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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에세이

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

건축사 남택의 일본, 일본인, 음식 이야기
소장종이책 정가20,000
전자책 정가50%10,000
판매가10,000

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작품 소개

<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도록 살면서도 근대화되지 못한 조선인이었던 내가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일본에서 바닥의 ‘을’로 생활해 보고 또 한국에서 건축 관련업과 외식업을 사업으로 하며 점점 근대 한국인이 된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깨달음 덕분이다.
자영업을 하며 스스로 깨달은 것도 있지만, 30대 초반에 일본이라는 사회를 몸으로 겪으며 우리와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부분에서 배운 게 큰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우리에 비해 그들은 욕망에 대해 사회가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회 내 격차 또는 양극화를 질시나 배아픔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었다.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자본주의. 일화 위주로 내 경험을 풀어 봤다. (‘을’이 돼서 배워 보니 _7쪽)

어느 날, 낮에 공장장이 사무실로 나를 불렀다. 납품한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자네들이 납품한 박스는 오천 개들이인데, 컵 숫자가 약간씩 오버한다네.”
“얼마나요?”
“우리가 어제 종일 자네 팀 박스를 전수 조사했는데, 평균 오천 백 개가 나왔네. 어떻게 된 거지?”
빨리 정리하느라 숫자를 하나하나 세지 않았고, 적으면 문제 생길까 봐 다소 많이 넣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일, 이 프로잖아. 많이 줘도 불만이래?’ 하고 생각했다.
“우리 회사의 그 제품 수익률은 5, 6%에 불과해. 회사로 보면 자네들이 수익의 반을 날려 먹었고, 상대 회사는 기계에 컵을 걸 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달라서 손이 더 간다며 문제 삼아서 우리 신뢰가 떨어졌어.”
우린 조선인도 아니고 그냥 개새끼들이었다. 누구 하나 “이렇게 하면 안 돼” 소리 않고 똘똘 뭉쳐 적당히 편하게, 그 결과 불량을 양산해 회사 이익을 날려 먹고 신뢰까지 떨어뜨린 죄인들이었다.
나는 이후 진짜 열심히 일했다. 그 일로 조선인에서 한국인으로 조금 더 바뀌어 갔다. (나리타 공장 _41~42쪽)

7~8년 전만 해도 주방 신입은 170만~180만 원으로 시작해 해마다 5만~10만 원씩 올려 줬다. 주방장은 280만 원에 성과급을 얹어 주었다. 그래서 신입과 책임자급의 급여가 기본 100만 원, 어느 달은 두 배도 차이가 났다.
지금은?
나라가 올린 최저임금 탓에 신입도 250만 원 가져가는데 주방장은 여전히 300만 원이다. 최저임금의 하방 압력이 없었다면 지금쯤 신입은 200만~220만, 점장은 기본 400만쯤에 매출 많은 달은 500만 원도 가져가는 구조가 되었을 것이다.
20대 총각 신입은 200만쯤 가져가고, 경력 10여 년에 처자식 딸리고 애 학교 보내는 점장은 400만 원 가져가게 하는 사회가 복지 사회고 사회 정의지, 모두들 꿈도 없이 그냥 적당히, 모두들 불만족스러운 월급을 받아 가는 게 더 나은 사회인가?
어차피 매출에서 최대로 줄 수 있는 인건비는 정해져 있다. 정해진 파이(매출)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파이를 더 키우는 경영이 되느냐 못 되느냐가 결정되는데, 나라가 나서서 그런 경영적 선택을 못 하게 만드니 가게는 더 발전하지 못한다. 젊은이들을 위한다며 도리어 그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다. 청춘들만 피지도 못하고 시든다. (우동 스승 히로타 상 _98~99쪽)

사장인 내가 가게에서 서서 일해야 하는 시간에, 맛을 내는 주방에서 일할까, 돈 받는 카운터에서 일할까?
답은—손님들 다 드신 그릇을 주방 세척 라인에 정리해 넣고 짬 치우는 일을 한다.
왜? 고생하는 주방 직원에게 월급 주는 건 아깝지 않지만, 이런 일 시키고 시급 1만원 이상을 주기가 너무 아까워서다.
사장이라고 해서 주방 일 2인분을 해낼 순 없지만, 시원찮은 시급 알바 일 2인분쯤은 거뜬히 할 수 있다. 주방 일을 대신하면 280만 원을 아끼고, 알바 일을 대신하면 480만 원을 아낀다. 이게 최저임금의 현실이다. 주인의 노동력보다 생산성 대비 알바 시급이 비싸다는. (식당 블루스 _142쪽)


