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허소송의 이해

미국의 특허 소송은 미국의 일반 변호사들에게도 생소한 영역에 속하고, 실제로 이를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변호사들이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특허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변호사라 하더라도, 실제로 대형 로펌에서 파트너가 되어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게 되기까지는 보통 10여 년 이상의 세월을 필요로 합니다. 미국 로스쿨에서 3년간의 JD 과정이 아닌 LL.M. 단기 과정만을 마치고 뉴욕 변호사가 된 제가 미국 특허 소송을 접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5년의 짧은 경험밖에 갖고 있지 않으면서, 미국 특허 소송에 관한 책을 쓴다는 것이 무모해 보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지난 5년간의 생활을 활자로라도 묶어 두지 않으면 제 생의 소중한 기억들이 영영 불확실한 망각의 저편에 묻혀 버릴 것만 같다는 개인적인 조바심에 용기를 내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의 짧은 경험과 미흡한 책의 내용일지라도, 누군가 저와 같은 경험을 하려는 후배들이 있다면, 약간의 시행착오라도 줄여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기 합리화도 저의 무모한 용기를 지탱하는 한 축이 되어 주었습니다.
처음 책을 쓰려고 하였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장시간 고민하였던 것이 책의 구성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미국의 Casebook들은 특허법의 실체적인 내용(특허 요건, 침해, 구제 등)만 다루기 때문에 이들 내용들이 실제 특허 소송 절차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에, 특허 소송 실무에 관한 책들은 소송 절차에 따라 필요한 특허법의 실체적인 내용을 기술하였지만, 특허법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 번째 파트에서 개략적이나마 미국 특허 소송을 일별할 수 있도록 특허 소송 절차에 관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두 번째 파트부터는 특허법의 실체적인 내용으로 특허 요건, 특허 침해, 특허 구제 등을 차례로 기술하였습니다. 이는 미국 특허 소송에서 답변서를 작성할 때의 순서이기도 합니다. 먼저 원고가 제기한 소장의 소송 요건 흠결을 주장하며 소 각하 판결을 구하고, 특허 부적격과 특허 무효의 항변을 하며, 특허 비침해를 주장한 뒤, 원고가 제기한 구제 방법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순입니다.
이 책은 미국 특허 소송과 관련되어 제기될 수 있는 이슈들을 가능한 한 담아 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관련 판례들은 가능한 한 직접 찾아서 사실관계를 자세히 기재하도록 하였고, 특허 발명의 이해를 위하여 필요한 도면 등은 최대한 많이 실으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으시려는 분은 이 책의 첫 장부터 읽어 나가기보다는 책의 목차를 여러 차례 읽으셔서 미국 특허 소송 및 특허법에 관한 개략적인 그림을 가지시고, 본인의 관심사나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저는 미국에서 업무를 하면서, 검색한 판례들을 한국어로 정리해 놓지 않으면, 나중에 이를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면서도 미국과의 특허 등 법률 문제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이 책이 미국 특허 소송을 타깃으로 하여 쓰이기는 하였지만,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두루 활용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일례로, Part 1의 특허 소송 절차 부분은 미국의 일반 민사 소송 절차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미국 특허법의 실체적 내용을 기술한 나머지 부분은 우리 특허법의 이해와 연구에도 좋은 영감을 불러일으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년간의 미국생활을 포함하여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입었습니다. 특히 S사의 김상균 사장님과 BakerBotts, New York의 Neil Sirota 파트너가 없었다면 제가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지면을 빌어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미국 생활 전에 저의 대부분의 사회생활을 함께 했던 삼성네트웍스, SDS, 삼성전자의 선후배님들의 도움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힘들었던 기간 많은 벗들의 격려가 있었습니다. 서권식, 김용수, 윤지광, 안병태를 비롯한 많은 벗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낯선 미국 생활과 이어진 모국에서의 정착생활을 묵묵히 따라다니며, 저의 제일 가까운 곳에서 힘이 되어 준 가족들과 아내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9년 12월
안성천을 내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