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가 앨런 포우는 미국 문학의 사악한 천재라고 불렸다. 당시에는 저평가되어 잡탕글이나 쓰는 문인으로 낙인찍히기도 했다. 사실 그것은 포우의 독창적 문학관을 기존 문단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워 생긴 견해 차이였다. 활동 당시, 그는 '뉴욕의 지식인들'이란 짧은 만평을 써서 명예 훼손으로 고소당하기도 하는 등 당시 지식인들과 사이가 좋진 않았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부고 기사들은 공정치 못해서 그가 미치광이 알코올 중독자였단 뉘앙스를 풍겼다. 존경 받지 못할 개인사에 세인의 눈에는 객사나 다름없는 비참한 죽음 탓에 그는 숱한 이야기의 달갑지 않은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훗날 보들레르는 포우의 단편을 읽고 놀라 “여기에는 내가 쓰고 싶었던 작품의 모든 것이 있다”고 하면서 평생을 포의 작품 번역에 바쳤다. 또 다른 프랑스의 거장인 말라르메는 “검은 재해(災害)의 벌판에 떨어진 조용한 운석(隕石)”이라 노래한 소네트를 그의 생애에 바쳤다. 포우는 예술가가 존경받는 현인이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 합리와 이성을 향한 믿음, 공포와 음울함의 탐닉으로 건강한 종교적 상식에 균열을 가하는 반역의 사례였던 것이다.
결국 프랑스의 상징주의 문인들 덕분에 1875년에야 겨우 그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유럽 지성들의 노력으로 애드가 앨런 포우는 현대 문학의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로 거듭난다. 개인의 심연에 주목한 현대 공포물, 이성적 추리와 과학에 관한 믿음을 바탕에 두고 펼쳐지는 범죄물, 심리소설, 추리소설의 새로운 개척자로서 그는 현재도 유효하다.
실례로 지금 우리가 보는 수많은 영화나 문학의 장르물들이 그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놓여있다. 그를 부인하고서는 그 장르들의 역사가 성립될 수 없다.
그의 작품 성향은 미국의 건강함을 표현하는 청교도적인 근대문학과는 대비를 이룬다. 호손의 또 다른 문학세계이면서 허먼 멜빌이 표현했던 복합적인 인간의 모습을 포우 역시 그려낸다. 또한 순수문학과 대비되는 지점에서 새로운 상상력으로 미국 근대문학을 풍요롭게 했다.
그는 이성과 비이성 모두에 첨예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추리소설의 시조로서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에서 이성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을 집요한 이성적 진술로 풀어내는가 하면, <어셔가의 몰락>이나 <검은 고양이>처럼 초자연적인 현상처럼 보이지만 이성적으로 현상을 풀어내도 이질적이지 않은 현실의 공포를 꼼꼼하게 재현한다.
그는 미국이라는 땅 위에 분명하게 서 있지만, 동시에 그 어두운 면을 부각하여 개인의 심성이라는 세계를 음울하고도 치밀하게 펼쳐낸다. 그러한 그의 성향은 훗날 심리소설의 대가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에도 영향을 준다. 그는 청교도의 건강한 이상을 꿈꾸는 획일화된 문단에 균열을 가하는 예민한 천재였으며, 냉철한 비평으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직접 변호하면서 문단에 이의를 제기하다가 미움을 사기도 한 아웃사이더였다. 그의 낭만적이면서도 과학적 사고에 바탕을 둔 치밀한 작품 구축은 그의 예민하면서도 모순된 삶과 많이 닮아있다. 다행히 그는 그러한 면을 <검은 고양이>,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어셔가의 몰락>, <갈가마귀>, <애너벨 리> 그리고 평론 등에서 다채롭게 펼쳐낸다. 작품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의 입체적인 문학 성향은 때로는 철저하게 분리되어 비평, 소설 그리고 시로 드러나 <검은 고양이>와 <애너벨 리>의 작자가 한 사람이라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게도 했다. 동시에 <어셔가의 몰락>은 산문으로 쓰인 우아한 시이고, <갈가마귀>는 운문으로 쓰인 시인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의 문학 성향은 혼재된 방식으로 드러나 모순되고 긴장하는 힘을 표출한다.
이번 단편선의 작품들은 애드가 앨런 포우가 평생을 걸쳐 표현한 여러 감성과 사조를 대표할 만한 것으로 엄선했다. 미국근대문학의 한 축을 이룬 애드가 앨런 포우의 문학적 정수를 이번 단편선에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