출판사 서평

일본에 자주 다닌다고 다 일본과 일본인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일본을 자주 다니며 일본을 더 좋아하고 그래서 더 자주 가는 사람과, 말로는 일본을 미워하고 욕하면서 기회만 있으면 일본 다니는 사람(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본과 일본인을 더 잘 알아가기는 한가지일 텐데, 두 부류의 지일(知日)이 어쩌면 이렇게 다른가?
여기, ‘가장 가까운 외국이자 선진국’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맨주먹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간 남자가 있다. 막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건축을 배우다 돌아와서는 본업인 건축보다 음식으로 눈을 돌려 성공했다. 우동집 ‘와라쿠샤샤’를 운영하면서 SNS와 신문에 칼럼을 쓰고, 그러면서 본업인 건축도 아주 놓지 않고 있다. 몸이 셋이라도 부족할 이 남자의 첫 책, 『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남택 지음, 기파랑 刊, 2022)은 제목이 말해 주듯 우동이 계기가 되어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된 일본과 일본인, 그리고 음식과 건축 에세이 모음이다.

‘조선인’에서 한국인으로
지은이 남택(南沢)은 본래 건축학도다. 그저그런 건축사로 만족할 수 없다며, 서른 살에 아무런 대책 없이 맨손으로 일본에 갔다. 어학연수를 하며 목욕탕 청소, 종이컵 포장, 철거공사 현장 등 밑바닥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마침내 유명한 설계사무소에 들어가고 현상공모에 가작으로 뽑히기도 했으나, 정직원이 아닌 모형 제작 아르바이트 신분이었다. 건축사 자격은 결국 한국에 돌아와 취득했지만, 노숙자의 ‘무릎 아래 눈높이’부터 경험해 본 일본 생활은 그에게 천지개벽 같은 개안(開眼)의 경험을 안겨주었다. 전근대 ‘조선인’이 근대 ‘한국인’으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어김없이 일본 관중의 ‘청소 DNA’가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다. 『우동, 건축 그리고 일본』에도 일본인의 청소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온다. 한번은 저자의 ‘우동 스승’의 일화다. 스승 역시 제조업과 요식업 양쪽으로 성공했고, 청소는 경영자 시점이다.

히로타 상은 내게 우동 스승이지만 현재는 제조업 사업가다. 그가 내게 말해 준 자기 회사 사훈은 이렇다. 인사 잘하기, 청소 잘하기. 엥? 소학교 1학년 급훈만도 못하다.
“그것만 갖고 회사가 돌아가요?”
“나에게 인사를 안 하는 직원을 불러서 청소 상태를 봤지. 생각대로 잘 안 했길래 바로 해고시켰어. 며칠 뒤 노동부에서 부르더라. 해고된 직원이 사유를 모른다고. 그래서 가서 얘기했지. 인사 안 하고 청소 안 했다. 그랬더니 담당자가 그러더라. ‘그럼 뭐 어쩔 수 없군요’” (‘우동 스승 히로타 상’, 96쪽)

히로타 상은 한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학동에 갈치 고등어나 구워 주고 반(半)한식으로 회나 한 접시 내주는 제주 이름 붙은 식당만은 추천하면 언제나 콜이다.
“이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가 뭡니까?”
“이 집은 카운터가 깨끗해. 이런 집은 주인이 직접 관리한다는 뜻이니, 주방은 들여다볼 것도 없어. 이런 집이 한국엔 별로 없어.” (‘우동 스승 히로타 상’, 114쪽)

그리고 알게 모르게 제자는 스승을 닮아간다.

도쿄에서 페친인 최 박사와 만날 약속을 했다. 간다의 ‘야부소바’라는 집을 택했다. 같이 맛있게 소바를 먹었다. 최 박사가 물었다.
“어떠세요, 여기 소바?”
“도쿄에서 가장 깨끗한 유리를 가진 집이네요. 이렇게 유리 청소를 완벽하게 한 집은 처음 봤어요. 그렇다면 음식 맛은 말할 것도 없지요.” (‘맛집, 멋집’, 289쪽)

일본 좀 다녀 본 사람이라면 ‘맞아!’ 하고 맞장구칠 소소한 경험담과 깨달음이 책에 그득하다.


