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시는 언제나 현실 속에서 새로운 현실을 살고 있다. 여전히 시는 현실을 배반하며 그 현실을 어쩌지 못해 매번 실패한다. 그럼에도 시는 현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은 그러한 새로운 현실의 혼돈과 불안을 견디며 다가섬과 물러남이라는 모순된 양가적 감정 속에 있다. 우리 현대시의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은 여전히 시작점이고 언제 끝날지 모를 미지 속에서 복잡하고 불투명한 여지를 매순간 안고 있다. 시를 연구할수록 해결되지 않고 남은 질문들이 이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의 자장 안에 있었고, 그것은 매혹과 미혹의 두 얼굴로 언제나 새롭게 다가왔다. 이러한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다양한 기의와 해석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한 시대에 어떻게 수용되었고 그 시대의 시인과 시에 새롭게 닿아 움직였는지를 살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한 시대를 보내고 또 한 시대를 맞이하며 이 ‘근대성’과 ‘미적 부정성’은 당대 사회의 맥락과 현실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며 ‘얼굴 없는 희망’으로 존재하였다. 또한 그것은 뜨거운 불행과 반란의 힘으로 현실을 견디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과 불가능한 타협을 시도하며 더 치열한 말과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 나서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시의 근대성은 우리나라의 식민지 현실에 부딪히면서 다양한 모습의 결을 보인다. 근대성이라는 ‘낯선’ 주체의 얼굴은 합리성에서 부정성까지 여러 명암을 가지고 있는데, 1부에서는 그러한 근대성의 다양한 모습을 살피려고 하였다. 특히 오장환과 백석 시에 나타나는 시의 주체가 이 근대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무엇보다 근대의 위기상황이나 모순을 어떻게 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오장환의 시에는 식민지 근대와 봉건적 잔재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갈등과 환멸을 겪는 근대 주체들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모습을 통해 근대성의 징후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또한 백석의 시에서는 다양한 근대적 장소에서 드러나는 주체 시선에 주목하였다. 백석이 시 속에 선택하고 배제한 근대적 장소에는 시인의 고유하고 차별화된 근대적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부의 현대시의 미적 부정성 또한 현실의 동일화된 규범을 끊임없이 이탈하며 새로운 시의 내용과 형식으로서 그것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특히 1960년대 김수영, 김종삼, 전봉건은 부정과 환멸의 세계를 예민하게 탐지하면서 그것을 증언해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시와 예술에 대한 미적 자율성으로부터도 놓여날 수 없었다, 김수영 시의 ‘전위’와 김종삼 시의 ‘숭고’ 그리고 전봉건 시의 ‘그로테스크’는 군부독재와 자본주의 근대화 이면의 모순과 부조리를 드러낸 미적 부정성의 양상들이다. 이러한 미적 부정성은 문학의 범주 내에서의 저항이며 그 실현에 대한 가능 혹은 불가능을 예측하지 않고 그 자신의 한계를 끝까지 밀고 나감으로써 시대의 부정과 화해하지 않으려는 것임을 이 시기 세 시인의 시를 통해 논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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