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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작품 소개

<거울> 문혜는 아침 학교로 떠날 때마다 꽃분이가 근심이었다. 인제 열네 살이니 그까짓 게 무어 칠칠히 일은 하랴만 그래도 나이 봐선 못 하는 일이 없이 제법 하는 편인데도 어머니의 비위에는 틀렸다. 가다가 실수는 누구에게도 있는 일, 그런 걸 탓 잡자면 아니 잡힐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장작을 패고 숯불을 지피고 쌀을 일어 놓으면 그적에야 어머니는 부엌으로 내려와 솥에 쌀을 안치고 다시 들어갔다가 밥이 다 잦아야 한 번 나와서 밥을 푸는 일뿐이었고 상을 물리면 그 뒤치다꺼리 까지도 도맡는 게 꽃분이의 역할이다.
아니 아침 저녁의 식사 때문이 아니라 배급을 타오느니 찬거리를 사오느니 하는 잔심부름에다 빨래까지 겸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날이면 날마다 잠시나마 밑 붙일 짬이 없이 서서 돌아가며 손을 놀려야 하는 것이니 일을 적게 하는 데서보다 많이 하는 데 그 실수가 많이 따르게 될 것은 빠안한 일이다. 그것도 후에는 주의를 하라고 약간 욕으로 이르는 정도라면 혹 몰라도, 지독한 욕에다 손까지 대어서 하루도 몇 번씩 꽃분이의 눈물을 보고야마는 성질이니 꽃분이의 이러한 정경을 목도할 때마다 문혜는 혼자 안타까웠다.
보다 못해.
“아이 어머니 너무해요. 그만두세요.”
하면 그적엔 욕이 자기에게로 건너올 뿐 아니라 한층 더 서슬이 푸르러 꽃분이에게로 가는 욕이 좀더 심해짐으로 이즘은 어머니가 욕을 하거나 말거나 매를 치거나 말거나, 알은 체도 아니 하고 그대로 두고 만다. 아무리 지독한 욕이 나와도 잠자코 있는 편이 도리어 꽃분이를 위함이 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혜의 이러한 내심을 꽃분이도 모를 리 없다. 욕을 먹을 때마다 마음으로 동정을 하여 주고 아연히 여겨 주는 문혜가 고맙기 짝이 없었다. 그리하여 문혜가 옆에 앉아 있어야 어쩐지 마음이 든든한 것 같고 그렇게 서럽지도 않은 것 같아, 문혜가 늘 자기와 같이 집에 있기를 바랐으나 문혜는 날마다 아침이면 학교로 가야 했다. 그러므로 꽃분이에게는 문혜가 아침 학교로 떠날 때처럼 안타까운 일이 없었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올 때처럼 반가운 일이 없었다. 마나님의 그 모진 욕에 차마 견디기 어려울 때는 그까짓 죽어라도 버리라는 생각이 문득 들다가도 그러면 문혜의 그 자기를 위한 따뜻한 정은 영원히 받아 보지 못하게 될 것이 아닌가 하면 금시 문혜가 그리워서 학교에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모든 것을 참아 오는 것이었다.


저자 소개

일제강점기 『병풍에 그린 닭이』, 『백치아다다』 등을 저술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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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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