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판발행 2023.03.15
초판발행 2022.02.25
금융은 辭典적인 의미로 돈을 돌려쓰는 것(돈을 필요에 따라 구하여 쓰다)이다. 자금을 가진 자(자금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자금이 필요한 사람(자금수요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돈은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재화와 용역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므로 사회경제적인 토대가 돈 그 자체와 돈의 유통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사회경제적 토대를 바탕으로 정치, 제도 등이 어우러져 최종적으로 법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진정으로 금융에 관한 법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법의 바탕이 되는 사회경제적 문제나 정치, 정책, 제도 등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나 이 책에서는 이를 논할 수도 없고, 논하지도 않기로 한다.
사람의 생활관계 중 법률로 규율되는 관계를 법률관계라 한다. 돈의 유통은거래 당사자의 호의만으로 부족하고 국가의 강제력인 법적 제도로 보장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돈의 유통이 사람의 생활관계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만큼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률 대부분이 금융에 관하여도 적용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에 적용되는 모든 법률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곧 법률체계 전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금융과 관련된 몇 가지 주제에 관한 법률지식을 단편적으로 나열한다 한들 과연 실제 금융에 관한 업무를 취급함에 있어 법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는 힘이 길러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관점과 기준을 가지고 금융에 관련된 법률문제에 통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자금공급자(투자자)의 관점에서 자금의 공급(금융투자)에 관련된 법률문제를 주로 다루고자 한다. 돈이 나의 주머니에서 떠나는 순간부터 다시 돌아올 때까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 투자자로서는 자금수요자에 비하여 보다 큰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위험을 없애거나 감소시키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여야 하고, 법률문제에 있어서도 자금수요자에 비하여 보다 깊은 이해와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금융에 관한 법률을 다룬다면, 일관된 관점과 논리를 가지고 금융에 관한 법률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다양하고 복잡한 거래에 적용되는 방대한 법률을 나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금융거래에서 어떠한 법률문제가 발생되더라도 그러한 법률문제가 어떠한 차원이나 구조하에서 논의되어야 할 성질의 것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투자자와 자금수요자의 권리의무는 서로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고, 금융수요자의 입장에서는 투자자가 고려하여야 할 법률문제를 이해하면 자신의 이익을 보호함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 책은 주로 투자자가 투자에 따른 위험을 없애거나 감소시키기 위하여 고려하여야 하는 법률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투자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을 가진 전문적인 투자자가 투자를 받음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여 감수할 수 있는 자금수요자에게 그가 요구하는 특수한 수요에 맞게 협상을 통한 사적 합의에 따라 자금을 제공하는 거래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개인 간의 금전거래 또는 기관투자자가 불특정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조건(소위 약관)으로 이루어지는 거래와 그에 따른 금융소비자나 고객의 이익 보호와 같은 문제를 깊게 다룰 경우 이 책이 나름 추구하는 체계적인 서술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에 대한 깊은 검토는 다른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셋째, 금융투자에 따른 당사자들 사이의 私法상의 법률문제 이외에도 금융투자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의 법률문제도 검토하고자 한다. 실제 금융업무를 취급함에 있어 법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私法 이외에 여러 법률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금융과 관련된 민법, 상법, 소송법, 행정법, 세법, 도산법 등 다양한 영역의 법률문제를 다루겠지만 금융투자에 관련된 법적 문제를 파악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는 힘을 기른다는 목적의 범위 내에서 기본적인 법적 개념, 원리, 법령과 핵심 판례 정도를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특정한 법률분야에 관한 보다 깊은 검토는 해당 법률분야에 관한 전문적인 자료나 전문가에게 맡기고자 한다.
넷째, 다양한 금융투자의 종류별로 구체적인 법률문제를 살펴보기 이전에 먼저 금융투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거나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하는 법률문제를 총론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그런 연후에 각론에서 다양한 금융투자의 종류별로 관련된 법률문제를 깊이 살펴보고자 한다.
제1편 총론에서는 먼저 금융투자와 관련된 법령에 대한 개관(제1장), 금융투자를 위하여 변호사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절차(제2장), 우리나라 민사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제3장), 금융투자에 적용되는 법적 규제(제4항)를 검토한 연후에 투자위험을 제거하거나 경감시키기 위한 수단(제5장)을 살펴본다. 채무자의 도산으로 말미암아 투자자가 가지는 권리가 그 내용대로 실행되지 않을 위험(제6장)에 대한 이해 역시 필수적이다. 그 이외에 금융투자에 관련된 세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제7장)와 금융투자에서 주의하여야 할 형사책임의 문제(제8장)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제2편 각론에서는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낮은 대출거래의 기본적인 내용(제1장)부터 시작하여 다수의 대주들에 의한 대출(제2장), 채권이 증권화된 회사채(제3장), 전통적인 단순한 금융거래를 특수한 방법을 사용하여 단계화·체계화시켜 고도화된 구조로 자금을 조달(structured finance, 구조화금융)하는 프로젝트금융(제4장), 자산유동화(제5장)와 자산금융(제6장)의 순서로 타인자본의 형식에 의한 금융투자를 살펴본다. 제7장에서 투자위험이 보다 높은 지분투자에 관하여 살펴보되, 지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인수금융도 함께 다루기로 한다. 그 후 투자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파생상품거래(제8장)의 기초적인 내용을 살펴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자는 1995년부터 줄곧 금융거래에 관한 법률자문업무를 수행하면서 동료변호사들과 공유하였던 자료를 바탕으로 拙稿를 집필하였지만 부족한 점이 많아 부끄럽기 그지없다. 강호제현의 많은 지도편달은 장래 이 책의 개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스승이신 김수창 변호사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책을 출간함에 있어 원고의 검토, 토론과 교정에 힘써 주신 김도경 변호사님과 법무법인 제현의 소속 변호사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리고, 이 책은 법무법인 제현의 자산임을 밝혀 둔다. 어려운 출판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출판한 박영사와 그 임직원에게 감사드린다.
변호사로서의 길을 곁에서 지켜준 아내와 출간의 기쁨을 함께한다.
2022년 季冬
황 호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