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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심가 (丹心歌) 상세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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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심가 (丹心歌)작품 소개

<단심가 (丹心歌)> 귀신을 보는 여인, 하연.
영월에서 사고를 당해 조난된 그녀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온 것은
그림자 무녀 단과 숙부에게 상좌를 빼앗긴 소년 왕,
서로 만나서는 안 되노라 운명 지어졌던 두 사람의 닿지 못한 단심(丹心)이었다.

“단아.
이 밤이 지나고…… 이번 생의 끝을 지새운 후에,
다음번 생의 시에는 반드시 서로를 연모하고저 하느니 그를…… 약조해 주겠느냐.”

‘다음 생애에선 반드시 보통의 여인으로 태어나겠습니다. 그 어느 혼도 귀도 받지 않고 하늘을 잇는 그 무엇도 가까이하지 않는 그런 평범한 여인네가 되겠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겠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전하를 연모하겠습니다.
이 밤이 다 가도록.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사모하고, 그리워하겠습니다.’

야사에조차 기록되지 않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년 왕과 허수아비 무녀의 가슴 사무친 사랑 노래
단심가(丹心歌)


출판사 서평

보름 전에 사다 두었던 달걀이 전부 떨어져 엽전 몇 닢을 들고 단은 붉은 저잣거리를 걸었다. 귀(鬼)들의 나가지 말라 붙잡는 걸음을 떨치고 나오느라, 당도했을 때에는 이미 하늘에 노을이 울긋불긋했다. 발걸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복잡하고 다채로운 세상사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개중에서도 그녀의 아모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동자를 흔들리게 만든 것은 조카를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현 왕에 대한 이야기였다.
양위 형식이었지만 실상은 빼앗은 것임을, 빼앗긴 것임을 그 누구도 모르지 않았다. 상왕(上王)이 노산군으로까지 강등되어 이곳 영월에 유배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불현듯 감히 그분의 처지가 자신과 같지 않은가 하고 단은 생각하였다. 이내 말도 안 되는 소리라 고개를 흔들었지만 내내 상왕에 대한 생각이 뇌리에서 가시지 않았다.
때 묻은 언(言)에 한참을 사로잡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사려고 했던 달걀도 사지 못한 채 어둑해진 거리 위에 서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었다.
귀들이 이런 생각을 알면 비웃을 것이다. 단은 스스로를 질책하며 걸음을 돌렸다. 아직까지 달걀을 파는 상인이 남아 있지도 않을 것이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컴컴한 길에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고 있음이었다.
하늘님이 우시는 횟수가 요즘 들어 잦다. 서두르지 않으면 야귀(野鬼)들이 언제 어느 때고 그녀의 의식을 침범할지 모름이다. 그러나 그녀는 문득 뛰려던 발을 멈추고 흠뻑 젖어 빗물에 취한 듯한 모습으로 천천히 걸었다. 하나뿐인 가족이었던 할머니의 혼백이 산화(散花)하여 하늘님에게로 날아가 버린 날 제 모든 감정 또한 함께 죽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울고 싶다는 마음의 청을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오늘은 그리해도 괜찮을 게다. 빗물이 얼굴과 뺨을 적시고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으니 그녀가 운다 한들 하늘은 모르실 게다.
차가운 몸을 가누며 그녀는 뜨거워져 오는 눈시울을 붉혔다. 가슴께가 시큰했다. 세상 모든 시공간과 단절된 채 자신처럼 홀로 서 있는 폐가를 향해 그녀는 소리 없이 울며 걸었다.
솨아아아 비가 쏟아지는 소리만이 들리는 산길 중턱에 이르렀을 즈음이었다.
“너도 혼자인 것이냐.”
할미의 비명이 들렸다.
저와 마찬가지로 온몸을 거친 비로 흠뻑 적신 채 서 있는 소년을 보았다. 이분이라고, 그녀 주위의 모든 귀들이 할미와 함께 세상이 찢어져라 외쳐 댄다. 단은 슬프게 미소 지었다. 가치 없는 생의 끝자락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물먹은 옷자락보다도 깊게 깊게 젖은 검은색 눈동자가 허공으로부터 서로를 비추어 내었을 때, 그녀는 그가 자신처럼 울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아직은 작가라는 이름이 버겁고 두렵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 또한 당신처럼, 우리 모두처럼 그렇게 울고 웃고 때론 힘겨워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세상 속 제 아이들의 삶 중 하나입니다. 지켜봐 주시는 가슴속으로 조금씩 스며들어 언제 젖었는지도 모를 가랑비처럼, 부디 제 아이들이 들려 드리는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 곁에 오래도록 머무를 수 있기를 소원합니다.

목차


一. 붉은 옷의 귀신
二. 나비 장식
三. 끊을 단(斷)
四. 일장춘몽
五. 역천(逆天)
六. 그림자 제물
七. 적동백, 지다
終. 단심가(丹心歌)
미주(尾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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