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글 편지를 흔히 ‘언간’이라고 한다. 언간은 언문으로 작성된 편지를 말하는데, 언문이란 조선시대 우리글, 즉 ‘한글’을 가리킨다. 현대 사회에서는 편지를 쓸 일이 많지 않지만 조선시대에서 편지쓰기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이나 친척, 또는 친구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현재까지 소개된 언간 자료는 약 3,000여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언간은 15세기 이른 시기의 편지부터 19세기 말에 걸쳐 시기적으로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특히 언간은 발신자를 기준으로 할 때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계층적으로도 최하위 계층에서부터 최상위 계층인 왕에 이르기까지, 언문을 이해하는 계층이라면 누구나 이용했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우리의 글(한글)이 ‘언문(諺文)’으로 불리면서 공식적인 국문(國文)으로 인정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사용 범위가 국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공식적인 문서 등에서는 우리글(한글)이 거의 사용되지 못하고 한문(漢文)의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다. 그러나 관점을 사적(私的)인 영역으로 바꾸어 보면 우리글(한글)이 매우 폭넓게 쓰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편지 글에서 우리글(한글)은 한문 못지않게 널리 쓰이는 훌륭한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한문 편지가 철저히 사대부 계층 이상 남성만의 전유물이었던 데 비해 한글 편지는 특정 계층에 관계없이, 위로는 왕으로부터 아래로는 한글 해독 능력이 있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또 남성과 여성의 구분 없이 폭넓게 실용되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왕실 남성의 언간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한글 편지는 대략 76건이다. 물론, 실제는 더 많이 썼겠지만 현재까지 전해오고 학계에 알려진 것은 76건 내외이다. 여기에는 흥선대원군의 편지 3건까지 포함돼 있다. 흥선대원군은 왕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왕실 남성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같은 차원에서 다루었다. 조선시대 언간 자료가 대체로 3,000여 건이 확인되는데, 그 가운데 76건은 적은 수치이다. 이러한 양상은 조선시대의 왕실 남성이 원래부터 언간을 쓰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는 언간을 많이 썼지만 현재까지 전해오는, 또는 확인되는 편지가 적은 것인지를 선명히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왕실 남성의 언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언간은 언문으로 된 편지를 말하므로 언간의 속성상 기본적으로 남성의 글쓰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언간은 발신자와 수신자 가운데 여성이 개입되어 있을 경우에 주로 쓰인다. 즉, 발신자나 수신자가 여성일 경우, 또는 발신자 수신자 모두가 모두 여성일 경우에 언간이 쓰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발신자 수신자가 모두 남성일 경우에는 한문 간찰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왕실 남성은 대체로 한문으로 문자 생활을 하기 때문에 언간을 쓸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절대적인 수효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조선시대의 언간 자료 중 왕실 남성의 언간이 적은 이유는 글쓰기의 문제보다는 다른 외적인 부분에 있다. 즉, 왕실 남성 또한 원래는 많은 양의 언간을 썼지만 특별한 사정 때문에 현재에 전하는 것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본래 왕이 직접 쓴 글씨는 일반 사가에서는 보전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체로 세초(洗草)를 하였다. 특히, 현재까지 전하는 편지 가운데도 왕의 편지의 말미에는 세초하라는 내용이 쓰인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부터 적었다기보다는 특별한 사정에 의해 현재까지 전하는 편지의 수효가 적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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