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그만두겠습니다. 새로 팀장 뽑아주세요.”
전략팀과의 주간 회의 자리였어. 더 이상 팀장을 맡을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새로운 팀장을 채용하자고 말했지.
온전히 내 결정이었기에 누굴 탓할 수도, 탓할 것도 없었어.
“네, 도혁님. 팀장 포지션 자격 요건 전달 주세요. 채용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10개월 만에 직접 팀장 자리를 내려놓았어. 함께 일하던 마케팅팀 팀원들에게도 새로운 팀장을 뽑게 됐다고 말씀드렸지. 내가 팀장을 계속 맡기에는 많은 부분이 부족하고, 우리 팀은 조금 더 경험 많은 팀장님이 필요한 상황인 거 같다고 말이야. 그래서 팀장을 새로 뽑고 있으니 좋은 분이 지원하면 또 공유해드리겠다고 말했어.
10개월 만에 팀장 자리를 내려놓은 이유는 별거 없어. 내가 원하는 내 모습과 팀장을 하며 성장하는 내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간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그리고 회사의 성장 속도를 더 빠르게 끌어올리려면 경험 많은 분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
어떻게 보면 팀장을 맡게 되면서 짊어졌던 책임감이 무거워 회피한 걸 수도 있어. 실제로 그 책임감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던 건 아니니까. 직장 생활 2년 차에 3명의 팀원을 이끌어가며 한 회사의 마케팅을 도맡는다는 건 결코 작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거든. 하지만 그 정도의 책임감이 무서워서 팀장을 그만두는 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거야.
지금까지 내가 근무한 직장들은 흔히 스타트업이라고 불리는 곳들이야. 보통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성장하는 조직,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기업,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뛰어들어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 회사라고 말을 하는데 이 말에 너무나도 공감해. 그래서 스타트업에 들어갔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지.
운이 좋게도 참 좋은 스타트업 2곳에서 일했어. 첫 번째 회사는 장기 숙박 전문 플랫폼이야. 우리가 흔히 아는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보면 돼.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한 달 살기와 같이 휴식과 전환을 필요로 하는 여행을 알렸어. 중장기 여행 문화를 널리, 효과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었지.
두 번째 회사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야. 차량 문제를 해결해주는 앱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지. 마케팅팀에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쉽고 빠르게 차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만들어준 회사이기도 해.
이곳에서 직장 경험 2년 차에 팀장을 맡게 됐어. 지금 회사에서의 경력으로는 4개월 만에 팀장을 맡게 된 거지. 그렇게 열심히 팀 빌딩을 했고 마케팅팀의 모든 걸 만들어 나갔어. 그리고 정확히 10개월 후, 스스로 팀장 자리를 내려놓고 다시 팀원으로 돌아갔지. 짧다면 짧은 시간이겠지만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이 참 많아.
내 또래의 사회 초년생이나 1-3년 차 정도의 직장인들을 보면 참 다양한 회사와 조직에서 여러 형태의 일을 하잖아. 많이 다르겠지만 또 어떤 점에서는 비슷한 점도 많지 않을까 싶어.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하니까 말이야. 일은 더 잘하고 싶고 성장하며 나아가고 싶지만 워라밸도 안 챙길 순 없지. 열심히 취업 준비해서 회사에 입사했지만 내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회사는 날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따지다 보면 갑자기 이직을 결심하기도 하고 돌연 퇴사를 통보하기도 해.
알다시피 직장 생활이라는 건 참 어려워. 인생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됐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또 한 걸음 나아가 보려고.
이 책을 펼쳐봤다면 내가 요즘 어떤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지 잠시 멈춰서 돌아봤으면 해. 직장을 대하는 온도는 적당한지, 직장과의 적정거리는 잘 유지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에 처음엔 힘이 들 수 있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