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2023.8.31
20여 년 동안 교육심리학을 강의하면서 수업에서 사용할 교재를 집필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사범대학, 교육대학원 등 교직과목으로 채택된 교육심리(학)를 담당하는 교수자의 입장에서 수강생들에게 보다 가치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심리학의 주제와 내용들을 잘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그 소원을 실천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필자의 게으름 때문이었지만, 망설임의 이유도 있었다. 이 세상에 수많은 종의 교육심리학 교재가 이미 발행되어 유통되는 상황에서 그것들 중 최상의 것을 취사선택해서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사용하면 될 것이지 또 다른 책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그 망설임의 중심에 있었다. 앞으로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은 이 책이 또 다른 교육심리학 교재 하나 더하기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의미있게 진일보한 결과물인지를 평가할 것이다. 적어도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집필하였다.
첫째, 교육심리학의 영역 내에서 필수적으로 다루어야 할 가치 있는 내용들을 빠짐없이 포괄적으로 다루고자 하였다. 저자마다 자신이 주력하는 교육심리학의 주제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부지불식간에 교재에 강조하여 부각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하였다. 가급적 교육심리학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독자층이 교육심리학의 성격과 역할을 오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심리학의 핵심 개념, 영역, 주제, 방법론을 빠짐없이 포괄적으로 다루고자 하였다.
둘째, 교육심리학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 이론적 관점들이 교육심리학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보이는지를 분명하게 대비시키고자 하였다. 이 책의 2부에 제시된 4가지 (교육)심리학의 이론들이 3부(인간발달)와 4부(다양한 개인차), 그리고 5부(학습동기)에 제시된 교육심리학의 주요 탐구주제들에 대해 어떻게 관점을 달리하고 그에 따라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론적 관점(perspective of comparing theories)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론(理論)을 이론(異論)적으로 다룰수록 탐구주제에 대한 식견이 더 넓어지고 균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앞에 배치하였다.
셋째, 교육은 비교적 장기간의 시간을 두고 하는 통시적(通時的) 프로젝트이다. 그러므로 여러 심리학의 영역 중 발달심리학은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제3부 ‘발달과 교육’이 그러한 접근법의 결과물이다. 실제로 발달심리학은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지침을 제공해 주었다. 예컨대, 취학연령 5세는 성급한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인지적 조작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학교교육에서 추구하는 인지발달, 도덕발달, 성격 및 사회성발달 등 다양한 영역들이 어떻게 교육을 통하여 촉진될 수 있는지를 다루었다.
넷째, 심리학이 교육에 기여하는 또 다른 측면은 그것이 개인차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이다. 학급을 구성하는 학습자는 매우 다양하다. 교육심리학은 학습자의 인지와 정서발달에서의 개인차가 학습을 설명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입증해 왔다. 이 책의 제4부 ‘개인차와 학습’에서는 학습자의 개인차 특성이 학습성과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관련되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다섯째, 학습동기는 학습의 결과를 결정하는 개인차 변인이지만, 고정된 개인적 특성요인이 아니라 교육적 개입을 통하여 조절 가능한 변인이기 때문에, 교육심리학자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다루는 주제이다. 제5부 ‘학습동기’에서는 학습의 시도, 방향, 지속성을 포괄하는 학습동기의 유형과 그것을 결정하는 요인들을 다룰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6부 ‘교사와 교육’에서는 교육의 처방적 관점에서 학습자의 학습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교사의 특성과 역할을 논의하였다. 그동안 교육심리학의 분석대상은 교사보다는 학습자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교사도 심리학적 분석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비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시도는 더욱 더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제6부에서 그 일면을 다루었다.
필자를 포함한 이 책의 3명의 저자들은 이상과 같은 의도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이후의 기대와 두려움은 모두 저자들의 몫이다. 무거운 마음이 크지만 초판이니 만큼 개정과 증보를 통해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책이 발간되도록 협조해주신 피와이메이트 노현 대표이사님과 손준호 과장님, 그리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2023년 여름, 대표저자 임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