반일 광풍과 코로나에서 살아남기
건축을 하면서 식당에 눈을 돌리게 된 결정적 계기 하나는, 국수전문점 호면당의 인테리어를 맡았다가 그곳 경영자의 ‘신사들의 그릴’이라는 말에 꽂혀서다.

“남자는 고기야. 그런데 수트 입은 멋쟁이들은 직접 집게 잡기도 싫어하지만 고기 냄새가 옷에 배는 것도 아주 싫어하지. 그 니즈를 충족시킬 식당을 만들어 보자고.” (‘신사들의 그릴’, 88~89쪽)

의기투합해 준비한 ‘그릴 마켓오’가 무산되는 대신, 일본식 닭꼬치로 ‘남자들의 그릴’을 구현한 야키도리집을 가로수길에 열었다. ‘와라쿠’ 브랜드의 시작이다.
2011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 대지진이 일어나 며칠이나 통신이 끊기고, 일본 지인들의 안부가 궁금해 안절부절하던 지은이는 무턱대고 일본으로 날아간다. 오로지 안부 때문에 왔다는 한국인을 다시 본 ‘우동 스승’과의 운명적인 만남.

“남 상은 내 우동 좋아해?”
“네! 물론이죠! 최곱니다.”
“남 상, 내 우동을 줄게, 가져다 해. 어차피 내 우동집은 투병 때문에 닫기도 했고, 연말에 다시 우동집을 한시적으로 열 테니 그때 와서 배우도록 해.” (‘우동 스승 히로타 상’, 95쪽)

시멘트(건축)도 밀가루(우동)도 ‘물’을 만나야 완성되듯, 그 만남으로 ‘와라쿠샤샤’가 탄생했다.
입소문이 쌓여 방송을 타고, 공항과 백화점에 입접하고 승승장구할 때 문재인 정권의 반일 광풍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연이어 직격탄을 맞았다. 제살깎기 하다시피 ‘겨울 산을 기어서 넘기’ 3년의 경험은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정부는 경제 주체들의 디딤돌인가 걸림돌인가, 그 점에서 한국과 일본, 한국인과 일본인은 어떻게 같고 다른가 성찰할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나와 히로타 상 간의 이런 타협은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좀처럼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일본인인 그는 나에게 한국인처럼 굴었다. ‘그래도… 하지만…’ 이런 것이 통하는 그런 것 말이다. 반면에 나는 한국에서처럼 다짜고짜 사정사정하고 떼쓰기보다 최소한의 것을 지키고 원칙대로 할 각오로 그를 이해시키려고 했으니 어찌 보면 그의 눈에는 일본인처럼 굴었는지 모른다. 그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에 한 발짝 다가서고 나는 일본에 한 걸음 들어서는 매너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히로타 상과 나의 담판처럼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가 푸는 것은 두 나라 사이에서는 안 되는 것일까? (‘겨울 산을 기어서’, 341~342쪽)

그 밖에 요식업 경영자의 애환(‘식당 소나타’ ‘식당 블루스’ ‘식당 엘레지’), 식재료와 음식과 맛집·멋집 이야기, 본업이었던 건축 이야기까지, 톡톡 튀는 얘깃거리가 그득하다.


저자 소개

대전 생生
홍익대학교 건축과 졸卒
건축사
IDeA 건축사사무소 이사
일본 푸드애널리스트
와라쿠샤샤 니꾸벤 등 외식브랜드 운영

목차

(책머리에) ‘을’이 돼서 배워 보니

I. 조선인 일본에 가다
남이 버린 대파
무작정 일본으로
셰프와 스폰서
지갑을 주우면
무릎 아래 세상
목욕탕 청소
나리타 공장
노가다로 대성할 뻔
오디오와 웅변대회
구류 건축설계사무소
건축과 음식

II. 와라쿠 이야기
우동과의 첫 만남
신사들의 그릴
히토가라
우동 스승 히로타 상
미쳐야 미친다 식당 소나타
식당 블루스
식당 엘레지
식자재 이야기
와라쿠 사람들
식당, 공간, 인간

(간주곡) 마음을 짓다 — 건축 이야기

III. 일본, 일본인
첫 만남
도쿄 밥집, 서울 밥집
맛집, 멋집
매력 잃는 한국 시장
음식의 국적
나는 일본이 무섭다
우리 가족 한일관계사

(쓰고 나서) 겨울 산을 기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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