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을 뜨고 감기 전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한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사라지지 않는 고민 때문에 밤잠까지 설친다. 그러다 문득 기시감이 몰려와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늘 내 머릿속을 맴돌던 고민들은 몇 년 전에 나를 괴롭혔던 고민들과 다르지 않다. 친구들을 만나 서로 고민을 털어놓아도 “다 그렇게 살아”라는 어쭙잖은 위로만 주고받을 뿐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는 것도 많아지고, 예전보다 더 ‘어른’답게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웬일인지 계속 같은 곳을 맴도는 기분이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끝이 보이지 않는 질문에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 아닌 나만의 정답을 찾는 길에는 ‘철학’에 있다. 프랑스의 젊은 철학 강연자, 마리 로베르는 니체, 플라톤, 칸트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철학자가 바로 내 안에 숨은 욕망을 찾아주는 안내자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케아에 가구를 사러 갔다가 쓸데없는 물건만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온 날, 우연히 스피노자의 철학을 떠올렸고 큰 위로를 받는다. 철학이 단순히 고리타분한 지식이 아니라 일상 속 고민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그날의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1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를 쓰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철학 상담소의 직원이 되어 친구와 가족 간의 갈등, 퇴사 후 몰아치는 불안과 걱정으로 고민하는 인물들에게 가장 필요한 철학자를 소개해준다.
철학을 모르는 사람 혹은 이 책으로 처음 철학을 시작하는 사람도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친절한 철학 입문서이자, 철학 자기계발서다. 끝없는 고민 때문에 지친 하루, “한잔하며 잊자!”고 외치는 술자리가 아닌 철학자의 상담소를 방문해보자. 아마 그 어떤 위로보다 다정하고 쓸모 있는 답을 줄 것이다.
소르본 대학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톨스토이와 비트겐슈타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철학 잡지 창간과 운영, 칼럼 집필,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한 덕분에 파리 데카르트 심리학 대학에서 4년 넘게 강의를 했다. 2015년에는 국제 몬테소리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어와 철학을 가르치는 한편,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 교실도 운영했다.
이케아에 책장을 사러 갔다가 책장은 사지 않고 쓸데없는 물건만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온 날, 철학자답게 스피노자를 떠올린 그녀는 이 책, 『1년 전과 똑같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원제: 칸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Kant tu ne sais plus quoi faire)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었다. ‘항상 반복되는 실수를 할 때, 열심히 살았는데 나이만 먹고 제자리걸음하는 느낌이 들 때,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칸트, 니체, 레비나스 등의 철학자들에게 심리 상담을 받는다면 과연 뭐라고 답변해줄까?’라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던 것이다. 철학에 자기계발을 접목한 이 책은 실용성과 오락성, 작품성을 모두 갖춘 책이라 평가받으며 프랑스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종합 베스트셀러로 발돋움했다. 또한 출간된 지 1년 만에 15개국으로 판권이 수출되면서 그 인기를 이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