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어라운드에서는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사전을 만드는 편집부, 배를 타고 세계를 떠도는 모험가, 실을 꿰어 옷과 소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매일 밤 글자를 엮어 원고를 쓰는 작가, 밤낮으로 무대를 꾸미기 위해 애를 쓰는 무대 뒤편의 사람들이나 영화를 틀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밤낮으로 점을 찍어 커다란 그림을 그린 화가는 어떤가요. 그들이 쓰는 물건을 한 자리에 모아보기도 했고, 누군가 시간을 쏟아 채운 공간에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대화를 나눌 때는 몰랐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원고를 정리할 땐 그들이 보냈을 시간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몇 장의 종이에 정리된 그들의 삶. 책 너머에 있을 이야기를 상상하다 보면 이번 호는 더 천천히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왔으니 ‘나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이번 생은 글렀어.’라며 머리를 쥐어박을 법도 한데, 조금 다른 생각이 듭니다. 몇 년 전엔 손바닥만 한 고양이를 어쩔 줄 몰라 했는데, 이젠 그의 목소리를 제법 흉내 내는 집사가 되었습니다. 길에서 만난 고양이가 귀를 세우고 돌아볼 정도면 제법 아닌가요? 어라운드 사무실엔 라면을 잘 끓이는 동료가 한 명 있습니다. 만날 라면을 얻어먹을 땐, ‘도대체 라면을 몇 번이나 끓여본 거야’라고 생각하며 보지 못한 그의 20대를 상상해보게 됩니다. 옆 자리엔 매일 한 번씩은 바보같이 소리 내며 웃는 사람도 있어요. 나이 든 그녀의 눈가에 생길 웃는 주름을 생각하면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