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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원 50전작품 소개

<17원 50전> 사랑하시는 C선생님께 어린 심정에서 때없이 솟아오르는 끝없는 느낌의 한 마디를 올리나이다.
시간이란 시내가 흐르는 대로 우리 인생은 그 위에서 뱃놀이를 하고 있읍니다. 늙은이 나 젊은이나 마음 아픈 이나 행복의 송가를 높이 외는 이나 성공의 구가(謳歌)를 길게 부르짖는 사람이나, 이 시간이란 시내에서 뱃놀이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오늘 이 편지를 선생님께 올리는 이 젊은 A도 시간이란 시내에 일엽편주(一葉片舟)를 띄워 놓고 곳 모르는 포구로 향하여 둥실둥실 떠갑니다.
어떠한 이는 쾌주하는 기선을 탔으며 어떠한 이는 높다란 돛을 달고 순풍(順風)에 밀리어 갑니다. 또 어떠한 이는 밑구멍 뚫어진 나룻배를 이리 뒤뚱 저리 뒤뚱 위태하게 젓고 갑니다.
어떠한 배에서는 하품하고 기지개켜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 어떠한 배에서는 장고를 두드리고 푸른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어떠한 배에서는 불그레한 정화(情話)의 소곤 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떠한 배에서는 여자의 애끊는 울음 소리가 납니다. 어떠한 배 속에서는 촉루(??)가 춤을 추고 어떠한 배 속에서는 노름군의 코고는 소리가 납니다.
그러나 이 A가 탄 배에서는 무슨 소리가 들리는 줄 아십니까? 때없는 우울과 비분과 실망과 고통과 원망이 뭉텡이가 되고 덩어리가 되어 듣는 이의 귓구멍을 틀어막을 듯이 다만 띵 하는 머리 아픔이 있을 뿐이외다.
나와 같이 배를 띄워 같은 자리를 지나가는 배가 몇 백 몇 천이 있습니다. 그들은 다만 서로 바라보며 기막혀 웃을 뿐이외다. 그리고 서로 눈물지을 뿐이외다.
선생님, 이 배가 가기는 갑니다. 한 시간에 5리를 가거나 단 1리를 가거나 가기는 갑니다. 그러나 그 배가 뒷걸음질 칠 리는 없을 터이지요. 가기만 하는 배는 우리를 실어다 무엇을 할까요? 흐르는 시간은 말이 없고 뜻이 없으매 다만 일정한 규칙대로 가기는 가겠으나 뜻없고 말없는 시간이란 시내 위에 이 A는 무슨 파문을 그리어 놓아야 할까요.
새벽 서리 찬바람에 차르럭 찰싹 뛰어노는 어여쁜 물결입니까? 아침 저녁 멀리 밀려왔다 밀려가는 밀물의 스르렁거리는 물결입니까? 초생달 갸우뜨름하게 비추인 푸르렀다 희었다 하는 깜찍한 파문입니까? 어떻든 저는 무슨 파문이든지 그 시간이란 파문 위에 그리어 놓아야 할 것이외다. 하다 못하여 시커먼 물결 위에 푸---하게 일어나는 거품일지라도 남겨 놓고야 말 것이외다.
선생님! 그러나 그 파문을 그리려 하나 그릴 수가 없읍니다. 하늘의 바람은 너무 강하고 몰려오는 물결은 너무 힘이 있읍니디
인습이란 물결이 아직은 편주를 몰아 낼 때와 육박하는 환경의 모든 시커먼 물결이 가려 하는 이 A라는 조그마한 배를 집어 삼키려 할 때 닻을 감으랴 노를 저으랴 가려고는 합니다마는 방향을 정하려 하나 괄에 힘이 약하고 가려 하나 나를 이끌어 나아가게 하는 힘 있는 발동기를 갖지 못하였습니다.
그나 그뿐입니까? 어떤 때에는 폭우가 내려 붓고 어떠한 때에는 광풍이 몰려와 간신히 뒤뚱거리는 이 작은 배를 사정없이 푸른 물결 속에 집어 넣으려 합니다.
아아, 선생님! 그나 그뿐이 아니외다. 어떠한 때는 어두운 밤이 됩니다. 울멍줄멍하는 노한 파도가 다만 시커먼 암흑 속에서 이리 뛰고 저리 뜁니다. 하늘에는 희망의 별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저쪽 어귀에 희미하게 비추이는 깨알 같은 등대의 깜빡거리는 불도 꺼질 때가 있읍니다.


<작가 소개>
첫째
둘째
세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판권


저자 소개

서울 출생. 본명은 나경손(慶孫)이며 필명은 나빈(彬). 1921년에 ≪백조≫ 동인으로 등단하였고, 객관적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을 썼다. 작품에 <물레방아>, <뽕>, <벙어리 삼룡이> 따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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