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언(33) : 성한그룹 미래전략실의 유능한 이사이자 결혼 3년 차 유부남. 얼굴, 능력, 재력, 집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말 그대로 황금빛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인생. 남이 보면 부럽다 하겠지만, 본인은 아니올시다. 지나치게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에 질려, 색다른 자극을 찾는다. 그게 바로 예원과의 불륜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겉만 번드르르한 쓰레기. 어쨌든 한참 어린 예원을 돈으로 구슬려 밤낮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정화익(23) : 한국대학교 경영학과. 잘생긴 껍데기와 능글맞은 성격으로 교내 유명 인사이다. 물론 본인도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캠퍼스 라이프에 권태를 느낄 때쯤, 우연히 과 동기의 불륜 장면을 보게 된다. 좆 빠지게 심심하던 차에 잘 걸렸다. 할 일도 없는데 정신 빠진 허예원이나 갱생시켜 볼까 싶다.
*여자주인공 -허예원(23) : 한국대학교 경영학과. 예쁜 얼굴과 청순한 분위기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미인 중의 미인. 오로지 얼굴빨로 대학 모레 표지를 두 번이나 장식했다. 값비싼 명품을 휘두른 예원은 말 그대로 부잣집 막내딸 그 자체다. 물론 그게 불륜의 산물인 줄은 아무도 모르지만. 어린 나이에 유부남에게 걸려 개고생만 하던 중, 동기인 화익과 아주 진하게 얽히게 된다.
*이럴 때 보세요 : 스윗한 불륜남, 양아치 호구남. 두 사람 사이에서 와리가리 하는 여주가 보고 싶을 때.
나는 끔찍한 소리를 내뱉는 한주언의 머리통을 붙들고서 다리만 바동거렸다. 이걸 그냥 밀어내 버릴까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확 끌어안고 싶기도 했다.
“그냥 안에 싸 버리고 두 집 살림 할까? 하아….”
고등학생 딱지를 떼자마자, 스윗한 불륜남 한주언에게 코가 꿰여 불륜녀가 되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를 사랑하니까.
“불륜이야, 애인이야. 네 입으로 말해 봐.”
“…….”
“말하라니까?”
“그래, 불륜이야. 근데? 뭐 어쩌라고.”
하. 내 파렴치함에 정화익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쳤다. 어차피 다 뽀록난 거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여기서 약하게 굴어 봤자 약점만 잡힐 게 뻔하지. 나는 고개까지 치켜들고선 태연자약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네 눈엔 드러운 불륜으로 보일 수도 있어. 근데 우린 달라. 아저씨는 나한테 위로받고 있는 거고, 난 아저씨 사랑하는 거야. 플라토닉 러브. 알겠어?”
“…….”
“그리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이혼하고 나한테 오겠다고….”
“와, 진짜 미친다. 왜 불륜 하는 애들은 멘트가 하나같이 다 똑같지? 어디서 배우나? 뭐 학원 다녀?”
비웃음 가득한 말투에 순식간에 말문이 턱 막혔다. 꼭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무개념 불륜녀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바보처럼 입만 벙긋거리고 있자 정화익이 정신 좀 차리라는 듯 한 번 더 비수를 꽂았다.
“그리고 플라토닉? 야. 뜻은 알고 말하는 거지? 씹,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
“…….”
“니네 사랑은 존나 플라토닉 하셔서 주차장에서 떡을 치나 봐? 불륜 감성 좆된다.”
하지만 학과 동기인 화익에게 불륜 현장을 들키게 되고, 세 사람의 사이엔 자꾸만 균열이 생기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