랑 잘래, 요?”
미소를 지을 때면 희미하게 드러나던 인디언 보조개가 이번에는 보이지 않았다. 감정을 짐작할 수 없는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미묘하게 끈적한 공기를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