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용자소전 상세페이지

용자소전작품 소개

<용자소전>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구(警句)가 책 속에 씌어 있기나 한 것처럼 초록빛 부사견을 늘인 책장에서 책을 나르기 시작한 후로의 용자는 말이 적어졌다.
원래 말이 적은 아이고 나이보다는 조숙하여서 철학자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용자라 단 하나뿐인 오랍 동생이면서도 일년 가야 서로 이야기하는 일도 없는 우리 남매였다. 나는 용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떠한 취미를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언젠가 나의 책꽂이에서 하이네니 바이런이니 하는 시집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겼는데 그것이 용자가 빼가는 것인 줄을 알고서야 나는 용자가 문학에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었다―그러나 웬일인지 그런 후로는 원래 말이 적은 아이기는 하지마는 도통 집안에서도 입을 벌리지 않는다. 낮에는 온종일 병원에 가서 처박혔고 밤에는 일찍 온대야 해가 진 후고 내가 못 보아 그런 게거니쯤 생각하고는 별로 이상히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나 낮이나 밤이나 저 혼자 제 방에서 뒹굴다가 끼니 때나 되어야 안방으로 들어온다는 말을 어머니한테 듣고는, 바이런의 여독인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집에서는 용자를 그렇게 만든 것이 나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내가 문학서류를 사들이기 때문에―아니 용자를 문학 소녀를 만들기 위해서 저와는 부니가 떨어지는 책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물론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그럼직한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일찍이는 나도 문학 청년이었다. 중학 이학년 때부터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문학서적이면 되는대로 읽고 혹 씁네 하고 원고지 장을 사들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는 졸업기에 와서 더욱 맹렬하였다. 나는 멱살을 잡히듯이 끌리어 의전에 시험을 쳤다. 별로 자신도 없었다.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어도 좋다. 아니 안 되는 것이 되레 좋다. 이런 태도로 시험을 친 것이 다행히(지금 생각하면 조금도 다행한 것이 아니었지마는) 패스가 되었다.
이리하여 나와 문학과는 인연이 멀어졌지마는 문학을 그리는 정은 사라질 줄 몰랐다. 피뜩피뜩 신문이나 잡지에서 옛날 동창들의 이름이 발견될 때마다 그지없이 부러운 정을 느끼었다. 멀리 별을 따러 가는 동무들을 저 밑구멍 속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하염없는 심사였다. 나는 실상 조금도 의학에 취미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너희는 문학이면 나는 의학으로 몸을 세우리라는 엉뚱한 패기로 의학에 몰두하였다.
그러면서도 혹시 장정이나 새뜻한 문학서류가 눈에 뜨이면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샀다. 말하자면 내가 문학서류를 사는 것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서하기 위해서였다. 날로날로 문학적 지반을 닦아가는 동창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책이었다 ―봐라, 내게도 책이 있다. 언제든지 여유만 생기면 나도 너희들만한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자위(自慰) 행동에서 생긴 것이었다.
그렇기에 책을 사다만 놓고 한 권도 통독한 것이 없었다. 시라면 몇 개, 단편이라면 한두 개 틈틈이 ―그것도 시간 보내기 위해서 읽는 정도의 것이었다. 실상은 용자가 내 책상에서 문학서류를 빼다 읽는 것도 작년 봄에야 발견하였다.


저자 소개

일제강점기 「제1과 제1장」·「흙의 노예」 등을 저술한 소설가. 본명은 이갑룔이고 이무영은 필명이다.

목차

작가 소개
용자소전
판권


리뷰

구매자 별점

0.0

점수비율
  • 5
  • 4
  • 3
  • 2
  • 1

0명이 평가함

리뷰 작성 영역

이 책을 평가해주세요!

내가 남긴 별점 0.0

별로예요

그저 그래요

보통이에요

좋아요

최고예요

별점 취소

구매자 표시 기준은 무엇인가요?

'구매자' 표시는 리디에서 유료도서 결제 후 다운로드 하시거나 리디셀렉트 도서를 다운로드하신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도서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도서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도서 내 무료 도서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도서를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도서를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포르투나 한국근현대문학선집


다른 출판사의 같은 작품


이 책과 함께 구매한 책


이 책과 함께 둘러본 책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