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996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기억되는 현장교사교육을 위해『레지오 에밀리아접근법의 이해와 현장 적용』책을 허겁지겁 엮은 후, 서둘러 수정, 재구성 내지는파기해야 한다고 누차 입으로 말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야 손보기를 시작하면서 재구성의 범위에 한계를 느낀다. 이미 레지오 방식의 적용을 통해 우리 현장의 교육과정 변형을 이야기한『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의 적용과 변형 유아교육과정』을 내보였고, 레지오 환경원리를 적용하면서『자연과 빛이 있는 생각하는 공간 만들기』를 내놓았다. 두 책과의 연계도 생각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것이 아닌 이름을 단 또 하나의 책을 내놓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풀어놓는 기술의 부족이 나를 괴롭힌다.
그런 불편함과 괴로움을 느끼면서 이 책을 다시 내보이는 이유는 레지오 에밀리아 학교의 가르치기와 배우기 방식을 생각거리로 삼아 우리의‘성인 중심’영유아 교수 학습 현실을 성찰하고, 영유아 교수 학습 현실을‘아동 존중’의 시각으로 해체하고,‘ 정형화’된‘지침 있는’관성적인 보기와 사유로부터 벗어나‘변형 지향적’이 되도록 예비교사 학생, 현장교사들과 나누고픈 바람 때문이다. 표본화된 영유아 교수 학습 현실을 받아들이면 교사의 가르치기와 배우기는 변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 자체를 인식하는데서 시작되기 때문에...
유아들은 모두 다르며, 유아 교육은‘아동 중심 교육’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유아들이 경험하는 교육 과정 내용과 교수 학습 방법 및 도달점까지 성인이 주도권을 가지고‘유아들이 알아야 할 것’,‘ 유아들이 흥미를 가질 것 같은 것’등으로 계획되어 일관된 작업식 운영체제에 지배된다. 교사가 이러한 현상을 마주할때 문제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왜 유아를 요구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권리를가진 존재’로 보지 못할까?, 왜 여러 교과 영역의 활동들을 단지 모자이크하는 통합이 아니라 유아들이‘의미 있게 알아가는 진정한 통합’이 안 되는 것일까?, 왜 교사는 주변에 널려있는 지도 자료집들을 복제하는 것을 편안해 하고 유아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협의를 통해 교육 과정을 발현해 나가는 것이 어려울까?, 왜 그렇게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은 영유아 교육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릴까?, 왜‘이론과 실제는 다르다’고 쉽게 말하면서 현장 개선을 위해 이론에서 의미하는 바를 실천하는 데 주저하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근사한 시작이다. 책명을『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만나기와 적용하기』로 바꾸고 1부에서는 우리의 실제 현장에 비추어, 레지오 접근법 개관, 역사와 문화, 철학, 행정, 교수 학습 이론, 교육 과정 운영 특성, 물리적 환경, 레지오 학교 프로젝트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교육에 대해 현재 가지고 있는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2부에서는 레지오 교육에 영감을 받은 국내 유치원, 어린이집 공동체 기관들이 그간 적용해 온 아름다운 프로젝트 중 1세, 2세, 3세, 4세, 5세 연령별로 어렵사리 골라본 사례들을 공유하면서 유아 교육 현장에의 적용 및 변형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을 통해 예비 유아 교사와 현장 교사들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 자신의 시각부터 바꾸는 자기 혁신의 즐거움을 느낀다면 큰 기쁨이다. 초임 교사를 시작하면서부터 현재까지 10년차 레지오 방식을 적용하는 유치원에 근무하고 있는 J교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몇 해 동안 해왔던 프로젝트를 돌아보면서 느끼는 성취감과 의미는 레지오를 그대로 따라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를 느끼고 공감하는 레지오 접근 원리를 우리 사회 문화에 맞도록 적절히 적용함으로써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의사 결정하고 도전받고....성장하면서...능력 있는 유아들과 함께하고 싶다.
-J교사의 소박한 이야기 속에는 21세기 교사들이 가져야할‘변형지향적인 리더십’이 묻어난다. 레지오 적용이 가져다주는 가시적인 프로젝트 실천이나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목표가 아니라, 그간 우리가 보지 못했던 패러다임을 재고하고 반성하여 진정한 교육을 향한 본질적인 변화를 추구해 가는 변형지향적인 리더십의 철학과 실천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이것이 결국 레지오다운 것이라 생각해 본다. 변형은‘지속적인 비판적 접근을 통해 점진적으로 기존 교육을 재구조화해 나가는 변화와 도전에 직면하는 노력’을 말한다. 변형의 개념에는‘기본적인 변화에의 몰입’과‘계속적인 성장의 삶을 사는’아이디어가 상호 연합되어 사용된다. 이 책을 시작으로 유아 교육 현장 교사나 예비 교사 독자의 가르치기와 배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를 바라며, 나아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를 즐기면서 계속적인 성장의 삶을 사는 교사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텍스트 자체보다 유아 교육에 임하는 자신과 관계 맺는 사회를 함께 바라보고 성찰하는것, 그것이 유아 교사 되기의 즐거움이라는 걸 여러분도 누렸으면 좋겠다