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두 개의 질문에서 시작되고 발전되었다. 첫 번째는 “정말인가?”라는 질문이었고, 두 번째는 “그래서?”라는 질문이었다. “정말인가?”라는 질문은 某 자격사 단체의 행사에서 그들 단체가 변호사보다 10년 앞서 우리나라에 도입된 최초의 법률업무전문자격사단체라고 自讚하더라는 傳言을 듣고 나서 든 것이었다. 개화기의 문헌 등 몇 가지 자료를 조사하면서 위 단체의 自讚은 얼토당토않은 것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법률문서 작성은 모조리 자신들의 업무라고 생각하는 그 단체의 短見은 主客顚倒의 極致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그 단체의 無道함보다도 더 啞然失色케한 것은, 자신의 淵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남의 말만 믿고 삼촌을 아버지라고 믿으며 지내고 있는 우리 변호사단체의 實相이었다. 심지어 이웃 단체조차 당신네 아버지는 지금 알고 있는 삼촌이 아니라 따로 있다고 알려주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다소 거친 표현 같지만, 이러한 아연실색의 마음을 추스르고 정리한 부분이 이 연구의 제2장이다. 그 결론은 우리나라의 ‘근대적’ 변호사 제도의 연원은 1895년의 ‘代人’ 제도라는 것이었다. ‘근대적’이라는 어휘를 부가한 이유는, 시간을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초기에 이미 변호사의 연원으로 볼 수 있는 제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野史도 아니고 극작가의 머릿속에서 번득이는 창작의 영감으로부터 탄생한 것도 아닌, 朝鮮王朝實錄이라는 正史에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이른바 ‘外知部’가 바로 그러한 제도이다. 비록 소송을 부추기는 나쁜 존재라고 박해를 받았지만, 이들 外知部야말로 다른 사람의 소송을 위임받아 대신 수행하는 존재였으므로, 연혁적으로 변호사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법률문서만 작성하면 무조건 자기네의 前身이라고 우기는 태도보다는 더 정직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름지기 ‘근대적’인 자격사 제도라고 하려면 적어도 국가가 그 자격사의 활동에 관여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外知部보다는 그나마 1895년의 ‘代人’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인 변호사 제도의 嚆矢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결론을 정리하고 나자 그 다음에 떠오른 질문이 바로 “그래서?”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는 어느 제도가 10년 먼저 들어왔건 10년 늦게 들어왔건 그게 무슨 대수냐는 의문이 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인접 자격사들이 내 집 앞마당을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안방까지 넘보고 있는 지금 실정에 아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게 무슨 큰 허물이 될까보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질문에는 매우 중요한 含意가 담겨 있었다. 첫 번째 질문의 含意는 우리나라의 법률업무관련 자격사 제도의 淵源이 어떤 것이며, 지금까지 어떤 변화를 겪으면서 유지되어 왔는지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만일 두 번째 질문의 含意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첫 번째 질문의 含意는 그게 대수냐는 反問에 가로막히고 말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의 含意는 법률업무관련 자격사 職群간의 갈등과 충돌 속에서 변호사 제도의 사회적 효용성을 분명하게 인식시키지 못한다면 昨今에 변호사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단지 직역간의 밥그릇싸움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변호사 제도의 사회적 효용성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어째서 국가권력은 변호사를 국가자격제로 운용하면서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사의 업무를 조금이라도 할라치면 서슬퍼런 형벌권을 행사하려 드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헌법제정권력자인 국민이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의 원리를 헌법의 기본질서로 채택하였다는 데에 있다. 변호사가 예뻐서가 아니라 적법절차의 원리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변호사 제도의 정립이 關鍵이 된다. 국민의 사법접근권을 충실화하는 것이 변호사 제도가 갖는 사회적 효용을 키우는 방편이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여기에 있다. 도토리 키재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주권자로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 변호사 제도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제도의 정립을 위해 이 연구가 제시한 방안은 인접 자격사 職群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일 수 있다. 통합 대상 職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동업이나 업무제휴 대상으로 거론된 職群조차 성에 차지 않는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가 제시한 방안은 職群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사법접근권 충실화라는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해서 법치주의와 적법절차의 원리가 제자리를 찾도록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단체 스스로도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의 원고를 탈고해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한 이후인 2017. 12. 26.에 변호사에게 자동적으로 세무사자격을 부여하는 규정의 삭제를 내용으로 하는 세무사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해당 개정안 통과 이후의 상황이나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어차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 자체가 제한받아온 터에 개정안이 갖는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 것인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이 상황을 새롭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다만 이 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미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들의 세무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구실이 되었던 세무사법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2018. 4. 26. 결정은 이 연구가 지적한 문제점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의미가 있으므로 출간 직전에 추가하였다. 세무사 자격 자동폐지는 적절한 개정이 아니었다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동부여 폐지 개정안이 발의되기 전에 이 연구가 제시한 것처럼 변호사단체가 앞장서서 특허업무나 세무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연수 등 훈련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귀를 기울였더라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이제라도 조금씩 그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연구의 動因이 되었던 첫 번째 질문은 서울지방변호사회 94대 이찬희 회장님께서 직접 제기하신 것이다. 그 질문이 없었다면 이 연구는 시작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회원들의 실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부족함에도 ‘사법제도의 발전’이라는 사회적 효용을 위해 법제연구원이라는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94대 임원진의 배려가 없었다면 이 연구가 법제연구원의 열 번째 연구총서로 햇빛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한편 박중진 법제팀장과 박유선 주임, 백종성 사원은 여전히 교정과 출판의 진행을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2018년 11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이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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