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공×남첩 수
무심한 형사와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정부와의 만남
유명 대기업 회장이 저택에서 급사한다. 50대 나이에, 사인은 복상사.
상대는 그가 예뻐해 마지않는 스물셋의 어린 남첩 김회운.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나’는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만 든다. 그 호기심 밑에는 비웃음이 깔려 있다.
남자가 얼마나 곱고 색기가 있으면 남자의 정부, 그것도 대기업 회장의 정부 노릇을 하며, 그 대저택까지 들어가 살까 궁금하다. 직접 보고 싶다.
나는 고의성이 깃든 사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건 조사 차 회장이 생전에 살았던 곳이자, 복상사한 저택으로 향한다.
저택에서 처음 본 김회운은 생각보단 단정하고 조용하다. 확실히 외모는 뛰어나지만 천박하지도 않고, 끼를 부리지도 않는다. ‘납첩’이나 ‘창부’ ‘창놈’ ‘창남’을 떠올리게 하는 헐벗은 모습도 아니다.
피부는 희고 탱탱하며, 얌전한 차림과 어울리게 행동거지도 바르고 우아해 보인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싶다.
그러다 그에게서 조금씩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몸엔 멍이 있고, 눈치를 보듯 주눅이 들어있는 표정까지. 처연한 그 모습이 자꾸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주변에선 그를 남첩이라고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나’는 그가 신경 쓰인다.
그런 내 마음의 동요를 알아챈 건지, 김회운은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나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신호를.
“남자랑 해보신 적 있어요?”
고개를 젓는 내게 이어 묻는다.
“여자는요?”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자, 이를 드러내어 웃는다. 왜 좋아하는 걸까. 고민하는 한편 흥분되어 아래가 저릿하다.
이 욕정에 따라가도 될까, 아니면 멈춰야 할까.
한편으론 머릿속에 자꾸만 그 몸에 새겨진 멍과 상처가 떠오른다. 멍과 상처를 달고 서글픈 표정을 짓는 네 모습이.
욕정 이면에 드는 이 안타까움은 뭘까. 이게 나를 멈추게 만드는 걸까.
혼란스럽다. 단순했던 욕정에 다른 감정도 스며든다.
그게 너에게 다른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